권재민은 윌과 계약을 체결한 후, 내일 기자회견을 열어 태성그룹과의 협력을 발표하기로 했다.재민은 윌에게 작별을 고하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도착했을 때 강윤아는 은찬이와 레고를 하고 있었다. 윤아는 소파에 앉아 카펫 위에서 레고를 하는 은찬이를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재민도 이 훈훈한 장면을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지만 윤아가 고개를 돌리자 무표정한 모습으로 돌아왔다.그래서 윤아가 고개를 돌렸을 때, 마침 재민이 무표정하게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윤아는 재민의 이런 모습에 자기도 모르게 심장이 졸여왔다.일어서려다 권재민이 제지하는 눈빛을 보고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재민은 다가가서 윤아의 곁에 앉아 머리를 어깨에 살짝 얹고 한숨을 쉬며 일부러 낮은 소리로 말했다.“윤아 씨, 이번엔 우리 태성그룹을 구하지 못했어요.”“뭐라고요? 재민 씨,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엊그저께도 얘기가 잘 돼가고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윤아는 재민의 머리를 자신의 어깨에서 밀어내려 힘을 쓰며 물었지만 재민은 두 손으로 윤아의 팔을 감쌌다.윤아는 재민의 표정이 보이지 않아 더욱 당황했다.“윤아 씨, 나 피곤해요. 기대게 해줘요.”윤아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재민의 손에 손을 얹고 힘껏 잡았다.재민은 윤아의 어깨에 기대어 슬쩍 웃더니 엄마 아빠를 노려보는 은찬이를 향해 눈을 깜빡였다. 은찬이는 아빠의 신호를 받고 고개를 돌려 레고를 계속 놀았다.윤아는 재민의 허탈한 모습을 보고 참지 못하고 위로했다.재민은 윤아가 대신 슬퍼하는 모습을 보며 더는 놀리지 않기로 하고 입을 열었다.“윤아 씨, 계약했어요.”“괜찮아요, 계약했으면 또 기다리면…… 잠깐, 계약했다고요?”윤아의 목소리가 순식간에 두 배로 높아졌다.재민은 윤아의 어깨에서 일어나 빙그레 웃으며 윤아를 바라보다가 손을 뻗어 얼굴을 비볐다.“그래요, 여보, 왜 이렇게 귀여워요!”“아, 왜 그래요, 날 속이다니, 내가 이렇게 걱정하고 있는데.”윤아는 손을 뻗어 재민을 가볍게 때렸다. 그
아침 햇살이 방안으로 들어오자 권재민은 천천히 깨어나 손을 움직였다. 손바닥으로 뭔가 비단결처럼 부드럽고 섬세한 것이 느껴져 자신도 모르게 문질렀다.코끝에 향긋한 향기가 가득했고, 재민은 향초의 아로마 향기와 그녀의 피부 사이의 독특한 향기를 어렴풋이 구별해냈다. 마른 침을 삼킨 그는 시선을 아래로 돌렸다.윤아 몸에 걸친 널찍한 티셔츠 앞부분이 활짝 열려 하얀 피부를 드러내고, 자신의 손이 그녀의 등을 어루만지고 있었다.아침에 몸의 반응이 빠르고 뚜렷하게 나타나자, 재민은 마음이 혼란스러워졌고 눈빛은 걷잡을 수 없이 그녀를 응시했다. 손가락은 움직일 수 없었고 숨결은 점점 거칠어졌다.그때 잠에서 깬 윤아는 재민을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바라보았고, 재민의 그 물건은 점점 더 커졌다.정신을 차린 윤아는 재민이 자기를 잡아먹으려는 기색을 보이자 확 밀어내고 한쪽으로 밀어붙인 뒤 일어나 앉았다. 윤아는 한쪽에서 베개를 들고 높이 치켜든 채 따져 묻는 척했다.“말하거라, 아침 일찍부터 본궁을 느끼하게 바라보면서 무엇을 하려고 하느냐?”재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속 웃으며 윤아를 바라보았다.윤아의 손이 움직이자 재민은 본능적으로 손으로 막았고 윤아는 화난 척 그를 노려보았다.“감히 나를 막은 게냐!”그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얼굴 앞에서 손을 떼자 윤아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호되게 때리려는 제스처를 취했다.눈을 감은권재민에게 베개가 아닌 부드러운 입술이 떨어졌다. 부드럽게 키스하는 그의 부드러운 입술을 따라 하며 수줍고 열정적으로 윤아는 키스했다.키스를 마친 윤아는 천천히 일어나 앉았다. 재민은 다시 쫓아와 윤아를 껴안고 한참을 뒤척이다가 다시 침대에 드러누웠다.윤아는 키스에 숨이 막히자 손으로 재민을 힘껏 두드렸다.“재민 씨, 오늘 기자회견도 있으니 일어나서 준비해야죠.”재민은 기자회견이라는 단어를 듣자 마침내 멈춰 서서 윤아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말했다“이 순간이 정말 아쉽네요.”두 사람은 잠시 더 껴안고 있다가 권재아가 전화를 걸어
권은우는 무대 아래에서 윌이 자신에게 올라가라고 부르기를 자신만만하게 기다리며 곧 승리할 것처럼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자리에 앉아 있었다.무대 아래 기자는 은우의 이런 모습을 보며 연신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속삭였다.한 대담한 기자가 갑자기 은우에게 물었다.“권은우 대표님, 이번 협력은 상당히 자신 있게 따내셨죠?”은우는 그 기자를 거만하게 쳐다보더니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윌은 아래 은우의 소동을 지켜보며 불쾌하게 얼굴을 찌푸린 채 흘겨보았다. 지금 이렇게 큰소리치다가 망신을 당할 때가 있을 거로 생각했다.“여러분, 조용히 해주세요. 다들 너무 설레는 거 알지만 지금 저희는 계약식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저희 발표회가 끝나면 기자분들께 시간을 내어 취재하도록 할 예정이니 조급해하지 마세요.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윌이 말한 후 무대 아래는 마침내 조용해졌다.“자, 그럼 태성그룹 프로젝트 책임자를 모시겠습니다…….”은우는 윌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옷매무시를 가다듬고 일어나 옆에 있던 기자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태성그룹의 CEO 권한대행 권재아 씨, 환영합니다.”이름을 들은 무대 아래는 와글와글 웃으며 은우에게 손가락질을 했다.은우는 재아의 이름을 듣고 가만히 서 있다가 금세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는데 마치 프로그램을 미리 설치한 것처럼 얼굴이 순식간에 변했다.옆에 있던 현우도 얼굴이 굳어버렸고 황급히 은우를 잡아당겼다. 그제야 은우는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재아는 아래에서 미소를 지은 채 이 소동이 지나가는 것을 지켜보다가 천천히 일어났다. 그러고는 주변을 향해 손을 흔들더니 고개를 돌려 은우를 바라보았다.“정말 죄송합니다, 권은우 대표님, 오늘은 제가 무대에 올라 계약하겠습니다.”재아는 은우와 현우를 자극하기 위해 ‘계약'이라는 단어를 유독 세게 발음했다.화가 잔뜩 난 은우의 얼굴은 분노한 사자처럼 일그러졌고, 평소 온화하고 점잖던 얼굴이 달아오르니 유난히 공포스럽게 느껴졌다. 얌전한 고양이가 갑자기
권현우의 얼굴은 하얗게 변했고 땀방울이 끊임없이 이마에서 배어 나와 코끝에 모였는데 그는 닦는 것을 잊은 것 같았다.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지고 눈알이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았다. 온몸이 심하게 떨리고 입술도 저절로 부르르 떨렸다.권은우도 두려웠지만, 현우보다 괜찮아 보였다.은우는 재민을 힐끗 보고 마음속으로 그를 매우 경멸했다. 역시 사생아는 사생아라는 생각이었다. 큰일을 경험해 본 적이 없으니 멘탈이 안 좋은 게 당연했다.재민은 매우 침착하게 무대 위에 서서 마치 옛날 임금처럼 아래를 돌아보아 보며 사람들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특히 은우와 한스의 표정이 더 마음에 들었다.사실 재민은 무대에 오르자마자 윤아의 눈빛을 포착했고 윤아에게만 주는 부드러운 눈웃음을 지었다.아래에 있던 기자들은 재민이 웃자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래서 그의 눈길을 따라 강윤아를 발견했고, 그들은 윤아의 부른 배를 보고 단번에 윤아가 바로 권씨 가문에서 인정하지 않던 며느리임을 짐작하고 윤아를 향해 한바탕 셔터를 눌렀다.윤아가 불빛 때문에 눈을 뜨지 못하자 막 호통을 치려던 재민을 권재아가 제때 나서서 말렸다. 재아는 재민을 향해 고개를 저으며 냉정하여지라고 눈짓했다.그런 후 권아는 자리에 일어서서 웃으며 기자들을 제지했다.“기자 여러분, 우리 집 국보를 이렇게 괴롭히지 마세요. 지금 배가 이렇게 불러온 걸 보세요. 이해해 주세요.”재아의 달달한 목소리에 기자들의 뼈가 녹는 것 같았는데 그녀의 말을 듣지 않을 수 없었다.이때 윌도 나와서 원만하게 수습했다.“여러분 보세요. 태성그룹 대표님이 나오셨는데 빨리 묻고 싶은 것을 그에게 묻지 않고 다른 사람의 가족을 괴롭히고 있다면, 권재민 대표님이 화가 나서 당신들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을지도 몰라요. 심지어 당신들이 직장을 잃게 할 수도 있을 텐데 두렵지 않아요?”윌은 아이디어도 내고 협박도 함께 했다.아래에 있던 기자들은 하나같이 똑똑한 사람들이었다. 이렇게 말했으니 무슨 뜻인지 모를 리가 없었다. 기자들은 돌려 재
서다은 측도 인터넷 생중계를 통해 태성그룹이 맥스웰과의 협력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듣고 전화를 걸어 에릭을 불러들였다.에릭은 방에 들어서자마자 서다은이 쓰레기라고 꾸짖는 것을 들었다.“이 쓰레기야, 네가 해낼 수 있다고 하지 않았어? 네가 손에 못 넣으면 나를 도울 수 없어, 이렇게 하면 내가 어떻게 그에게 다가갈 수 있겠어? 나를 도울 능력이 없으면 큰소리나 치지 말지.”다은의 히스테리적인 모습을 지켜보던 에릭은 미안한 마음이 들어 다은을 품에 안으며 달래려 했다. 하지만 다은은 에릭이 그녀에게 손을 뻗자마자 강하게 에릭을 밀어냈다.“감히 나를 건드리다니, 이 쓸모없는 놈아,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를 건드리려는 거야?”에릭은 더욱 상처를 받았고 마음속으로는 권재민을 향한 질투와 원한이 더 짙어졌다. 하지만 지금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창백한 말로만 설명해야 했다.“서다은, 난 정말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 나도 권재민이 어떻게 그렇게 빨리 윌과 합의에 이룬 건지 모르겠어. 하지만 걱정하지 마, 내가 다른 기회를 찾아 그들을 상대할 거야.”다은이 계속 욕을 하려고 할 내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다은은 한 여자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퉁명스럽게 물었다.“누구세요?”그 여자는 웃으며 말했다.“나는 당신들을 도우러 왔는데 들여보내 주지 않는 거예요?”다은은 의심스러운 듯이 그녀에게 들어오라고 하며 물었다.“누구세요? 무슨 수로 저를 도와주실 건데요?”그 여자는 몸을 비틀며 방으로 들어가 소파에 바로 앉았는데 마치 이 방의 여주인인 것 같았다.“권재민은 강윤아를 가장 신경 쓰는데 두 분이 윤아를 직접 상대하면 되지 않겠어요?”다은은 이 사람의 내력을 계속 물었지만 이 여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며 신비로운 모습으로 그녀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권재아 쪽에서는 협력업체의 전화를 받은 후, 권씨 저택에서 걸려온 김소혜의 전화를 받았다.“네, 엄마, 우리 지금 집에 가는 길이에요, 곧 도착할 거예요.”권씨 저택에 도착하자 재민은
권재민은 축사를 마친 후 접대하러 내려갔다. 재민의 부인으로서 강윤아도 재민의 곁을 따라다녀야 했다.처음에는 재민이 허락하지 않고 윤아의 몸을 걱정했지만 강윤아는 고집을 부렸다.“재민 씨, 내 걱정은 하지 말아요. 저 괜찮아요. 그리고 힘들면 재민 씨에게 말할게요.”다행히 재민의 신분으로 여기저기 가서 술을 권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이 직접 와서 술을 권할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니 윤아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잠시 한숨 돌리는 틈을 타 재민에게 눈짓하자, 재민은 잔을 내려놓고 자신과 이야기를 나누러 온 윌에게 말했다.“미안해요, 윌 씨. 윤아 씨가 좀 피곤해서 제가 먼저 쉬러 데려갈 테니 무슨 일이 있으면 누나와 먼저 얘기하세요.”말을 마친 재민은 재아에게 부탁하고 윌에게 눈빛을 보냈다. 윌은 무슨 뜻인지 알아채고 재민을 향해 고맙게 웃었다.재아가 다가오자 재민이 말했다.“누나, 윤아가 피곤해서 같이 좀 쉬러 갈 테니까 윌 씨와 좀 같이 있어 줘.”말을 마치고 나서 윤아와 함께 가버렸다. 윤아는 재아에게 야유하는 눈빛을 보내며 재민을 따라 떠났다.윤아를 휴게실로 데려다주던 중 태성그룹의 중요한 고객을 만난 재민은 어쩔 수 없어 미안한 표정으로 윤아를 바라보았고, 윤아는 이해했다.“괜찮아요, 재민 씨. 나 혼자 할 수 있어요. 일이 중요해요.”호텔은 재민의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기에 그는 윤아에게 별일 없을 것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재민은 안심하고 강윤아를 혼자 휴게실로 가게 했다.휴게실에 도착한 윤아는 소파에 앉아 눈을 가늘게 뜨고 잠시 쉬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웨이터가 손에 따뜻한 우유 한 잔을 들고 들어왔다.“사모님, 이것은 권재민 대표님이 보낸 것입니다.”윤아는 피곤해서 눈도 뜨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 웨이터에게 우유를 내려놓으라고 손짓했다.윤아는 흐릿한 의식 중에 갑자기 목이 시려 눈을 떴는데 웨이터가 칼을 목에 들이대고 있는 것이 보였다.윤아는 긴장한 듯 침을 꿀꺽 삼키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종업원은
권재민이 강윤아를 안고 재빨리 아래층으로 내려가 파티장 홀을 지나자 모두 깜짝 놀라 재민에게 길을 내주었다.권재아와 김소혜는 재민이 윤아를 안고 급하게 나오는 것을 보고 급히 다가가 윤아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재민은 굳은 얼굴에 무표정하고 눈에는 약간 노기가 돌았다. 재아는 재민이 이러는 것을 보고 더는 묻지 못하고 그의 뒤를 따라 병원으로 갔다.병원에 도착했을 때 남진혁은 아직 수술 중이라 따라올 수 없었다.조금 기다렸더니 진혁이 달려왔는데 급히 오느라 수술복을 벗지 않고 있었다.재민은 진혁이 오는 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했다.진혁은 먼저 윤아의 몸에 외상이 없는지 확인한 후, 태아를 안정시키는 약을 처방하며 다른 것은 문제가 없다고 했다.진혁은 검사를 마치고 나서 재민에게 말했다.“걱정하지 마, 별일 없어, 그냥 정신을 잃었을 뿐이야. 내가 태아 안정제를 처방해 줬으니 깨면 먹여.”권재민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고, 마음도 어느 정도 안정됐다. 그는 진혁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고맙다고 말했다.진혁은 재민을 툭 치며 웃었다.“뭔 사양이야, 별일 없으면 먼저 갈게, 일이 있으면 다시 불러.”말을 마친 진혁이 몸을 돌렸다.재민은 함께 지키고 있던 재아와 소혜에게 고개를 돌려 말했다.“엄마, 누나, 먼저 들어가세요. 윤아 씨는 내가 지킬게요.”재아와 김소혜는 별일이 없는 것을 보고 안심했다.“그래, 그럼 우리는 방해하지 말고 네 할아버지를 보러 가자.”소혜는 재민의 손을 툭툭 치더니 재아를 데리고 떠났다.재민은 잠시 앉아 있다가 뒤에서 들려오는 동정을 들었는데 진혁이 윤아에게 무슨 일이 있다고 말하는 줄 알고 바로 눈살을 찌푸렸다.그러나 재민이 고개를 돌린 뒤에야 한기현이 찾아왔다는 것을 발견했다.“권재민 대표, 경호원이 집안을 수색할 때 발견한 주민등록증 두 장이야, 한 번 봐봐.”기현은 이맛살을 찌푸리며 심각한 얼굴로 재민을 바라보았다.재민은 늘 히죽거리며 웃던 기현이 엄숙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다가 가슴이
권승호를 본 후 권재민과 강윤아는 곧 돌아가려 했다.돌아가기 전에 재민은 할아버지의 담당 의사를 불렀고, 남진혁도 재민이 여기 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재민은 의사에게 몇 마디 당부하고는 윤아를 데리고 병실로 돌아갔고, 진혁은 다시 윤아에게 간단한 검사를 해주며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윤아는 기뻐하며 물었다.“그럼 집에 가도 되는 거 아니에요? 병원에 있기 싫어요.”진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러세요. 돌아가서 푹 쉬면 돼요.”윤아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재민과 함께 은찬이를 데리고 돌아갔다. 남진혁이 그들을 문까지 데려다주며 말했다.“할아버지는 내가 돌봐드리고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말고 일이 있으면 다시 전화해.”집에 돌아온 윤아는 소파에 편안히 누워 한숨을 내쉬며 평온함을 만끽했다.“그래도 집이 좋아요.”다음 날 재민이 정식으로 회사에 복귀하기 때문에 재민과 윤아는 저녁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다음 날 아침, 윤아는 재민과 함께 깨어나 함께 회사에 가고 싶다고 졸랐다.“재민 씨, 나도 당신이랑 회사에 가고 싶어요.”“윤아 씨, 당신 지금 몸이 어떤 상황인지 알잖아요. 집에서 푹 쉬어요. 착하죠?”“싫어요, 절대 재민 씨의 일을 방해하지 않을 것을 약속할게요.”“윤아 씨가 거기 앉아 있으면 내 일에 지장을 줄 거예요. 그리고 오늘 복귀하는 거라 회사에 돌아가면 일이 많을 거고 난 분명히 윤아 씨를 돌볼 수 없을 거예요. 약속해요, 내가 저녁에 일찍 돌아와서 같이 있어 줄게요.”윤아가 입술을 삐죽 내밀며 내키지 않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재민은 그녀에게 뽀뽀하고 그녀의 팔을 이불 속에 넣고 다시 이불을 위로 들어 올려 윤아에게 덮어주었다.“조금만 더 자요, 이따가 집사가 아침 먹으라고 오라고 할 거예요.”재민은 윤아의 이마에 뽀뽀하고 가버렸다.재민이 회사에 도착했을 때 회사의 임원들이 모두 회사 입구에 서서 그를 맞이하고 그의 복귀를 환영했다.“권재민 대표님, 컴백 환영합니다!”복귀 후 첫 번째 일은 회사를
강윤아라는 말에 권재아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윤아가 우리 집에 온 이후로 힘든 일을 많이 겪었고 늘 다른 사람의 타깃이 되었어요. 재민이가 너무 다른 사람의 호감을 사 그녀를 연루시킨 거죠.”“재아 씨가 지금 걱정해도 소용없어요, 재아 씨부터 잘 챙겨요.”윌은 재아의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자, 재아 씨 기분 전환하러 갔다가 나중에 우리 집에 가요.”그 말을 들은 권재아는 얼굴이 빨개졌다.“얼굴이 왜 빨개지는 거예요? 내가 옆에 있었으면 재아 씨가 좀 더 편하게 잠들 거예요.”윌은 웃으며 농담했다.재아는 얼굴이 빨갛게 상기 된 채 그를 한 대 때렸지만 거절하지 않았다.날이 저물자 바다는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겼고 이따금 파도가 아련하게 일기도 했다. 해변의 모래사장에는 간간이 등불이 있는데, 등불은 그다지 밝지 않고 군데군데 있어서 밤하늘의 별과 서로 잘 어울렸다.재아는 부드러운 모래를 밟으며 앞으로 한 걸음씩 폴짝폴짝 뛰어갔다. 귓가에 들려오는 파도 소리가 아득하고도 고요했다.윌은 재아의 뒤에서 몇 걸음 걷다가 재아가 전혀 알아채지 못하자 성큼성큼 몇 걸음 앞으로 나가 그녀의 손을 잡고 손바닥으로 감쌌다.재아는 어리둥절해 하더니 이내 두 눈이 반달 모양으로 변했다.“손잡고 싶은 거면 얘기하지 그랬어요.”재아의 표정이 너무 도도해서 윌은 눈살을 찌푸리고 손가락으로 그녀의 코끝을 긁었다.“그러게 누가 재아 씨더러 아무것도 모르래요?”술도 밥도 배불리 먹었으나 그 뒤로 딴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재아는 윌 덕분에 배불리 먹었고 지금은 기분이 너무 좋았다. 윌의 손을 잡고 있자니 따뜻한 손바닥에서 전해오는 힘에 말할 수 없는 안정감을 느꼈다.백사장을 따라 한참을 걸은 후에야 마침내 윌이 말한 그 ‘재미있는 곳’에 이르렀다.재아는 어두컴컴한 불빛 속 나무 밑에 숨어 있는 해먹에 하마터면 눈살을 찌푸릴 뻔했다.“여기가 재밌는 곳이에요?”“재미있는 곳이라고 하지 않으면 안 올 거잖아요?”윌은 미소를 지으며 먼저 올라탄
회의가 끝난 후, 권재아는 권현우가 그녀를 쉽게 보지 못하게 하려고 여전히 당당하게 걸어 나갔지만, 사무실로 돌아온 후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초조하고 어쩔 수 없는 표정을 지은 재아는 매우 낭패한 모습이었다.재아는 권재민에게 이 일을 알리려 문자를 보냈지만, 그쪽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재아는 윤기태에게도 이 일을 말했다. 기태도 분노했지만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재아가 풀이 죽은 모습을 보며 화가 났지만 재아를 먼저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대표님, 이런 결과는 대표님도 원하지 않겠지만, 정말 방법이 없잖아요. 자책하지 마세요, 권재민 대표님이 돌아오시면 분명히 이 일을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재아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기태의 위로가 전혀 소용이 없었고 재아는 여전히 괴로웠다.재아의 이런 모습을 본 기태는 더는 방해하지 않고 그녀에게 인사한 후 자리를 떴다.늦은 시간, 재아는 여전히 회사에서 일을 처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무실 문이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권재아는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만 했다.갑자기 넓은 손이 재아 앞에 다가오더니 그녀의 머리를 강제로 들어 올렸다.재아는 화를 내려다가 윌임을 발견했다. 순간 화가 난 얼굴이 미리 설정된 듯 활짝 웃는 얼굴로 바뀌었다.“아, 윌, 여긴 어쩐 일이에요? 귀국하지 않았어요? 돌아왔으면 나한테 말해주지 그랬어요. 그랬으면 내가 공항으로 데리러 갔을 텐데.”윌은 재아의 머리를 받치고 있던 손을 풀고 책상을 돌아 재아의 앞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그러는 내내 눈빛은 재아에게서 떠나지 않았다.“보고 싶어서 돌아왔어요. 알려줬으면 어떻게 서프라이즈를 해줬겠어요. 왜 이렇게 피곤한 얼굴이죠? 날 봤을 땐 화가 잔뜩 난 얼굴이었어요.”윌이 그녀 앞에 서자 재아는 윌의 허리를 끌어안고 머리를 살짝 윌의 몸에 기대며 풀이 죽은 듯 한숨을 내쉬었다.윌은 그녀가 말하고 싶지 않은 듯해 보여 더는 강요하지 않고 빨리 나가자고 재촉했다.“주차장에서 오래 기다렸는데도 안 내려와서 야근하는 거 아닌가
권재민은 강윤아의 움직임을 추적한 뒤 곧바로 현진성과 합류해 구출 계획을 논의하고 애스릭이 숨어 있는 곳으로 쳐들어가려 했다.하지만 이번에도 그들은 변장하고 다가갔다. 애스릭은 분명 그들을 경계할 것이고, 외딴 섬에서의 일을 겪었으니 애스릭의 경계와 의심이 더 강해지리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들은 반드시 만반의 계획을 세워야만 윤아를 구해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같은 시간, 국내에 있던 김소혜와 서만옥은 출국할 예정이었다.그날 기슭에 도착한 후 재민은 아이를 안배하고 나서 소혜에게 전화를 걸었다. 소혜는 발신자가 실종된 지 오래된 자기 아들이라는 것을 보고 매우 흥분했다.“재민아, 드디어 엄마한테 전화했구나. 그동안 네가 나한테 전화 안 해서 우리도 방해할 엄두가 안 났는데 너는 지금 어때? 윤아는 행방불명이야? 윤아를 구해낸 거 아니었어?”소혜는 재민의 전화가 희소식을 전하러 걸려온 것으로 생각했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재민은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민의 전화를 받은 후 마음이 매우 흥분되고 기뻤기 때문이기도 했다.재민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는 소혜의 이렇게 흥분한 말투를 들으며 차마 그녀에게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급박해서 아이를 돌볼 가족이 있어야 했다. 비록 의사가 있지만 그는 여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다.그는 이를 악물고 실정을 소혜에게 말했다.“엄마, 내 말 좀 들어봐요. 마음을 다잡고 들어요, 일이 이렇게 됐어요…… 엄마가얘기한 거랑 상황이 좀 달라요. 윤아가 처음에 구출되긴 했는데 다시 잡혀갔어요. 그동안 연락이 없었던 건 내가 계속 그 사람의 경계에 잠복해있었기 때문이에요.”재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혜가 말을 끊었다.“뭐? 구출되긴 했는데 또 잡혀갔다는 건 뭐야?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엄마, 내 말끝까지 들어봐요.”재민이 이마를 어루만졌다.“이 일은 당분간 자세히 말하기 어려워요. 제가 윤아를 데려가고 나서 자세히 말해줄게요.”
고승혁 교수가 협조를 거부했기 때문에 애스릭은 더 심하게 때렸다. 거의 몇 시간마다 가서 괴롭혔는데 매번 때리는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말로 욕했지만 고승혁 교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강윤아는 고승혁 교수가 돌아올 때마다 얼굴에 약간의 상처가 생기는 것을 보고 차마 지켜볼 수 없었다.사실, 애스릭이 매번 고승혁 교수를 데려갈 때마다 그가 입을 열어 경험을 전수해주도록 했을 뿐 매번 그를 때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고승혁 교수는 돌아올 때마다 애스릭의 부하들에게 얻어맞았다.고승혁 교수는 베티를 치료해 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들을 배신하기까지 했기 때문에 그들은 매우 원망스러웠다.“고승혁 교수님, 저 때문에 교수님이 억울한 일을 당했으니 협조하고 절 그냥 내버려 둬요.”“괜찮아요, 때리고 싶으면 때리고 욕하고 싶으면 하라고 해요. 나는 견딜 수 있어요. 나는 오히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어디까지인 보고 싶어요. 언젠가 내가 정말 견딜 수 없게 되면 자연히 그들에게 항복할 거예요. 그때 가서 윤아 씨가 나를 원망하지 말아주세요.”고승혁 교수는 손을 내저으며 개의치 않는 듯 윤아를 향해 농담까지 했다.“교수님은 이미 내 목숨을 구해줬고 내 아이를 지켜줬어요. 이것만으로도 저는 이미 교수님에게 감사해요. 교수님이 앞으로 나를 어떻게 대하든 나는 받아들일 수 있어요.”윤아는 고승혁 교수의 이런 모습을 차마 지켜볼 수 없었다.“정말 내 걱정은 안 해도 돼요. 이건 내 인생 경험의 일부일 뿐이에요. 살아서 나갈 수 있다면 밑지는 장사는 아니에요. 굴복해 연명할 수 있지만 내 양심에 어긋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아요.”고승혁 교수는 윤아가 미안한 표정을 짓자 그녀를 안심시켰다.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우리가 살아서 나갈 수 있다면 교수님의 연구원에 많이 투자할게요.”“그럼 먼저 윤아 씨에게 감사해야겠어요.”“고승혁 교수님, 우리는 함께 목숨 걸고 싸운 사이이니 그냥 저를 윤아라고 부르세요, 윤아 씨는 너무 서먹서먹해요.”윤아가 고승혁을
메리는 인큐베이터 옆에 있는 의사가 멍하니 있는 것을 보고 그를 한 번 쿡 찌르며 낮은 소리로 주의를 시키었다.“존, 사람들이 묻고 있잖아요.”“네?”존은 어리둥절하게 되물었다.권재민은 옆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다시 물었다.“내 아이의 상태가 어떤지 물었어요.”“아기는 지금 상태가 안정돼 있고 아까 그 혼란스러운 상황에도 놀라지 않았어요. 달이 차지 않아 태어났기 때문에 면역력이 좋지 않아 인큐베이터에 좀 더 있어야 할 것 같아요.”존은 마침내 반응을 보였고 무서워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재민은 가볍게 알았다고 대답하고 고개를 숙이고 인큐베이터 안의 아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는 갑자기 생명이 정말 완강하다고 느꼈다.강윤아에게 그렇게 많은 위험이 닥쳤는데도 이 아이는 이렇게 안전하고 무사하게 태어났고, 게다가 아무런 문제도 없으니 앞으로도 꿋꿋이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눈앞의 작은 아이가 이렇게 많은 일을 겪으면서도 건강할 수 있다면, 아이의 엄마 윤아는 분명 더 완강할 것이다. 그동안 많은 일을 겪었지만 윤아는 아슬아슬하게 돌아왔으니 이번에도 반드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재민은 보면 볼수록 더 반가웠고 윤아가 출산할 때 옆에 없었지만 수술실 밖에 있었으니 좀 멀지만 어떻게 보면 윤아 옆에 있은 셈이다. 다음번에는, 다음번에는 윤아 옆에 꼭 있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재민의 부드러운 표정을 보고 현진성과 한기현도 옆으로 다가가서 아기를 바라보았다.“윤아 씨를 많이 닮아서 참 예뻐. 앞으로 윤아 씨처럼 예쁘게 자랄 거야.”기현은 한참을 쳐다보았다.옆에 있던 진성은 자기도 모르게 웃으며 말했다.“태어난 지 얼마 안 됐는데 어떻게 윤아 씨와 닮은 줄 알아요? 갓난아이는 이목구비도 다 비슷비슷하고 쭈글쭈글한 모습이 늙은이 같다는 생각만 들어요. 게다가 머리카락이나 눈썹도 다 나지 않았잖아요.”“진성 씨…… 왜 그래요? 분명 윤아 씨를 닮았잖아요?”핀잔을 들은 기현은 얼굴이 빨개졌다.“재민아. 진성 씨 봐, 너의 아이가
한기현은 다시 권재민에게 전화를 걸어 그들이 숨은 곳을 알려줬지만 강윤아가 끌려갔다는 사실은 알려주지 않았다.재민은 재빨리 이곳으로 달려와 둘러보았으나 윤아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미간을 찌푸린 채 의심스러운 얼굴로 기현과 현진성을 힐끗 쳐다보았다.“기현아, 현진성 씨, 윤아 씨는요? 윤아 씨가 왜 여기에 없죠?”두 사람은 안절부절못했다. 평소 대단한 사람들이었지만 지금 재민 앞에서 감히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기현은 슬며시 진성을 쳐다보고 몰래 진성을 쿡 찔렀다. 진성은 방심하다 밀려났고 뒤를 돌아보며 기현을 노려보았지만 기현은 고개를 숙이고 더는 두 사람을 쳐다보지 않았다.“묻고 있잖아요! 윤아 씨는요? 내 아내 어디 갔어요? 당신들 윤아 씨를 어디로 데려갔어요?”재민은 두 사람의 행동을 보고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소리쳤다.진성은 미안한 표정으로 재민을 바라보며 재민에게 그가 떠난 후의 일을 대충 말했다.“권재민 대표님, 죄송합니다, 제가 윤아 씨를 제대로 돌보지 못해서 애스릭에게 빼앗겼어요. 제가 부주의했어요. 그 방에 숨으면 아무 일도 없을 줄 알았는데, 애스릭이 이렇게 교활하게 두 가지 계략을 쓸 줄은 몰랐어요.”“권재민 대표님, 지금 저를 때리고 욕해도 저 할 말이 없어요.”이 말을 들은 재민은 온몸에 살기가 피어올랐고 두 눈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진성을 노려보며 허리에서 총을 꺼내려 했다. 기현이 황급히 그런 재민을 말렸다.“재민아, 일단 흥분하지 마, 방법이 있을 거야. 같은 편이니 우릴 도울 수 있어. 게다가 인터폴이야. 너 인터폴을 죽이는 건 큰 문제가 아니지만, 윤아 씨부터 찾아야지. 지금 우리는 진성 씨가 필요해.”기현은 재민의 허리춤의 총을 쥔 손을 힘껏 눌렀다.진성도 황급히 위로했다.“권재민 대표님,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밖에 비도 오고 바람도 심해서 빨리 갈 수 없으니 아직 멀리 가지 못했을 거예요.”“게다가, 우리 배에는 위치추적 장치가 있어요. 아주 은밀한 곳에 두었으니, 그들은 분명히 찾을 수 없
한기현은 사람과 함께 현진성의 사람들을 따라 수술실의 암도 쪽으로 후퇴하기 시작했는데 길을 따라가다가 애스릭의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기현은 그들 모두가 깨끗이 떠난 줄 알고 있었는데 애스릭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사람을 남겨 그들을 몰살시킬 준비를 했을 줄은 몰랐다.기현의 눈에 갑자기 핏빛이 솟구쳐오르더니 몸을 돌볼 겨를도 없이 맨주먹으로 몇 사랑을 해치웠다. 총을 겨누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독살스러운 모습까지 보여 상대방을 놀라게 했다.그 사람들은 애스릭을 보낸 후 매우 내키지 않았다. 한바탕 뒤지고 나서 도망갈 계획이었는데, 결국 절반 정도 뒤지다가 기현 일행을 만났다. 특히 기현은 어두운 얼굴을 한 채 그들에게 원한을 품고 있는듯 보였다.그들은 원래 기현 일당과 대충 싸우려고 일부러 그들을 놓아주려 했는데 기현이 달려들어 그들 몇 사람을 쓰러 눕히자 분노가 치밀어 올라 기현 일행과 뒤엉켜 싸우기 시작했다.기현이 상대방의 생각을 알면 지금쯤 후회해 죽을지도 모른다. 몇 분 동안 아무렇게나 싸우면 될 일을 이렇게 충동적으로 또 한 번 미뤘다.몇 분 동안 싸운 후, 쌍방은 모두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기현의 왼팔이 그 무리의 두목을 누르고 있었고, 다른 한 손에는 총을 쥐고 그의 관자놀이에 총구를 겨누고 있어 쌍방이 모두 시기를 기다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기현은 그들의 타협을 기다렸고, 그 사람은 반격의 기회를 기다렸다.이 팀장은 원래 타협하려 했지만, 지금 이 지경에 이르니 승리욕이 자극되었고 지금은 고개를 숙일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머리를 숙이면 부하들이 그를 무시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목숨을 걸고라도 그는 승부를 내려고 했다.이때 폭발음이 드디어 또렷하게 들렸고 그 사람은 이때 갑자기 손을 썼다.기현은 그가 성급히 달려들 것을 예상한 듯 손을 빼 권총을 내던지고 날쌔게 상대방의 손을 잡아 그의 등 뒤로 돌렸다. 두 발은 날렵하게 그의 허리와 배를 걷어찼고 곧 사납게 그의 몸을 비틀어 앞을 가
현진성은 애스릭의 부하들이 베티를 데려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마음이 가라앉았다. 애스릭이 아직도 단념하지 않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애스릭이 베티를 포기하거나 그들과 함께 죽으려고 이 보이지 않는 장치를 작동시켰다고 생각했다.애스릭이 여전히 단념하지 않고 베티를 데려가서 부활을 꿈꾸고 있을지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렇다면 애스릭은 고승혁 교수와 강윤아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진성은 갑자기 눈꺼풀이 미친 듯이 뛰며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었다. 그때 윤아와 고승혁 교수가 숨어 있던 방에서 총소리가 났다.그는 급히 아까의 그 방으로 돌아갔다. 들어가 보니 그가 배치한 사람 중 몇 명은 상처를 입었고, 또 몇 명은 이미 의식을 잃었으며 그중 한 명은 이미 죽었는데 의사였다. 그 의사는 아기의 인큐베이터를 필사적으로 안고 있었다.진성은 그 의사의 시체를 땅에 부축하려고 했지만, 그 사람의 손이 인큐베이터 가장자리를 필사적으로 잡고 있어서 아주 많은 힘을 써서야 그 손을 쪼갰다. 진성은 겨우 옆 깨끗한 곳으로 메고 가서 그를 살며시 내려놓았다.의사를 내려놓은 진성은 돌아서서 인큐베이터 안의 아기를 살펴보았다. 아기는 인큐베이터 안에서 매우 달콤하게 자고 있었기에 조금 안심할 수 있었다.현장은 매우 혼란스러웠고 모두가 엎드려 있어서 진성은 한동안 누가 누군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는 하나하나 뒤집어 보았다. 애스릭의 사람들이 그냥 들어와서 그들을 다 죽였다고 생각했지만 고승혁 교수를 데려갔을 줄은 몰랐다.진성은 갑자기 윤아가 떠올랐다. 총소리가 그렇게 컸으니 윤아가 정신을 차리지 않았을 리 없다. 진성은 급히 모퉁이의 병상 옆으로 달려갔다.이불 속이 울퉁불퉁했다. 그는 처음에는 고승혁 교수 등이 윤아를 보호하기 위해 그녀의 얼굴을 덮었다고 생각했지만 열어보니 안에 베개가 있었다. 진성은 멍해졌다.“이 방은 밀폐되어 있는데 그들은 어디에 잡혀간 거지? 게다가 방금 내가 문 앞에서 지키고 있었으니 문으로 나갔을 리가 없어.”진성은 조급했다.갑자기
고승혁 교수는 숨을 헐떡이며 말하고는 바다 위를 바라보았다. 바다 위에 배가 한 척 있었는데 애스릭이 그 배에 있었고 많은 사람이 그들에게 총을 겨누고 있었다.고승혁 교수는 깜짝 놀라 몇 발짝 뒤로 물러서며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현진성은 그에게 대답할 방법이 없어서 그를 붙잡고 비밀 통로로 갔다.권재민도 급히 한기현에게 연락해 무슨 일인지 알아보라고 했다.그러나 신호를 받자마자 재민은 기현 쪽에서 싸우는 소리를 들었다.“기현아, 무슨 일이야?”재민은 노심초사하여 급히 물었다.“방금 그 사람들이 들이닥쳐 시스템을 파괴했어. 최선을 다해 구조했으니 지금은 30분 정도 지연될 수 있어.”“시스템 복구가 시급한데 지금 그들과 싸우는 중이라…… 도저히 손을 쓸 수가 없어.”기현은 시스템 감시실에서 애스릭의 부하들과 싸우며 관제탑에 다시 접근하지 못하게 막으면서 권재민과 이쪽의 상태를 보고했다.보고하는 과정에서 재민은 기현의 끙끙거리는 소리까지 듣고는 더욱 마음이 급해졌다.“기아현, 너는 어때? 버틸 수 있겠어? 시스템 쪽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지금은 복구할 방법이 없어. 이젠 네가 나설 차례야. 우리가 살아나갈 수 있는 시간은 안 남았어요, 재민아.”“상대편은 사람이 너무 많은데 우리 사람은 이 몇 명밖에 없어. 버티기 힘들 것 같아, 재민아, 빨리 와.”기현이 헐떡이며 소리쳤다.재민은 이 소식을 듣고 마음이 급했지만 윤아가 이쪽에 있었기에 결정하기 어려웠다. 윤아가 힘없는 사람들과 함께 있어서 매우 걱정했다.진성은 재민이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내 부하들이 애스릭의 부하들에게 습격당했고, 그자들이 통제실의 시스템을 파괴했대요. 지금 우리 부하들이 그들과 싸우고 있는데 기현이도 그들에게 얽매여 시스템을 고칠 기회가 전혀 없어요…… 나는 윤아 씨가 마음에 걸려요.”재민은 머뭇거리다가 말을 꺼냈다.“가요, 여기 내가 있을게요. 기지 안에 내 사람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