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훈병원, 316호 병실.“사모님, 필요하신 물건 다 챙겨왔습니다.” 창호는 조심스럽게 윤슬의 병상 옆 테이블에 가방을 내려놓았다. 파우치, 태블릿, 충전기... 윤슬이 요청한 목록을 빠짐없이 가져온 상태였다.“감사해요, 이 비서님. 멀리까지 오느라 고생하셨어요. 제가 송금한 교통비는 꼭 받으세요.” 윤슬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이 와중에도 매너를 잃지 않는구나... 진짜 사람 자체가 다르다.’ 창호는 속으로 감탄하며 고개를 숙였다.“사모님, 과찬이세요. 사모님을 돕는 건 제 역할인걸요.” “사실...
하지만 신아의 미소는 오래가지 않았다.단지 메시지 목록만 봤을 뿐인데, 가장 위에서 두 번째 대화창의 시간이 신아의 올라갔던 입꼬리를 다시 무겁게 가라앉게 했다. 그리고 표정이 서서히 싸늘하게 굳어갔다.오후 5시 57분.레스토랑으로 오던 길, 딱 그 시간이었다.채팅창을 터치하자, 예전 메시지는 모두 삭제되어 있었다. 남아 있는 건 단 두 개. 강현이 먼저 보낸 메시지였다.[무슨 일이야?] [됐어.]신아는 통화 기록으로 창을 바꿨다. 제일 위엔 윤슬의 이름이 있었다. 역시나 강현이 먼저 건 전화... 통화
성훈병원, 316호 병실.손에 감을 익히기 위해, 윤슬은 태블렛 앞에 몸을 기울이고 조용히 드로잉 연습에 몰두하고 있었다.그런데, 옆에 두었던 핸드폰이 진동했다. 무심히 화면을 본 윤슬은 이내 표정 하나 없이 핸드폰을 다시 내려놓았다.전화는 40초 만에 끊겼다. 이제 그만하겠지 싶었는데, 곧바로 또 걸려 왔다. 그리고 세 번째, 네 번째. 강현은 아침에 백통 가까이 전화를 걸어댔던 그 끈질김을 다시 보여주고 있었다.‘지금은 또 뭐 때문에 전화야? 설마... 저녁밥 하라고?’ ‘아니, 입원한 거 알면서.’혹
질투심이 미친 듯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더 늦기 전에, 신아는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결심했다.병실 안.윤슬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강현이 마지막에 했던 말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은행 앱을 열었다.새로 도착한 알림 하나. 강현이 보낸 송금 메시지였다.3천만 원. 메모엔 ‘수술비’라고 적혀 있었다.윤슬은 망설임도 없이 바로 다시 돌려줬다. ‘지금 안 돌려주면, 나중에 이혼할 때 다시 토해내라고 하겠지. 부강현은 그런 놈이니까.’...패션쇼장 1열.강현은 윤슬이 송금을 거절한 걸 확인하고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 밤 쇼와 관련해서 손실 생긴다면, 직접 제 비서 이창호 씨에게 연락해 주십시오.”강현이 단호하게 말했다.박승무의 눈이 순간 반짝였다. ‘이래서 난 부강현 대표 스타일이 좋아. 칼같이, 시원시원하게.’그는 바로 웃으며 말했다. “아니요, 손해는 전혀 없습니다. 원래 저희는 돌발상황을 감안해야 하기도 하고요.신아 씨만 회복된다면, 쇼 무대는 언제든 그대로 열려 있을 겁니다.”강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명함을 건넸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신아를 부축하려 다가갔다.하지만 신아는 또다시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고, 강현은
“그럼 어떡해... 내 신분증도 다 가방에 있는데, 다른 호텔도 못 가...” 신아가 망연하게 말했다. “우리 집으로 가자.” 강현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신아는 잠시 멈칫하더니, 고개를 숙이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건 좀... 나 때문에 또 윤슬이랑 싸우는 건 싫어...” “소윤슬이 뭔 상관이야. 그 집은 내 집이야. 누굴 들이든 내 마음이지.” 강현의 말투엔 단호함이 묻어 있었다. 신아는 그 말을 듣고, 아직 눈물 자국이 남아 있는 얼굴로 머뭇거리다가, 결국 강현이 이끄는 대로 따라나섰다. 엘
그 생각에 닿자, 윤슬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때 그냥 찢어서 태워버릴걸... 왜 그걸 고이 모셔놨냐고, 내가.’ 하지만 곧, 그 일기장이 서랍 안에 자물쇠로 잠겨 있다는 게 떠올랐다. ‘다행히... 신아가 열 순 없겠지.’ 마음을 다시 다잡고 핸드폰을 끄려던 순간, 새로운 푸시 알림 하나가 화면 위로 튀어 올랐다. 제목은 눈에 띄게 굵은 글씨로 떠 있었다. [최고의 명문가인 부씨 가문의 황태자,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런웨이에 깜짝 등장!!] 윤슬의 시선이 제목에서 멈췄다. ‘부씨 가문의 황태자라면
강현은 신아를 조심스럽게 일으켜 세웠다. 그 순간, 신아의 어깨끈이 흘러내렸다. 강현의 눈에 들어온 건, 옅게 드러난 쇄골 아래로 이어진 아찔한 여자의 곡선이며, 거기엔 분명 어젯밤 자신이 남긴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지금 신아가 입고 있는 그 옷도... 너무나 익숙했다. 바로 윤슬의 옷이었다. ‘마치 소윤슬 앞에서 바람피우는 기분이야.’ 강현은 손끝에 힘이 빠지는 걸 느꼈고, 급히 시선을 돌려버렸다. “강현아... 내 왼손 좀 잡아줄래? 세수 좀 하고 싶어서...” 신아가 고개를 살짝
‘대표님... 분명 사모님을 신경 쓰시잖아. 그런데 왜 또 한신아 씨랑 같이 있고, 집에까지 들이신 거야... 대체 무슨 생각이지?’ 창호는 강현의 이중적인 태도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영양식을 주문해 뒀지만, 한 가지는 일부러 말하지 않았다.그것은 바로 부씨 가문에서 보낸 거라고만 할 뿐, 강현의 이름은 언급하지 않은 것.‘괜히 부 대표님 이름 꺼냈다가는 사모님이 통째로 버릴 수도 있으니까.’ 창호는 그런 불안함에 말끝을 흐렸다. 병원.윤슬은 조용히 병실 식탁에 놓인 영양식을 한 숟갈 떠먹었다. ‘
신아는 슬그머니 웃으며 자기 매니저 향해 말했다. “짐은 저쪽 방으로 옮겨주세요. 옷장은 그 안쪽에 있을 거예요.” 비록 안방은 아니지만, 윤슬을 그 방에서 내쫓은 것만으로도 꽤 만족스러웠다. ‘어차피 소윤슬은 이제 이 집 사람이 아니니까.’ 그때, 강현이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방 안으로 들어왔다. 윤슬의 방에서 뭔가를 정리하는 모습이 불편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강현이 조용히 물었고, 신아는 웃으며 말했다. “매니저가 내 짐 정리 좀 도와주는 거야. 방이 좀 좁아서.” 그
“국 어때? 맛있지?” 신아가 다시 한번 기대에 찬 눈빛으로 물었다. 사실, 이건 신아가 직접 끓인 게 아니고, 단골 레스토랑에 부탁해 포장해 온 국이었다. ‘이 정도면 강현이 입맛쯤은 잡을 수 있겠지.’ “맛있어. 신아 음식 솜씨 좋은데?” 강현은 숟가락을 들며 웃어 보였다. 하지만 속으로는 전혀 다른 생각을 했다. ‘기름기 많고, 국물도 진해서 금방 물릴 맛이네... 딱 공장에서 뽑아낸 듯한 맛.’ 이런 국과 반대로, 윤슬이 끓여준 국은 언제나 깔끔했다. 입에 부담 없고, 먹고 나면 속도 편했다.
비록 실시간 검색어는 빠르게 내려갔지만, 부씨 가문의 본가엔 이미 소문이 퍼져 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부태기 회장의 전화가 걸려 왔다. 강현은 출근길 운전 중이었다. 통화 버튼을 누르자마자, 귀가 얼얼해질 정도의 고성이 쏟아졌다. [윤슬이 그 아이, 그렇게 좋은 애를 두고 네가 사람 새X냐?! 2년 동안 그 애가 너한테 어떻게 했는지, 진심으로 살핀 적은 있냐?]‘2년의 진심?’ 강현은 핸들을 꼭 쥐며 입술을 다물었다. ‘매일 집밥 차려줬다는 거? 빨래는 세탁기, 청소는 로봇이 했고... 내가 소윤슬을 먹여 살
강현은 신아를 조심스럽게 일으켜 세웠다. 그 순간, 신아의 어깨끈이 흘러내렸다. 강현의 눈에 들어온 건, 옅게 드러난 쇄골 아래로 이어진 아찔한 여자의 곡선이며, 거기엔 분명 어젯밤 자신이 남긴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지금 신아가 입고 있는 그 옷도... 너무나 익숙했다. 바로 윤슬의 옷이었다. ‘마치 소윤슬 앞에서 바람피우는 기분이야.’ 강현은 손끝에 힘이 빠지는 걸 느꼈고, 급히 시선을 돌려버렸다. “강현아... 내 왼손 좀 잡아줄래? 세수 좀 하고 싶어서...” 신아가 고개를 살짝
그 생각에 닿자, 윤슬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때 그냥 찢어서 태워버릴걸... 왜 그걸 고이 모셔놨냐고, 내가.’ 하지만 곧, 그 일기장이 서랍 안에 자물쇠로 잠겨 있다는 게 떠올랐다. ‘다행히... 신아가 열 순 없겠지.’ 마음을 다시 다잡고 핸드폰을 끄려던 순간, 새로운 푸시 알림 하나가 화면 위로 튀어 올랐다. 제목은 눈에 띄게 굵은 글씨로 떠 있었다. [최고의 명문가인 부씨 가문의 황태자,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런웨이에 깜짝 등장!!] 윤슬의 시선이 제목에서 멈췄다. ‘부씨 가문의 황태자라면
“그럼 어떡해... 내 신분증도 다 가방에 있는데, 다른 호텔도 못 가...” 신아가 망연하게 말했다. “우리 집으로 가자.” 강현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신아는 잠시 멈칫하더니, 고개를 숙이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건 좀... 나 때문에 또 윤슬이랑 싸우는 건 싫어...” “소윤슬이 뭔 상관이야. 그 집은 내 집이야. 누굴 들이든 내 마음이지.” 강현의 말투엔 단호함이 묻어 있었다. 신아는 그 말을 듣고, 아직 눈물 자국이 남아 있는 얼굴로 머뭇거리다가, 결국 강현이 이끄는 대로 따라나섰다. 엘
“오늘 밤 쇼와 관련해서 손실 생긴다면, 직접 제 비서 이창호 씨에게 연락해 주십시오.”강현이 단호하게 말했다.박승무의 눈이 순간 반짝였다. ‘이래서 난 부강현 대표 스타일이 좋아. 칼같이, 시원시원하게.’그는 바로 웃으며 말했다. “아니요, 손해는 전혀 없습니다. 원래 저희는 돌발상황을 감안해야 하기도 하고요.신아 씨만 회복된다면, 쇼 무대는 언제든 그대로 열려 있을 겁니다.”강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명함을 건넸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신아를 부축하려 다가갔다.하지만 신아는 또다시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고, 강현은
질투심이 미친 듯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더 늦기 전에, 신아는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결심했다.병실 안.윤슬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강현이 마지막에 했던 말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은행 앱을 열었다.새로 도착한 알림 하나. 강현이 보낸 송금 메시지였다.3천만 원. 메모엔 ‘수술비’라고 적혀 있었다.윤슬은 망설임도 없이 바로 다시 돌려줬다. ‘지금 안 돌려주면, 나중에 이혼할 때 다시 토해내라고 하겠지. 부강현은 그런 놈이니까.’...패션쇼장 1열.강현은 윤슬이 송금을 거절한 걸 확인하고 메시지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