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곧 권재아는 미소를 거두고 엄숙한 표정으로 권재민을 바라보았다.“재민아, 도대체 무슨 일이야?”재아는 똑똑하고 민첩한 사람이기에 한눈에 평소와 다른 재민을 알아보았다.그 말에 재민은 한숨을 쉬더니 더 이상 누나에게 감추려 하지 않았다.“윤아를 다치게 한 사람을 조사하러 갔는데 뜻밖에도 그 사람이 권지윤과 아주 닮았어요.”재아는 깜짝 놀라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하지만…… 병원 CCTV 속 그 여자는 처음 보는 얼굴이었어. 고모랑 전혀 닮지 않았던데.”재민은 고개를 젓더니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얼굴은 전혀 닮지 않았지만, 체형이…….”재민은 말하고는 재아가 믿지 못할까 봐 핸드폰을 꺼내 그가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다.재아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그 사진을 보았다. 확실히 권지윤과 닮았지만 이 세상에 체형이 비슷한 사람은 한둘이 아니다.“재민아, 너무 긴장하지 말고 냉정하게 생각해. 아마 우연의 일치일 거야.”재아가 위로했다.재민은 비록 머리를 끄덕였지만 마음속의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았다.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남아있기에 재아는 너무 오래 머물지 않고 위로를 해준 뒤 사무실을 나섰다. 하여 재민은 혼자 사무실에 남아 깊은 고민에 잠겼다.‘그 사람은 정말 우연의 일치일 뿐일까? 그것도 이 시기에…… 너무 공교롭다.’최근 권씨 가문에는 수많은 일이 생겨 집안 분위기가 썰렁했다.권승호가 아직 입원하고 있기에 권씨 가족들은 또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하여 권건하와 김소혜는 최근 불안해하고 있다.재아가 집에 돌아왔을 때 소혜는 우울한 얼굴로 티비 앞에 앉아있었으며 딱 보아도 티비에 집중하고 있지 않는 것 같았다.“엄마, 뭘 보고 있는 거예요?”재아는 가방을 한쪽에 놓고 소혜의 곁에 다정하게 앉았다.재아가 돌아오자 소혜의 낯색도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얼굴은 여전히 피곤해 보였다.“재아야, 왔구나.”재아와 소혜는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소혜가 여전히 정신을 딴 곳에 파는 것 같아
언제 나왔는지 김소혜도 송해나가 떠나는 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았다.비록 해나 곁에 있는 안토니는 자기 아들보다 멋있지는 않지만 딱 보아도 부자 같았다.해나는 재민에게 버림받았지만 지금은 과거를 잊고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다.심지어 꽤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았다.그녀는 해나가 자신에게 비위를 맞춰주며 선물을 주고 좋은 것들을 공유해 줄 때를 떠올렸다.해나는 똑똑할 뿐만 아니라 말도 이쁘게 해 늘 자신을 즐겁게 한다.하여 해나가 자신의 며느리가 되는 것이 너무나 좋았다.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어 김소혜는 불쾌한 마음이 들었다.게다가 최근 집안일 때문에 그녀는 너무나 머리가 아팠다.시아버지가 입원했고 아들도 종래로 집에 오지 않고 남편의 낯색도 안 좋다. 하여 권씨 저택 전체가 저기압인 상태이고 소혜는 집에 있으면 병이 날 것 같았다.‘이런 상황이 도대체 언제 끝날까?’그 생각에 소혜는 쇼핑하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다.“엄마, 어디 가요?”재아도 소혜의 기분을 알아차리고 저도 모르게 해나가 떠난 방향을 힐끔 보았다.“병원.”소혜가 하이힐을 신고 자리를 떠나자 재아가 곧바로 따라갔다.“엄마, 쇼핑하기로 했잖아요?”그러자 소혜가 고개를 저었다.“쇼핑할 기분이 없어졌어.”“네.”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하여 재아와 소혜는 운전하고 병원에 권승호를 보러 갔다.최근 권씨 가문이 제일 많이 하는 일은 병원으로 달려가는 것이다.몇 사람이 번갈아 가며 승호를 돌보고 있다.재아와 소혜는 승호의 병실 문을 살며시 열었다.승호는 호흡기를 착용한 채 영양주사를 맞고 있었으며 얼굴은 창백했다.이렇게 눈을 감고 있는 승호를 보자 평소의 엄숙한 모습과 비교하니 아주 자상해 보였다.한편 승호가 며칠째 혼수상태에 빠져 일어날 기미가 없자 소혜는 걱정이 되었다.“휴.”소혜가 한숨을 쉬었다.“나랑 같이 의사한테 가자.”재아는 소혜를 따라 의사 사무실로 갔다.“선생님.”“아이고, 사모님, 아가씨.”의사는 소혜와 재아를 보자마자 곧바로
권재민은 각 지사의 시장 분석표와 기태가 만든 전체 분석표를 자세히 바라보았다.만약 각 지사의 시장 분석표만 보면 이해하기 힘들지만 기태가 만든 전체 분석표를 보니 라이온 회사는 태성 그룹을 겨냥하여 행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리고 다른 회사들도 피해를 보았지만 눈속임에 불과하다.“하.”재민이 문서를 테이블에 던지면서 어이없는 눈빛을 하였다.“눈속임.”그들이 심혈을 기울이는 걸 재민이 바보라고 이런 작은 수법조차 알아차리지 못할까?태성 그룹이 별의별 수법을 다 써봤기에 오늘 이 정도로 발전할 수 있던 것이다.이런 무식한 회사들은 정정당당하게 맞서지는 못하고 뒤에서 칼을 뽑는다.“이제 어떻게 할까요? 바로 맞설까요?”기태는 그 사람의 방법으로 그를 다스리는 것을 좋아한다.그러자 재민이 고개를 저었다.“안 급해. 일단 회사의 배후 책임자를 조사해 봐. 도대체 누가 태성 그룹과 맞서려는지 보자.”기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무실을 나섰다.이날 오후 조사 결과가 나왔다.“알아냈어?”재민은 기태가 들어오자 곧바로 조사 결과를 보고하러 왔다고 생각했다.기태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 회사의 배후 책임자는 안한스라는 사람입니다.”“안한스?”재민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는 이름이니 눈살을 찌푸렸다.“우리가 그런 사람과 계약한 적이 있어?”기태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없습니다. 하지만 오늘 발견한 것이 있어요.”“얘기해.”재민은 힐끗 쳐다보며 불평했다.“넌 요즘 왜 이렇게 자꾸 뜸을 들여? 할 말이 있으면 바로 해.”기태는 조금이라도 늦었다가 재민이 호통을 칠까 봐 다급히 말문을 열었다.“이 회사와 송씨 가문이 비밀리에 왕래가 있는 것을 발견했어요.”기태가 조사한 내용은 아주 놀라워 재민은 저도 모르게 눈을 휘둥그레 떴다.“송씨 가문?”그는 이런 일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요즘 송씨 가문은 아주 조용하다. 비록 지난번에 독설을 퍼부었지만 행동에 옮기지 않아 재민은 송씨 가문이라는 적수가 있다는 사실조차
그날 밤, 은찬은 태성 그룹에 도착했다.“아빠!”권재민의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은찬은 직접 재민의 품속으로 뛰어들었다.원래 재민은 이런 친밀한 접촉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의 인생에 강윤아와 은찬이 나타난 뒤부터 조금씩 변하게 되었다.“은찬아.”재민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은찬을 안더니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은찬은 아주 착하게 재민의 품에 안겨 애교를 부렸고 재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흐뭇한 얼굴로 은찬을 묵묵히 바라보았다.“아빠, 요즘 많이 바쁘죠?”은찬은 고개를 들어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재민을 바라보았다.재민은 조금 머뭇거렸다. 최근 윤아 일 때문에 은찬을 소홀했지만 빨리 그 일을 해결해야 윤아를 데려올 수 있다.“응.”재민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은찬은 무슨 생각이 났는지 갑자기 몸을 곧게 펴고 그와 같이 손을 내밀어 재민의 머리를 만졌다.“아빠, 고생 많았어요.”재민은 흠칫 놀랐지만 은찬의 따뜻한 행동에 저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기가 가득했다.“은찬이 착하지. 바쁜 일을 해결하면 아빠가 계속 너랑 같이 시간을 보낼 거야.”재민은 나긋나긋하게 말했다.그때 사무실을 지나던 직원들은 그 장면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재민은 늘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은찬에게 이렇게 부드럽게 대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은찬은 재민의 말을 듣더니 재민이 기대했던 표정을 짓지 않고 가볍게 눈살을 찌푸린 후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아빠는 계속 저랑 같이 시간을 보내면 안 돼요. 아빠는 할 일이 아주 많으니 시간 있을 때만 나랑 놀아주면 돼요.”그 시각 재민은 왜 윤아가 늘 은찬을 마음 아파하는지 알게 되었다. 아마도 너무 철이 들었기 때문이다.그 생각에 재민은 순간 마음이 복잡해져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는 은찬과 잠시 이야기를 나눈 후 남은 회사 일을 처리하러 갔다. 그는 은찬이 심심할까 봐 윤기태에게 은찬을 데리고 나가 놀아주라고 하려 했다.“기태야, 은찬이 심심한데 좀 데리고 나가서 놀아.”하지만 은
“사람을 보내서 잘 주시하고 반드시 주소를 알아내야 해.”송해나는 차가운 얼굴로 부하에게 분부했다.“네.”한편 재민은 은찬을 데리고 호텔에 들었다. 그날 밤 이미 일부 부하들이 주변의 이상을 감지했다.그들은 갖은 테스트를 통해 선발한 경호원이기에 작은 곤충마저 그들의 눈을 피할 수 없다.“대표님, 누군가가 우리를 미행하고 있어요.”그 말에 재민은 오히려 의외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최근 너무나 많은 일이 있었기에 재민은 이번에도 안전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를 미행한 사람들의 목적이 자신인지 윤아의 행방인지 알 수 없다.비록 자신이 몰래 윤아를 옮겼지만 병원에는 오가는 사람이 너무 많아 곧 드러날 거라고 생각했으며 너무 오래 숨기지 못할 것이다.‘하지만 어떻게 이렇게 빨리 안 것일까?’재민은 도무지 이해가 안 갔다.“알았어. 오늘 밤 잘 지키고 있어. 절대 접근하지 못하게 해. 내가 기회를 봐서 은찬을 데리고 이곳을 떠날 거야.”부하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를 떴다.그날 밤, 한 종업원이 음식 차를 밀고 방에 들어왔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나갔다.비록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재민이 종업원의 옷으로 갈아입고 은찬은 음식 차에 숨었다.이런 위장으로 두 사람은 무사히 호텔을 떠나 차에 올랐다.“아빠,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거예요?”은찬은 재민의 낯선 차림새를 보고 멍하니 물었다.그러자 재민은 외투를 벗고 기사에게 시동을 걸라고 분부한 뒤 고개를 돌려 은찬을 바라보았다.“은찬이 엄마 보고 싶다고 했잖아? 지금 엄마 보러 가자. 어때?”은찬은 흠칫 놀라더니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한 채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아빠, 너무 좋아요!”너무 기대가 되어 은찬은 차에서 좌불안석이었다. 지금 은찬의 기분이 얼마나 좋은지 짐작이 된다.한편 윤아는 재민이 은찬을 데리고 오는 사실을 몰랐다. 재민이 그녀에게 서프라이즈를 주려고 계획했다.오늘 윤아는 무슨 이유인지 자꾸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아 침대에서
권재민은 강윤아와 같이 하룻밤을 보냈다.그날 밤, 방 전체가 낭만이 가득했고 그들의 사랑이 넘쳤다.이튿날, 날이 밝기도 전에 재민은 일어났다.재민은 고개를 돌려 자신의 곁에 누운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윤아의 잠자는 모습과 일정한 호흡소리가 들리니 그 순간 재민은 마음이 너무 편했다.하지만 재민은 그녀의 잠자는 모습을 볼 시간이 많지 않다. 오늘 은찬이 경기에 참석해야 하니 그는 빨리 준비하고 은찬과 이곳을 떠나야 한다.재민은 그녀에게 다가가 키스를 하고는 너무나 아쉬운 마음에 그녀를 몇 번 더 바라보다 결국 이불에서 나와 조용히 일어났다.비록 윤아가 깰 때 자신과 은찬이 간 것을 보고 실망할지도 모르지만 재민은 윤아가 어쩌다 달콤하게 잠드는데 깨우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재민이 일어나자 윤아는 곧바로 인기척에 깨어났다.“재민 씨?”윤아는 방금 잠에서 깬 눈으로 앉아있는 재민을 바라보면서 살며시 불렀다.비록 윤아는 요즘 잘 자지만 깊게 잠들지 못해 조금의 소리에도 쉽게 깬다.“깼어요?”재민이 고개를 돌리자 윤아는 이미 눈을 뜨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아주 조심스럽게 행동했지만 결국 자신이 윤아를 깨웠다.“몇 시예요?”윤아가 방향을 바꿔 누웠다.“4시가 좀 넘었어요.”재민은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시계를 보면서 말했다.“화장실 가는 거예요?”재민은 윤아의 이불을 덮어주며 대답했다.“아니에요. 은찬을 깨워 준비하고 떠나야 해요.”“뭐라고요?”윤아는 원래 잠결이었는데 재민의 말을 듣고 눈을 번쩍 뜨고 벌떡 앉았다.“간다고요?”재민은 아련한 눈빛으로 윤아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오늘 은찬이 경기에 참석해요. 너무 늦게 가면 다른 사람이 발견할까 봐 빨리 가는 거예요.”윤아는 그제야 재민과 은찬이 오늘 몰래 온 것이 생각났다. 행복도 빨리 오고 이별도 빨리 올 줄은 몰랐다. 그녀는 순간 실망한 마음에 눈앞이 어두워지는 것 같았다.그러자 재민이 따뜻한 손을 내밀어 윤아의 볼을 어루만졌다.“또 올 거니
이번에는 재민도 아버지로서의 직책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경기장에 들어서자 담당자가 경기 과정이 적힌 작은 책을 재민에게 나눠줬다.재민은 설명서에 따라 먼저 은찬을 데리고 빨간색 지붕으로 된 곳에 가서 출석 체크부터 하고 번호를 뽑았다.모든 걸 마친 뒤 경기 시작 시간이 조금 남아 재민은 은찬의 긴장을 풀어주려고 같이 주변을 돌아다녔다.재민은 한 바퀴 둘러보았는데 은찬이 그 중에서 나이가 가장 어린 것 같았다.“은찬아, 네가 제일 작은 것 같은데?”재민은 은찬이 겁을 먹은 건지 살펴보았다.“네.”은찬도 알아차렸다.재민이 싱긋 웃자 아이를 따라온 엄마들은 한눈에 반할 뻔했다.“겁나지 않아?”은찬은 고개를 저었다.“아빠, 제가 어리다고 해서 실력이 없다고 생각하면 안 돼요. 선생님이 말씀하셨는데 실력에는 나이가 중요하지 않대요.”“하하.”아들이 이렇게 말하자 재민은 은찬이 미래가 있는 아이라고 생각하며 기뻐했다.“네 말이 맞아. 이번에는 어떤 성적을 거두고 싶어?”은찬은 잠시 고민했다.“아빠, 이번에는 기대하지 않아요. 단지 연습이라고 생각해요.”사실 이것들은 e스포츠를 하는 것과 같다.만약 그냥 집에서 연습만 한다면, 자신의 부족함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경기를 통해 다른 사람과 경쟁해야만 자신의 부족함을 발견하고 진보할 수 있다.“그래, 참 괜찮은 생각이야.”재민은 은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아빠가 응원할게.”두 사람은 시간이 거의 되자 경기장에 가서 대기했다.시합 전에 주최 측은 이미 같은 분야의 선수를 분리했다. 이렇게 해야만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이 있다.경기는 모두 두 경기로 나뉘는데, 두 경기의 점수를 합쳐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자는 이번 경기의 우승자이다.첫 번째는 주최 측이 준비한 스티커를 누가 제일 잘 사하는지 보는 것이다.제일 처음 서예를 시작할 때 모사부터 시작한다. 서예자의 의도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 레벨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두 번째는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글자를 쓰는 것이며 마음
비록 강윤아는 은찬과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아주 시간이 오래 지난 것 같았고 아마도 그리운 느낌인 것 같았다.그 시각 멍때리던 윤아는 갑자기 벨 소리가 울려 핸드폰을 보니 은찬이 자신에게 영상통화를 건 것이다.핸드폰을 보자 윤아는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으며 정말 호흡이 맞다고 생각했다.그녀도 마침 은찬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은찬이 곧바로 전화를 건 것이다.“은찬아.”윤아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은찬을 자세하게 바라보았으며 마치 가장 소중한 보물인 것 같았다.그렇다, 사실이다.“엄마, 저 오늘 경기에서 순위에 들지 못했어요.”그 생각에 은찬은 조금 실망한 기색을 드러냈다.윤아도 덩달아 흠칫 놀랐다. 그녀는 은찬이 반드시 좋은 성적을 따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았던 실력 있는 선수들이 모두 참석하는 경기이기에 어린 나이인 은찬이 순위에 들지 못하는 것도 정상이다.그녀가 은찬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고민하던 그때 은찬의 표정이 다시 밝아졌다.“하지만 아주 대단하신 대가가 저를 제자로 삼겠대요! 엄마, 저는 반드시 더 진보할 거예요.”은찬은 눈빛이 반짝반짝 빛났으며 작은 주먹을 꼭 쥐더니 아주 자신이 넘쳐 보였다.“정말 잘됐어.”윤아도 덩달아 활짝 웃었다.“그럼 우리 은찬이 스승님을 따라 잘 공부해야겠네.”“네.”은찬은 아주 자신 넘치게 고개를 끄덕였다.“다음에도 경기에 참석할 기회가 있으면 더 노력할 거예요.”윤아는 흐뭇한 눈빛으로 은찬을 바라보았다. 아이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랐다.‘만약 은찬이 다음에도 좌절한다면…….’하지만 윤아는 이내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은찬이 자신감 넘치는 모습인데 자신이 나쁜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그녀는 은찬과 한참 이야기를 나눈 뒤, 어느새 귀여운 얼굴이 재민으로 대체되었다.“윤아 씨.”재민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리자 윤아는 저도 모르게 얼굴이 발그레해졌고 재민과 눈을 마주치자 이상하게 아
강윤아라는 말에 권재아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윤아가 우리 집에 온 이후로 힘든 일을 많이 겪었고 늘 다른 사람의 타깃이 되었어요. 재민이가 너무 다른 사람의 호감을 사 그녀를 연루시킨 거죠.”“재아 씨가 지금 걱정해도 소용없어요, 재아 씨부터 잘 챙겨요.”윌은 재아의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자, 재아 씨 기분 전환하러 갔다가 나중에 우리 집에 가요.”그 말을 들은 권재아는 얼굴이 빨개졌다.“얼굴이 왜 빨개지는 거예요? 내가 옆에 있었으면 재아 씨가 좀 더 편하게 잠들 거예요.”윌은 웃으며 농담했다.재아는 얼굴이 빨갛게 상기 된 채 그를 한 대 때렸지만 거절하지 않았다.날이 저물자 바다는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겼고 이따금 파도가 아련하게 일기도 했다. 해변의 모래사장에는 간간이 등불이 있는데, 등불은 그다지 밝지 않고 군데군데 있어서 밤하늘의 별과 서로 잘 어울렸다.재아는 부드러운 모래를 밟으며 앞으로 한 걸음씩 폴짝폴짝 뛰어갔다. 귓가에 들려오는 파도 소리가 아득하고도 고요했다.윌은 재아의 뒤에서 몇 걸음 걷다가 재아가 전혀 알아채지 못하자 성큼성큼 몇 걸음 앞으로 나가 그녀의 손을 잡고 손바닥으로 감쌌다.재아는 어리둥절해 하더니 이내 두 눈이 반달 모양으로 변했다.“손잡고 싶은 거면 얘기하지 그랬어요.”재아의 표정이 너무 도도해서 윌은 눈살을 찌푸리고 손가락으로 그녀의 코끝을 긁었다.“그러게 누가 재아 씨더러 아무것도 모르래요?”술도 밥도 배불리 먹었으나 그 뒤로 딴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재아는 윌 덕분에 배불리 먹었고 지금은 기분이 너무 좋았다. 윌의 손을 잡고 있자니 따뜻한 손바닥에서 전해오는 힘에 말할 수 없는 안정감을 느꼈다.백사장을 따라 한참을 걸은 후에야 마침내 윌이 말한 그 ‘재미있는 곳’에 이르렀다.재아는 어두컴컴한 불빛 속 나무 밑에 숨어 있는 해먹에 하마터면 눈살을 찌푸릴 뻔했다.“여기가 재밌는 곳이에요?”“재미있는 곳이라고 하지 않으면 안 올 거잖아요?”윌은 미소를 지으며 먼저 올라탄
회의가 끝난 후, 권재아는 권현우가 그녀를 쉽게 보지 못하게 하려고 여전히 당당하게 걸어 나갔지만, 사무실로 돌아온 후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초조하고 어쩔 수 없는 표정을 지은 재아는 매우 낭패한 모습이었다.재아는 권재민에게 이 일을 알리려 문자를 보냈지만, 그쪽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재아는 윤기태에게도 이 일을 말했다. 기태도 분노했지만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재아가 풀이 죽은 모습을 보며 화가 났지만 재아를 먼저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대표님, 이런 결과는 대표님도 원하지 않겠지만, 정말 방법이 없잖아요. 자책하지 마세요, 권재민 대표님이 돌아오시면 분명히 이 일을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재아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기태의 위로가 전혀 소용이 없었고 재아는 여전히 괴로웠다.재아의 이런 모습을 본 기태는 더는 방해하지 않고 그녀에게 인사한 후 자리를 떴다.늦은 시간, 재아는 여전히 회사에서 일을 처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무실 문이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권재아는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만 했다.갑자기 넓은 손이 재아 앞에 다가오더니 그녀의 머리를 강제로 들어 올렸다.재아는 화를 내려다가 윌임을 발견했다. 순간 화가 난 얼굴이 미리 설정된 듯 활짝 웃는 얼굴로 바뀌었다.“아, 윌, 여긴 어쩐 일이에요? 귀국하지 않았어요? 돌아왔으면 나한테 말해주지 그랬어요. 그랬으면 내가 공항으로 데리러 갔을 텐데.”윌은 재아의 머리를 받치고 있던 손을 풀고 책상을 돌아 재아의 앞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그러는 내내 눈빛은 재아에게서 떠나지 않았다.“보고 싶어서 돌아왔어요. 알려줬으면 어떻게 서프라이즈를 해줬겠어요. 왜 이렇게 피곤한 얼굴이죠? 날 봤을 땐 화가 잔뜩 난 얼굴이었어요.”윌이 그녀 앞에 서자 재아는 윌의 허리를 끌어안고 머리를 살짝 윌의 몸에 기대며 풀이 죽은 듯 한숨을 내쉬었다.윌은 그녀가 말하고 싶지 않은 듯해 보여 더는 강요하지 않고 빨리 나가자고 재촉했다.“주차장에서 오래 기다렸는데도 안 내려와서 야근하는 거 아닌가
권재민은 강윤아의 움직임을 추적한 뒤 곧바로 현진성과 합류해 구출 계획을 논의하고 애스릭이 숨어 있는 곳으로 쳐들어가려 했다.하지만 이번에도 그들은 변장하고 다가갔다. 애스릭은 분명 그들을 경계할 것이고, 외딴 섬에서의 일을 겪었으니 애스릭의 경계와 의심이 더 강해지리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들은 반드시 만반의 계획을 세워야만 윤아를 구해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같은 시간, 국내에 있던 김소혜와 서만옥은 출국할 예정이었다.그날 기슭에 도착한 후 재민은 아이를 안배하고 나서 소혜에게 전화를 걸었다. 소혜는 발신자가 실종된 지 오래된 자기 아들이라는 것을 보고 매우 흥분했다.“재민아, 드디어 엄마한테 전화했구나. 그동안 네가 나한테 전화 안 해서 우리도 방해할 엄두가 안 났는데 너는 지금 어때? 윤아는 행방불명이야? 윤아를 구해낸 거 아니었어?”소혜는 재민의 전화가 희소식을 전하러 걸려온 것으로 생각했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재민은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민의 전화를 받은 후 마음이 매우 흥분되고 기뻤기 때문이기도 했다.재민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는 소혜의 이렇게 흥분한 말투를 들으며 차마 그녀에게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급박해서 아이를 돌볼 가족이 있어야 했다. 비록 의사가 있지만 그는 여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다.그는 이를 악물고 실정을 소혜에게 말했다.“엄마, 내 말 좀 들어봐요. 마음을 다잡고 들어요, 일이 이렇게 됐어요…… 엄마가얘기한 거랑 상황이 좀 달라요. 윤아가 처음에 구출되긴 했는데 다시 잡혀갔어요. 그동안 연락이 없었던 건 내가 계속 그 사람의 경계에 잠복해있었기 때문이에요.”재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혜가 말을 끊었다.“뭐? 구출되긴 했는데 또 잡혀갔다는 건 뭐야?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엄마, 내 말끝까지 들어봐요.”재민이 이마를 어루만졌다.“이 일은 당분간 자세히 말하기 어려워요. 제가 윤아를 데려가고 나서 자세히 말해줄게요.”
고승혁 교수가 협조를 거부했기 때문에 애스릭은 더 심하게 때렸다. 거의 몇 시간마다 가서 괴롭혔는데 매번 때리는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말로 욕했지만 고승혁 교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강윤아는 고승혁 교수가 돌아올 때마다 얼굴에 약간의 상처가 생기는 것을 보고 차마 지켜볼 수 없었다.사실, 애스릭이 매번 고승혁 교수를 데려갈 때마다 그가 입을 열어 경험을 전수해주도록 했을 뿐 매번 그를 때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고승혁 교수는 돌아올 때마다 애스릭의 부하들에게 얻어맞았다.고승혁 교수는 베티를 치료해 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들을 배신하기까지 했기 때문에 그들은 매우 원망스러웠다.“고승혁 교수님, 저 때문에 교수님이 억울한 일을 당했으니 협조하고 절 그냥 내버려 둬요.”“괜찮아요, 때리고 싶으면 때리고 욕하고 싶으면 하라고 해요. 나는 견딜 수 있어요. 나는 오히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어디까지인 보고 싶어요. 언젠가 내가 정말 견딜 수 없게 되면 자연히 그들에게 항복할 거예요. 그때 가서 윤아 씨가 나를 원망하지 말아주세요.”고승혁 교수는 손을 내저으며 개의치 않는 듯 윤아를 향해 농담까지 했다.“교수님은 이미 내 목숨을 구해줬고 내 아이를 지켜줬어요. 이것만으로도 저는 이미 교수님에게 감사해요. 교수님이 앞으로 나를 어떻게 대하든 나는 받아들일 수 있어요.”윤아는 고승혁 교수의 이런 모습을 차마 지켜볼 수 없었다.“정말 내 걱정은 안 해도 돼요. 이건 내 인생 경험의 일부일 뿐이에요. 살아서 나갈 수 있다면 밑지는 장사는 아니에요. 굴복해 연명할 수 있지만 내 양심에 어긋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아요.”고승혁 교수는 윤아가 미안한 표정을 짓자 그녀를 안심시켰다.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우리가 살아서 나갈 수 있다면 교수님의 연구원에 많이 투자할게요.”“그럼 먼저 윤아 씨에게 감사해야겠어요.”“고승혁 교수님, 우리는 함께 목숨 걸고 싸운 사이이니 그냥 저를 윤아라고 부르세요, 윤아 씨는 너무 서먹서먹해요.”윤아가 고승혁을
메리는 인큐베이터 옆에 있는 의사가 멍하니 있는 것을 보고 그를 한 번 쿡 찌르며 낮은 소리로 주의를 시키었다.“존, 사람들이 묻고 있잖아요.”“네?”존은 어리둥절하게 되물었다.권재민은 옆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다시 물었다.“내 아이의 상태가 어떤지 물었어요.”“아기는 지금 상태가 안정돼 있고 아까 그 혼란스러운 상황에도 놀라지 않았어요. 달이 차지 않아 태어났기 때문에 면역력이 좋지 않아 인큐베이터에 좀 더 있어야 할 것 같아요.”존은 마침내 반응을 보였고 무서워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재민은 가볍게 알았다고 대답하고 고개를 숙이고 인큐베이터 안의 아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는 갑자기 생명이 정말 완강하다고 느꼈다.강윤아에게 그렇게 많은 위험이 닥쳤는데도 이 아이는 이렇게 안전하고 무사하게 태어났고, 게다가 아무런 문제도 없으니 앞으로도 꿋꿋이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눈앞의 작은 아이가 이렇게 많은 일을 겪으면서도 건강할 수 있다면, 아이의 엄마 윤아는 분명 더 완강할 것이다. 그동안 많은 일을 겪었지만 윤아는 아슬아슬하게 돌아왔으니 이번에도 반드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재민은 보면 볼수록 더 반가웠고 윤아가 출산할 때 옆에 없었지만 수술실 밖에 있었으니 좀 멀지만 어떻게 보면 윤아 옆에 있은 셈이다. 다음번에는, 다음번에는 윤아 옆에 꼭 있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재민의 부드러운 표정을 보고 현진성과 한기현도 옆으로 다가가서 아기를 바라보았다.“윤아 씨를 많이 닮아서 참 예뻐. 앞으로 윤아 씨처럼 예쁘게 자랄 거야.”기현은 한참을 쳐다보았다.옆에 있던 진성은 자기도 모르게 웃으며 말했다.“태어난 지 얼마 안 됐는데 어떻게 윤아 씨와 닮은 줄 알아요? 갓난아이는 이목구비도 다 비슷비슷하고 쭈글쭈글한 모습이 늙은이 같다는 생각만 들어요. 게다가 머리카락이나 눈썹도 다 나지 않았잖아요.”“진성 씨…… 왜 그래요? 분명 윤아 씨를 닮았잖아요?”핀잔을 들은 기현은 얼굴이 빨개졌다.“재민아. 진성 씨 봐, 너의 아이가
한기현은 다시 권재민에게 전화를 걸어 그들이 숨은 곳을 알려줬지만 강윤아가 끌려갔다는 사실은 알려주지 않았다.재민은 재빨리 이곳으로 달려와 둘러보았으나 윤아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미간을 찌푸린 채 의심스러운 얼굴로 기현과 현진성을 힐끗 쳐다보았다.“기현아, 현진성 씨, 윤아 씨는요? 윤아 씨가 왜 여기에 없죠?”두 사람은 안절부절못했다. 평소 대단한 사람들이었지만 지금 재민 앞에서 감히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기현은 슬며시 진성을 쳐다보고 몰래 진성을 쿡 찔렀다. 진성은 방심하다 밀려났고 뒤를 돌아보며 기현을 노려보았지만 기현은 고개를 숙이고 더는 두 사람을 쳐다보지 않았다.“묻고 있잖아요! 윤아 씨는요? 내 아내 어디 갔어요? 당신들 윤아 씨를 어디로 데려갔어요?”재민은 두 사람의 행동을 보고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소리쳤다.진성은 미안한 표정으로 재민을 바라보며 재민에게 그가 떠난 후의 일을 대충 말했다.“권재민 대표님, 죄송합니다, 제가 윤아 씨를 제대로 돌보지 못해서 애스릭에게 빼앗겼어요. 제가 부주의했어요. 그 방에 숨으면 아무 일도 없을 줄 알았는데, 애스릭이 이렇게 교활하게 두 가지 계략을 쓸 줄은 몰랐어요.”“권재민 대표님, 지금 저를 때리고 욕해도 저 할 말이 없어요.”이 말을 들은 재민은 온몸에 살기가 피어올랐고 두 눈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진성을 노려보며 허리에서 총을 꺼내려 했다. 기현이 황급히 그런 재민을 말렸다.“재민아, 일단 흥분하지 마, 방법이 있을 거야. 같은 편이니 우릴 도울 수 있어. 게다가 인터폴이야. 너 인터폴을 죽이는 건 큰 문제가 아니지만, 윤아 씨부터 찾아야지. 지금 우리는 진성 씨가 필요해.”기현은 재민의 허리춤의 총을 쥔 손을 힘껏 눌렀다.진성도 황급히 위로했다.“권재민 대표님,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밖에 비도 오고 바람도 심해서 빨리 갈 수 없으니 아직 멀리 가지 못했을 거예요.”“게다가, 우리 배에는 위치추적 장치가 있어요. 아주 은밀한 곳에 두었으니, 그들은 분명히 찾을 수 없
한기현은 사람과 함께 현진성의 사람들을 따라 수술실의 암도 쪽으로 후퇴하기 시작했는데 길을 따라가다가 애스릭의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기현은 그들 모두가 깨끗이 떠난 줄 알고 있었는데 애스릭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사람을 남겨 그들을 몰살시킬 준비를 했을 줄은 몰랐다.기현의 눈에 갑자기 핏빛이 솟구쳐오르더니 몸을 돌볼 겨를도 없이 맨주먹으로 몇 사랑을 해치웠다. 총을 겨누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독살스러운 모습까지 보여 상대방을 놀라게 했다.그 사람들은 애스릭을 보낸 후 매우 내키지 않았다. 한바탕 뒤지고 나서 도망갈 계획이었는데, 결국 절반 정도 뒤지다가 기현 일행을 만났다. 특히 기현은 어두운 얼굴을 한 채 그들에게 원한을 품고 있는듯 보였다.그들은 원래 기현 일당과 대충 싸우려고 일부러 그들을 놓아주려 했는데 기현이 달려들어 그들 몇 사람을 쓰러 눕히자 분노가 치밀어 올라 기현 일행과 뒤엉켜 싸우기 시작했다.기현이 상대방의 생각을 알면 지금쯤 후회해 죽을지도 모른다. 몇 분 동안 아무렇게나 싸우면 될 일을 이렇게 충동적으로 또 한 번 미뤘다.몇 분 동안 싸운 후, 쌍방은 모두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기현의 왼팔이 그 무리의 두목을 누르고 있었고, 다른 한 손에는 총을 쥐고 그의 관자놀이에 총구를 겨누고 있어 쌍방이 모두 시기를 기다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기현은 그들의 타협을 기다렸고, 그 사람은 반격의 기회를 기다렸다.이 팀장은 원래 타협하려 했지만, 지금 이 지경에 이르니 승리욕이 자극되었고 지금은 고개를 숙일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머리를 숙이면 부하들이 그를 무시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목숨을 걸고라도 그는 승부를 내려고 했다.이때 폭발음이 드디어 또렷하게 들렸고 그 사람은 이때 갑자기 손을 썼다.기현은 그가 성급히 달려들 것을 예상한 듯 손을 빼 권총을 내던지고 날쌔게 상대방의 손을 잡아 그의 등 뒤로 돌렸다. 두 발은 날렵하게 그의 허리와 배를 걷어찼고 곧 사납게 그의 몸을 비틀어 앞을 가
현진성은 애스릭의 부하들이 베티를 데려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마음이 가라앉았다. 애스릭이 아직도 단념하지 않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애스릭이 베티를 포기하거나 그들과 함께 죽으려고 이 보이지 않는 장치를 작동시켰다고 생각했다.애스릭이 여전히 단념하지 않고 베티를 데려가서 부활을 꿈꾸고 있을지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렇다면 애스릭은 고승혁 교수와 강윤아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진성은 갑자기 눈꺼풀이 미친 듯이 뛰며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었다. 그때 윤아와 고승혁 교수가 숨어 있던 방에서 총소리가 났다.그는 급히 아까의 그 방으로 돌아갔다. 들어가 보니 그가 배치한 사람 중 몇 명은 상처를 입었고, 또 몇 명은 이미 의식을 잃었으며 그중 한 명은 이미 죽었는데 의사였다. 그 의사는 아기의 인큐베이터를 필사적으로 안고 있었다.진성은 그 의사의 시체를 땅에 부축하려고 했지만, 그 사람의 손이 인큐베이터 가장자리를 필사적으로 잡고 있어서 아주 많은 힘을 써서야 그 손을 쪼갰다. 진성은 겨우 옆 깨끗한 곳으로 메고 가서 그를 살며시 내려놓았다.의사를 내려놓은 진성은 돌아서서 인큐베이터 안의 아기를 살펴보았다. 아기는 인큐베이터 안에서 매우 달콤하게 자고 있었기에 조금 안심할 수 있었다.현장은 매우 혼란스러웠고 모두가 엎드려 있어서 진성은 한동안 누가 누군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는 하나하나 뒤집어 보았다. 애스릭의 사람들이 그냥 들어와서 그들을 다 죽였다고 생각했지만 고승혁 교수를 데려갔을 줄은 몰랐다.진성은 갑자기 윤아가 떠올랐다. 총소리가 그렇게 컸으니 윤아가 정신을 차리지 않았을 리 없다. 진성은 급히 모퉁이의 병상 옆으로 달려갔다.이불 속이 울퉁불퉁했다. 그는 처음에는 고승혁 교수 등이 윤아를 보호하기 위해 그녀의 얼굴을 덮었다고 생각했지만 열어보니 안에 베개가 있었다. 진성은 멍해졌다.“이 방은 밀폐되어 있는데 그들은 어디에 잡혀간 거지? 게다가 방금 내가 문 앞에서 지키고 있었으니 문으로 나갔을 리가 없어.”진성은 조급했다.갑자기
고승혁 교수는 숨을 헐떡이며 말하고는 바다 위를 바라보았다. 바다 위에 배가 한 척 있었는데 애스릭이 그 배에 있었고 많은 사람이 그들에게 총을 겨누고 있었다.고승혁 교수는 깜짝 놀라 몇 발짝 뒤로 물러서며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현진성은 그에게 대답할 방법이 없어서 그를 붙잡고 비밀 통로로 갔다.권재민도 급히 한기현에게 연락해 무슨 일인지 알아보라고 했다.그러나 신호를 받자마자 재민은 기현 쪽에서 싸우는 소리를 들었다.“기현아, 무슨 일이야?”재민은 노심초사하여 급히 물었다.“방금 그 사람들이 들이닥쳐 시스템을 파괴했어. 최선을 다해 구조했으니 지금은 30분 정도 지연될 수 있어.”“시스템 복구가 시급한데 지금 그들과 싸우는 중이라…… 도저히 손을 쓸 수가 없어.”기현은 시스템 감시실에서 애스릭의 부하들과 싸우며 관제탑에 다시 접근하지 못하게 막으면서 권재민과 이쪽의 상태를 보고했다.보고하는 과정에서 재민은 기현의 끙끙거리는 소리까지 듣고는 더욱 마음이 급해졌다.“기아현, 너는 어때? 버틸 수 있겠어? 시스템 쪽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지금은 복구할 방법이 없어. 이젠 네가 나설 차례야. 우리가 살아나갈 수 있는 시간은 안 남았어요, 재민아.”“상대편은 사람이 너무 많은데 우리 사람은 이 몇 명밖에 없어. 버티기 힘들 것 같아, 재민아, 빨리 와.”기현이 헐떡이며 소리쳤다.재민은 이 소식을 듣고 마음이 급했지만 윤아가 이쪽에 있었기에 결정하기 어려웠다. 윤아가 힘없는 사람들과 함께 있어서 매우 걱정했다.진성은 재민이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내 부하들이 애스릭의 부하들에게 습격당했고, 그자들이 통제실의 시스템을 파괴했대요. 지금 우리 부하들이 그들과 싸우고 있는데 기현이도 그들에게 얽매여 시스템을 고칠 기회가 전혀 없어요…… 나는 윤아 씨가 마음에 걸려요.”재민은 머뭇거리다가 말을 꺼냈다.“가요, 여기 내가 있을게요. 기지 안에 내 사람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