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호와 백정연 두 사람의 모습은 곧 문지성 두 남매의 시선으로 사라졌다.“오빠, 정말 엄마, 아빠 다 데려올 수 있을 것 같아요?”이태호와 백정연 두 사람이 떠난 하늘을 바라보는 문이화의 눈빛은 기대에 차 있었다.문지성은 한참 후에야 쓴웃음을 지으며 문이화에게 말했다.“이화야, 오빠는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아.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해. 어쨌든, 그들도 그렇게 말했어. 우연히 마주치지 않는 한, 가능성이 너무 작아 .안개숲은 위험해. 그들이 간다고 해도 살아서 나올 수 있을지가 문제야. 숲에는 안개가 가득해. 그들이 우리 부모님을 찾을 확률은 높지 않아. 더군다나 우리 부모님이 살아계셨다면 어떻게 안 돌아오실 수 있겠어?”그러자 문지성의 눈빛은 슬픔으로 가득 찼지만, 이내 다시 말머리를 돌렸다.“하지만 그들이 가서 부모님을 찾아주겠다고 약속했으니, 우리에겐 정말 좋은 일이고 어쩌면 이 세상에 정말 기적이 있을지도 몰라.”“있을 거예요. 반드시 있어요!”문이화는 주먹을 불끈 쥐며 굳은 눈빛을 보였다.“나도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문지성은 담담하게 웃으며 문이화에게 말했다.“우리 이틀 동안 열심히 수련해서 선배가 준 단약을 정제하자. 그들이 찾을 수 있든 없든, 우리는 일찍 무왕 수련을 돌파해야 해.”“여기 사람이 별로 없으니 비검을 써도 되겠다!”이태호는 백정연을 데리고 잠시 날다가 비검을 꺼내 크게 만들었다. 그런 후 두 사람은 재빨리 뛰어올라 더 높은 공중으로 날아가 곧장 앞으로 향했다.“휴, 그 두 남매가 어린 나이에 그렇게 철이 들었으니 부모님도 살아계셨으면 좋겠어요. 정말 안쓰러운 것 같아요.”비검 위에 앉아 문지성과 문이화 남매를 떠올린 백정연은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이 세상에는 많은 사람이 있어. 많은 일을 겪고 많은 시련을 겪어야 성장할 수 있지.”이태호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우리도 최선을 다해 그들을 찾아내는 수밖에 없어. 만약 특별한 이유로 어딘가에 갇히지 않았다면 그들의 부모님은 이미
아무리 기사의 내공이라 할지라도 정신력이 강하지 못하면 그 안에 들어가는 것은 위험하다.하지만 이것은 이태호와 백정연 두 사람에게는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이미 무황의 내공을 지닌 그들이 정신력을 흩어놓지 않았더라도 이 숲에서 볼 수 있는 범위는 그리 나쁘지 않을 것이다.만약 그들이 정신력을 분산시킨다면, 이 숲에서 사방 몇 리나 되는 범위를 볼 수 있었이다.“우르릉!”앞쪽의 안개숲을 바라보며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짐승의 고함을 들었다. 이태호의 얼굴은 매우 담담했지만 그래도 백정연에게 주의하라고 경고하였다.“우리의 내공이 낮지는 않지만 이곳은 우리가 처음 와보는 곳이니 안에 들어가면 조심해야 해. 우리 스스로 안전에 주의해야 해야 하는 거 알지?”백정연은 이런 관심에 어린 말을 듣고 자기도 모르게 얼굴에 희색이 돌았다. 그녀는 속으로 이태호가 정말 사려 깊고 자신을 아낀다고 생각했다.“네, 걱정하지 말아요, 조심할게요.”백정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들어가서 정신력으로 넓은 범위를 찾을 수 있지만, 우리 둘은 너무 멀리 떨어지지 말아야 해요. 그러면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서로 보살필 수 있잖아요.”그런데 이태호는 의외로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이 험지는 우리도 와본 적이 없으니 안에 어떤 영수가 있는지 모르겠어. 내 생각엔 네가 내 옆에 있는 게 좋을 것 같아. 넌 정신력도 너무 강하지 않으니 더 큰 범위를 찾을 수 없을 거야.”백정연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은 채 한동안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 지 몰랐다. 기쁜 건 이태호가 그녀를 곁에 있게 해준다는 것이고, 그러면 두 사람은 접촉할 기회가 더 많아진다는 말이다.기분 나쁜 것은, 이 자식이 말을 너무 막 한다는 것이다. 그녀의 정신력이 크게 커버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녀의 내공을 비하한다는 것이 아닌가?4급 무황의 내공을 지닌 강자로서, 내공이 낮다고 공격받다니, 백정연은 어이가 없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어쨌든 앞에 있는 이 자식은 존자 내공을 지닌 강자이니 말이
두 사람은 걷다가 숲속으로 한 걸음씩 들어갔다.“오빠 사숙님의 내공은 대단하겠군요? 이렇게 많은 보물을 꺼낼 수 있는 걸 보면. 만약 그분이 종문을 세웠다면 그 종문도 매우 강했을 거예요.”백정연은 생각에 잠기다가 호기심에 이태호에게 말했다.“오빠 사숙님이 세운 종문의 이름을 알아요?”이태호는 고개를 저었다.“아직 그렇게 많이 묻지도 않았어. 그는 단지 나에게 천청산에 가서 그를 찾고 그의 이름을 말하면 된다고 했어.”“스읍!”이 말을 들은 백정연은 숨을 들이쉬며 자신도 모르게 물었다.“천청산, 정말 천청산이에요?”이태호는 미간을 찌푸리고 백정연을 보더니 그제야 입을 열었다.“그래, 천청산을 알아?”백정연은 남몰래 침을 삼키고 말했다.“쯧쯧, 오빠는 모를 거예요. 종문도 등급이 있거든요.”그러자 이태호가 말했다.“그래? 한번 들어보자. 난 처음 들어봐.”백정연은 비로소 대답했다.“종문은 불입류 종문과 입류 종문으로 나뉘어요.”잠시 뜸을 들이던 백정연이 말을 이었다.“불입류 종문은 존자 하나 없이 수련자들이 모인 종문이에요. 7, 8급 무황의 내공을 지닌 강자가 수백 명에 불과한 작은 종문을 세웠죠. 좀 크면 천 명이 될 거예요. 그리고 존자의 내공을 지닌 종문이 입류 종문이에요. 이런 종문이야말로 진정한 종문이라 할 수 있고, 다른 종문들이 인정하는 것이에요.”이태호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입류 종문에도 등급의 구분이 있어?”백정연은 웃으며 대답했다.“물론이죠. 이 입류 종문은 삼류 종문, 이류 종문, 일류 종문으로 나누어져 있는데...”이태호가 가만히 듣고 있자니 곧 존자가 있는 종문은 사실 삼류 종문이고 8급이나 9급 존자가 있는 종문이야말로 비로소 이류 종문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일류 종문이라면 존자보다 더 강한 존재여야 하고, 존왕의 내공을 지닌 사람이 있어야 일류 종문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물론 일류 종문이라도 저급 일류 종문, 중급 일류 종문, 고급 일류 종문으로 세분돼 있다.이
이태호가 감탄하며 말했다.“나도 그 뒤에 존왕이라는 강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다만 이런 강자는 세속에서는 볼 수 없고, 아주 대단한 대종문 안에만 있지. 알고 보니 그들은 모두 일류 종문 안에 있었던 거였구나.”그러자 이태호가 웃으며 말했다.“아까 놀라는 걸 보니 설마 내 사숙이 있는 종문이 일류 종문인가?”백정연은 표정을 과장해 지으며 말했다.“그뿐이 아니에요. 천청산 위에 있는 종문은 천청종이라 하고, 종주 이름은 남두식이라 해요. 정확한 내공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7급 존왕일 거예요. 이 종문은 고급 일류 종문이기 때문이죠.”“내 사숙 종문에 적어도 세 명의 7급 존왕 강자가 진을 쳤다는 말이냐?”이태호도 그 말을 듣고는 속으로 조금 놀랐다.“어쩐지 지난번에도 내공이 눈에 띄지 않더라니. 내공이 나보다 훨씬 높았구나. 내공이 거의 큰 경지에 달했다면, 천안술로도 상대의 내공을 간파할 수 없었을 거야. 상대가 영기를 써서 체내의 파동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면 천안술을 써야 겨우 어느 정도 알 수 있지만 모두 정확하지 않아.”“오빠에게 그런 비술이 있어요? 너무 좋은 비술 아닌가요?”백정연은 그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어쩐지 내가 무슨 일을 하든지 매번 한눈에 꿰뚫어 보더라니. 이 비술 좀 가르쳐 줄 수 없어요?”이태호는 이 말을 듣자 얼굴이 일그러지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그건, 좀 어려울 것 같아.”잠시 머뭇거리다가 이태호는 그제야 우물쭈물 한마디 했다.이 말을 들은 백정연의 눈빛에 잠시 실망의 빛이 떠올랐다.“그렇겠죠, 이런 비술이 얼마나 귀한 건데. 우린 그냥 친구일 뿐이니 어떻게 나한테 물려줄 수 있겠어요? 내가 안 물어본 거로 해줘요.”이태호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제야 솔직히 말했다.“여기 다른 사람이 없으니 내가 설명해줄게. 천안술을 배우려면 먼저 상대의 천안을 열어줘야 해.”“천안을 연다고요?”백정연은 눈썹을 찌푸리고 의심스러운 듯 이태호를 바라보았다.이태호는 고개를 끄덕였
백정연의 뺨은 순간 수줍게 붉어졌고,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인 채 가슴은 더욱 콩닥거렸다.다른 미녀들 앞에서도 이태호는 핑계를 대고 시간을 끌거나 흐지부지했다. 그녀의 부탁에 이태호는 설명했고, 그녀가 개의치 않는다면 그는 당연히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어머, 이렇게 되면 내 몸 다 보여 주는 거 아니야?’백정연은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니 더욱 긴장되었다.하지만 마음속으로 이태호를 따라온 건 두 사람의 관계가 더 발전하기를 바라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런 상황이라면 두 사람의 감정은 금세 달아오를 수밖에 없다.‘나,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어!’백정연은 생각해 본 후,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어쨌든 이 모든 것이 생각보다 좀 빨리 왔기 때문이다. 그녀는 옷을 벗어야 하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단 말인가?이태호는 덤덤하게 웃으며 백정연에게 말했다.“괜찮아, 어차피 시간이 이르니까, 네가 천안술을 배우고 싶다면 당연히 빠를수록 좋아. 어쨌든 이것도 나이를 봐야 해. 일찍 천안술을 배우면 더 좋을 거야.”이태호는 생각 끝에 입을 열었다.“게다가 우리가 돌아가기 전에 배울지 말지 확실히 해두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렇지 않으면 남운시로 돌아가면 가르쳐주기 힘들 거야. 천안을 열 때 마지막으로 은침을 뽑아야 하는데 그때 몸이 매우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어. 그때가 되면 넌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게 될 거야. 만약 남운시로 돌아가서 네가 소리를 냈다면 지연이나 수민이 듣게 될 것이고 분명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을 거야.”“설마? 얼마나 편해요? 나란 사람의 끈기가 굳건해서, 이 정도 편안함 때문에 소리를 지르지는 않을 것 같아요.”백정연은 분명 이태호의 말을 의심하고 있었다. 이태호를 바라보는 눈빛에도 의심이 섞여 있었다.“하하. 예전에 지연이도 이렇게 말했지만, 사실은 참을 수 없는 거야...”백정연이 얼마나 편안했던 건지, 이태호의 말에 마음이 들뜬 그녀는 한번 도전해 보고 싶었다. “하!”그런데 바로 그때 거대한
백정연은 이태호에게 허리를 끌어안긴 채 가벼운 외침과 함께 두세 바퀴를 돌다가 멈췄다.백정연은 고개를 들어 이태호의 잘생긴 얼굴을 바라보았고, 볼은 더욱 붉어졌다. 안개가 자욱한 곳에서 두 사람이 이렇게 껴안고 있는 모습이 순간 낭만적으로 느껴졌다.“쿨럭, 너 괜찮아? 조심해, 지금은 이미 숲에 도착했고 영수가 출몰하기 시작했어.”앞에 있는 미녀의 부드럽고 잘록한 허리를 느끼며 이태호도 겸연쩍어 황급히 백정연을 일으켜 세운 후 비로소 손을 놓았다.백정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아까는 확실히 방심했어요. 생각지도 못했어요. 겨우 몇백 미터 걸어 들어왔는데 영수가 있다니. 나는 조금 있다가 마주칠 줄 알았어요. 게다가 아까 그 비단뱀이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갑자기 튀어나왔어요. 방금 정말 오빠 덕분에 살았어요.”이태호는 땅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비단뱀을 보고는 한마디 했다.“이 숲 주변에 일급 무왕의 내공에 필적할 만한 영수가 있을 줄은 몰랐어. 이건 다른 숲에서는 이미 대단한 존재라고 할 수 있어.”백정연도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기사의 내공으로 여기에 와서 보물을 찾으려면 너무 위험해요.”이태호는 즉시 정신력을 서서히 풀어주고, 주변의 모든 것을 그의 정신력 범위 안에 가두었다. 두 사람은 그제야 앞으로 나아갔다.“정신력이 좋으시군요!”그 보이지 않는 파동을 느끼며 백정연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쾅쾅!”두 사람은 또 거의 반 시간 동안 안으로 걸어 들어갔는데, 바로 앞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이 소리를 들은 이태호는 자신도 모르게 웃으며 말했다.“영수가 있는 곳에는 보통 영초도 많이 있어. 이 안에 영기도 매우 풍부해. 몇몇 수사들이 이곳에 와서 보물을 찾는 것 같아.”백정연은 고개를 끄덕였다.“특히 숨겨진 종문의 제자들은 이런 험지에 보물을 찾으러 오는 것을 좋아해요. 안에 영초가 적지 않기도 하고 그들에겐 영수와 싸우는 것도 일종의 경험이거든요.”잠시 뜸을 들이던 백정연이 말을 이었다.“하지만 종중의 제자들은 보
백정연의 놀란 눈빛에 이태호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음, 그래도 4급 저급 연단사를 뚫고 4급 저급 연단을 만들어야 수련에 큰 도움이 돼.”백정연은 자기도 모르게 웃으며 말했다.“오빠는 재능이 너무 강하군요. 이런 연단사는 일류 종문만이 내놓을 수 있어요. 나는 오빠를 믿어요. 분명 3급 품 고급을 돌파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4급, 심지어 5급 연단사도 될 수 있을 거예요. 오빠는 반드시 해낼 거예요.”“어, 이렇게 빨리 2품 고급 영초가 있을 줄이야!”바로 이때 이태호의 정신력이 뭔가를 발견한 듯 눈을 반짝이며 오른쪽으로 향했다.그러자 백정연은 어리둥절해 하다가 말했다.“오빠 정신력이 너무 강하군요. 나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어요. 보아하니, 이 영초는 내 정신력의 범위 밖에 있는 것 같네요.”이태호는 백정연에게 주의하라고 경고하였다.“정신력을 사용하는 것도 신경을 많이 쓰는 일이니, 네가 괜찮을 때는 사용하지 마라. 만약 내 곁에서 안전하지 않다면 너 혼자서도 안전하지 않을 거야.”백정연은 그제야 자신의 정신력을 거두고 이태호의 곁을 따라갔다.“영초가 있다고 해서 보고 싶었을 뿐인데, 뜻밖에도 내 정신력의 범위를 넘어섰네요.”이태호과 백정연은 거의 뛰어가며 전진했고, 드디어 몇 개의 반짝임이 계속되는 2품 고급 영초 앞에 이르렀다.이 2품 고급 영초를 바라보던 이태호는 희색을 띠며 걸어갔다.“정말 생각지도 못했어. 이제 겨우 숲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됐는데 뜻밖에도 2품 고급 영초가 있었다니. 나는 이미 숲속 깊은 곳에 대해 매우 기대돼. 그 안에 아마 3품 영초가 많이 있을 것이야. 4품도 있지 않을까?”백정연은 웃으며 대답했다.“4품 영초는 있을 수 있지만 숲속 깊은 곳에 있을뿐더러, 안에 들어갈수록 그 안에 있는 영수들도 더욱 강해지니 조심해야 해요.”이태호는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 난 분명히 조심할 거야. 어쨌든 집에 미녀 마누라가 있으니.”“그러니까요. 제가 따라갈게요. 스승님이 위험하면 나도
이태호의 시선에 백정연은 벌거벗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쑥스러움에 우물쭈물하며 말했다.“저, 전 배우고 싶긴 한데 아직 결정하진 못했어요. 이렇게 낯부끄러운 일을 그렇게 쉽게 결정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이태호는 오히려 장난스레 대꾸했다.“어젯밤에 같이 자기까지 했는데 뭔 그런 생각을 해? 안 그래?”백정연은 진땀을 흘렸다. 비록 같이 잔 건 맞지만 아무 일도 없었는데 이태호의 말을 들어보면 꼭 뭔가를 한 것처럼 들렸다.“참나, 오빠처럼 점잖은 사람도 이렇게 점잖지 못할 때가 있을 줄은 몰랐어요.”백정연은 쑥스러운 표정으로 이태호를 향해 눈을 흘겼다. 그러면서 화가 난 척하며 이태호에게 말했다.“갈래요, 안 갈래요? 늦으면 보물이 다른 사람 손아귀에 들어갈 거예요.”이태호는 백정연을 힐끗 보았다. 그는 백정연이 종문의 옷을 입지 않고 풍월종의 영패를 지니고 있지 않은 걸 확인하고 나서야 안도했다.잠시 뒤에 실력 있는 종문의 제자를 만나서 그들의 물건을 빼앗거나, 종문 사람들을 죽이게 된다면, 백정연이 입고 있는 옷이나 그녀가 지닌 영패로 그녀가 풍월종의 사람인 걸 알아보고 풍월종에게 복수하기라도 하면 큰일이었으니 말이다.“가자. 날아서.”이태호가 날아올랐다. 바닥에서부터 2미터 정도 떨어진 높이였다. 그리고 백정연이 그의 뒤를 따랐고 두 사람은 그렇게 나란히 싸우는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향했다.3분도 되지 않아 두 사람은 목적지에 도착했다.2, 300미터쯤 앞에 산골짜기가 있었는데 거기에 강이 있어서 그런지 안개가 옅은 편이었다.두 사람은 이내 9명의 수사가 영수 한 마리를 에워싸고 공격하고 있는 게 보였다.“저 8명 어느 종문의 사람들 같네. 옷이 다 똑같아.”이태호가 그 광경을 보고 말했다.백정연도 말했다.“내공이 약하지 않네요. 다들 무황급 강자예요. 하지만 거의 1급이나 2급 무황 정도네요. 변태 같은 태호 오빠에게는 전혀 문제 되지 않겠어요.”이태호는 쓴웃음을 지었다.“난 그냥 천안술을 배워보라고 설득
두 여인의 맑은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이태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는 하늘에 나타난 남유하와 백정연을 바라보았다.오늘 남유하는 흰 비단옷을 입었고 긴 머리카락을 드리웠다.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부는 옥처럼 희고 마치 새벽의 이슬을 머금은 복숭아꽃처럼 맑고 투명하며 콧대는 높고 입술은 유달리 부드러워 보였다. 참으로 그림속에서 걸어 나온 선녀처럼 아름다웠다.옆에 있는 백정연은 주홍색 긴 치마를 입었고 온몸에서 활기와 생동감으로 넘쳤다.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매끄럽고 반짝였으며 검은 폭포처럼 허리까지 내려왔고 바람에 휘날리면서 부용꽃처럼 고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두 여인은 빠르게 이태호의 곁에 달려왔고 기쁨에 겨운 눈물을 가득 흘렸다.이태호는 손으로 두 여인의 붉은 눈시울을 닦아주면서 다정하게 웃어주었다.“왜 울어? 내가 돌아왔잖아.”그는 여인들을 데리고 정원에 온 후, 그녀들이 많이 변한 것을 발견했다.변화가 가장 큰 것은 신수민과 남유하였다.그가 떠날 때 신수민은 불과 5급 존황 경지였는데 지금은 7급 존황 경지로 돌파했고 백지연과 백정연 자매도 4급 존황 경지에서 6급 경지로 돌파했다.이런 실력은 중주 성지에서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태일종에서 상위권에 속하였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내가 없는 동안에 모두 열심히 수련했군.”눈물을 훔친 남유하는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참, 은재는?”이태호는 이제야 딸 신은재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은재는 며칠 전에 폐관 수련하기 시작했어.”딸 얘기를 하자 신수민의 얼굴에 어머니로서의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은재의 천부적 자질은 당신보다 좋아요. 이번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려고요.”신은재가 한 달 만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이태호도 다소 놀랐다.그는 너무 빨리 돌파하면 기반이 불안정할 수 있다고 말해주려던 찰나,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 태호야, 돌아왔구나.”“돌
요광섬의 고풍스러운 정원에서 긴 두루마기를 걸쳐 입고 황금빛 구름이 수놓은 흰색 장화를 신은 신수민은 지루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서 정원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옆에는 하얀 수선화 무늬의 치마를 입은 백지연이 앉아 있는데 주전자를 들고 영기가 넘친 따뜻한 차 두 잔을 따랐다.그녀는 한 잔을 신수민의 앞에 두고 나서 손바닥으로 턱을 괴면서 말을 건넸다.“언니, 태호 오빠가 떠난 지 한 달 넘었는데 언니의 넋까지 나간 것 같아요.”백지연의 농담에 신수민은 눈을 흘기면서 퉁명스럽게 답했다.“태호가 걱정돼서 그래. 한 달이나 지났는데 태호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그녀는 성공 전장이 지극히 위험하고 창란 세계의 모든 천교가 모였으며 7급 성자 경지의 성자와 신자들도 수두룩하다는 소문을 들었다.이태호는 떠나기 전에 3급 성자 경지에 불과했기에 신수민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백지연도 신수민의 말을 듣고 눈에 그리움과 걱정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그녀는 고개를 흔들고 마음속에 올라오는 초조함을 억누른 후 가슴을 두드리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태호 오빠는 강하니까 분명히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요광섬 전체를 뒤흔드는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돌아왔다!”두 여인은 이 목소리를 들은 순간, 몸이 움찔했다.그녀들은 곧바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고 활짝 웃으면서 요광섬의 입구를 쳐보았다.신수민은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중얼거렸다.“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한편으로 백지연은 입을 가리고 믿기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태호 오빠, 진짜 맞죠?”이태호는 요광섬의 진법을 해제한 후 바로 신수민과 백지연의 앞에 도착했다. 두 여인이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이제 한 달 지났는데 남편도 몰라보는 건가?”이태호의 목소리가 다시 두 여인의 귓가에 울리자 그녀들은 드디어 이태호가 정말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자
옆에 있던 연장생은 이를 보고 가볍게 손을 흔들자 공포스러운 성황의 힘으로 하늘을 뒤덮은 핏빛 먹구름을 순식간에 깨끗하게 몰아냈다.그러고 나서 그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이태호를 유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라... 내공이 좀 부족하군. 그런데 전성민이 네가 성공 전장에서 4급 경지의 내공으로 용족의 천교 오현을 죽였다고 하는데 사실이냐?”연장생의 질문에 이태호는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장로님.”“하하, 좋아!”연장생의 얼굴에 기쁜 기색을 드러냈고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그러고 나서 웃음을 머금고 옆에 있는 선우정혁에게 말했다.“먼저 자네 태일종으로 돌아가자.”선우정혁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연장생이 등장하고 육무겸과 풍석천 두 사람이 죽을 때까지 잠깐의 시간만 흘렀다.선우정혁의 분노가 가라앉기도 전에 두 성왕이 그의 눈앞에서 목숨을 잃었다.성황급 대능력자인 연장생의 요구에 그는 당연히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다른 건 몰라도 그가 태일성지에서 수련할 때 연장생은 이미 창란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성황급 수사였다.지금 그가 태일종의 종주로 된 지 수백 년이 지났으니 연장생의 실력은 더욱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바로 가시죠.”선우정혁은 말하고 나서 바로 허공을 찢고 연장생을 데리고 태일종을 향해 날아갔다.이들이 떠난 후 수십 리 밖의 공간에서 나온 맹호식과 송현아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연장생 등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청허파의 문주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의 숨결이 빠르게 사라진 것을 느끼면서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천남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오.”옆에 있는 묘음문 문주 송현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아직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면서 말했다.“육무겸과 풍석천를 단번에 죽였다니. 이게 바로 성황급 강자의 무서운 실력인가요?”연장생의 닭을 잡듯이 두 성왕을 죽인 모습을 보자 송현아는 죽음의 문턱에 갔다 온 것처럼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아
두 성왕은 지극히 빠른 속도로 공간을 찢고 도망쳤다.허공에 서 있는 연장생은 그들의 뒷모습을 담담히 쳐다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그는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육무겸을 노려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네놈이 자결하면 온전한 시체는 남겨두마.”성지의 제자에 손을 대는 것은 죽을 죄였다. 특히 이태호는 선연을 얻은 후 태일성지 장로들의 눈에 들어왔고 그의 신분도 높아졌으며 차세대 성자로 키울 작정이었다.그러나 당당한 성지의 제자가 하마터면 육무겸의 손에 죽을 뻔했으니 연장생이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육무겸은 그의 말을 듣고 온몸의 털이 곤두섰고 주저하지 않고 바로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고 하였다.이에 연장생은 조롱 섞인 야유를 날렸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냐?”성왕급 수사는 그에게 있어서 장난감에 불과했다.연장생이 미간을 찌푸리자, 몸에서 내뿜은 성스러운 빛은 순식간에 주변 만 리에 이른 구역을 뒤덮었다.이 구역 내의 공간은 바로 봉쇄되었고 공간의 장벽도 더욱 견고해졌다.원래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던 육무겸은 공간이 봉쇄된 것을 보자 얼굴에 당황하기 그지없는 기색을 드러냈다.안하무인으로 살아온 육무겸은 비로소 얼음 구멍에 빠진 듯한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곧바로 무릎을 꿇고 애걸했다.“연 장로님, 소인이 이성을 잃고 미련에 사로잡혀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연장생은 피식 웃으면서 조롱으로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방금 도도했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허공 통로의 입구에 있는 이태호의 앞에 다가가서 말했다.“젊은이, 이 자는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그는 한손으로 공간이 봉쇄되어 움직일 수 없는 육무겸을 붙잡고 손끝에서 성스러운 빛을 내뿜으면서 육무겸의 육신을 꿰뚫고 그의 내공을 모두 폐해버렸다.그러고 나서 보이지 않은 공간의 힘으로 초주검이 된 육무겸을 이태호의 앞에 내던졌다.내공이 모두 폐하고 중상을 입은 육무겸은 사색이 되어 죽어가는 개처럼 바닥에 엎드렸다.그는 발악하면
선우정혁은 나타난 사람을 보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연 장로님, 드디어 오셨군요.”선우정혁은 예전에 태일성지의 제자로서 당연히 태일성지의 장로인 연장생을 알고 있었다.그는 이태호가 종문으로 돌아간 후 중주 성지에서 장로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방금 이태호를 맞이할 때 의식적으로 육무겸과 풍석천을 경계하지 않아 미처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비록 그는 천남의 최강자로서 7급 성왕 경지의 내공을 가졌으나 단시간 내에 두 성왕급 수사의 협공을 격파할 수 없었다.특히 두 사람의 목표는 그가 아니었고 육무겸이 자신을 견제하고 동안 풍석천이 이태호를 공격하는 성동격서의 전략을 사용하였다.선우정혁이 무척 당황했고 이태호가 죽임을 당할 찰나에 연장생이 도착했다.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을 보자 그는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고 마음이 놓였다.연장생은 선우정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이태호가 성왕급 수사와의 대결에서 몇 초식을 버티는 모습을 보자, 그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곧이어, 그는 시선을 이태호의 앞에 있는 풍석천에게 돌렸고 손을 들고 허공을 향해 오므리자 순식간에 보이지 않은 힘이 병아리를 잡듯이 풍석천을 자기 앞으로 끌어왔다.“성왕 주제에 겁도 없이 감히 우리 성지의 제자를 해치다니. 네놈들에게 한 수를 가르쳐 주겠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손가락을 뻗어 풍석천을 향해 까닥였다.다음 순간, 천남 지역의 수만 리나 되는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짙은 먹장구름이 밀려왔으며 천둥 번개가 질주했다.연장생의 손가락에서 눈부신 빛줄기를 뿜어냈고 벌레를 밟아 죽인 것처럼 풍석천의 육신을 바로 피안개로 만들어버렸다.강력한 성왕의 신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도자기처럼 부서졌고 자고자대했던 풍석천은 이렇게 생을 마감했다.허공 통로의 입구에 선 이태호는 풍석천이 갑자기 죽자 그를 엄습해 온 성왕의 위압도 순식간에 사라졌음을 느꼈다.그는 입을 크게 벌리고 연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 후 허공에
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어마어마한 기운이 밀물처럼 주변 수십 리의 구역을 뒤덮었다.이어서 얼어붙은 공간 내에 갑자기 높이가 수 장(丈)이나 되는 공간 틈새가 나타났다.은백색의 보선(寶船)이 공간 틈새에서 천천히 빠져나왔다.그다지 크지 않은 보선의 앞머리에는 해, 달, 별, 구름 등 문양이 수놓인 흰 장포를 입은 노인이 서 있었다. 나이는 예순 정도로 보이고 백발이지만 혈기왕성해 보였다.이 노인이 바로 태일성지의 대장로 연장생이었다.그가 성지 종문의 대전 내에서 이태호가 선연을 얻었다는 소식을 들은 후 곧바로 자음진인에게 천남에 와서 이태호를 보호하겠다고 청했다.태일성지에서 출발한 후 그는 수십 만리나 넘을 수 있는 전송진을 거쳐서 천남 지역에 도착했다.천남에 이른 후 연장생은 신식을 방출해서 성공 전장에서 천남에 내려오는 착륙지를 수색하다가 마침 육무겸과 풍석천이 이태호를 협공한 장면을 포착해서 주저하지 않고 공간을 찢고 나타난 것이었다.다행히 그는 이태호가 다치기 전에 도착했다.다채로운 보선을 조종해서 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은 살기등등한 풍석천이 이태호의 코앞까지 접근한 것을 보자 안색이 음침하기 그지없었다.다음 순간, 그의 몸에서 천지를 압도하는 공포스러운 위압을 발산했고 하늘이 무너지고 대지를 붕괴하게 할 수 있는 기운이 퍼져 나왔다.이 기운을 가장 먼저 느낀 풍석천은 대경실색했고 목소리는 놀라움과 두려움으로 떨렸다.“성...성황?!”성왕급 수사인 자신으로 하여금 위기감을 느낄 수 있고 공간을 봉쇄할 수 있는 것은 성황급 대능력자가 틀림이 없었다.지금 천남에서 실력이 가장 강한 선우정혁도 7급 성자급 수사에 불과했다.그리고 상대방의 말에서 눈앞의 은발 노인은 태일성지의 사람이 분명했다.순식간에 풍석천의 등골에 식은땀이 났고 온몸에 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그가 육무겸과 손잡아서 이태호를 공격하는 것은 태일성지가 움직이기 전에 이태호가 대능력자로 성장하지 못하게 죽이려는 것이었다.그러나 태일성지의 움직임이 이렇게 빠를
선우정혁은 이제야 비로소 육무겸과 풍석천의 속셈을 꿰뚫어보았다.그는 충혈된 눈으로 그들을 날카롭게 노려보았다.“감히 우리 태일종의 제자에게 손을 대다니. 죽을 작정이로군! 지금 이태호는 태일성지의 제자인데 네놈들이 그의 털끝이라도 다치게 한다면 신소문과 풍씨 가문은 멸문지화를 면치 못할 거야!”선우정혁은 육무겸과 풍석천이 갑작스레 공격을 진행한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일반적으로 말하면 이런 상황에 먼저 친분을 쌓기 위해 너도나도 친한 척하지 않은가.진선 정혈을 얻은 이태호는 백년도 안 된 사이에 신선으로 비승할 수 있었다.그러나 이 두 사람은 친분을 쌓기는커녕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주변에 있는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이 어리석다는 듯 흘겨보았다.육무겸은 선우정혁의 말을 듣고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우리 신소문만 이태호를 죽이려는 게 아니다. 이놈은 하늘이 높은 줄도 모르고 여러 성지에 미운털이 박혀서 내가 대신해서 처리해 주는 거야.”이에 선우정혁의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붉은 빛이 번쩍이는 최상급 영보를 손에 쥐었다.한편으로, 허공 통로에서 막 걸어 나온 이태호는 선우정혁에게 인사하기도 전에 강렬한 살기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음을 느꼈다.이어서 무서운 성왕급 기운이 밀물처럼 자신을 향해 엄습해 오면서 마치 큰 산의 제압을 받은 것 같았다.그가 반응했을 때 풍씨 가문의 가주 풍석천은 싸늘하게 웃으면서 덮쳐왔다.‘위험해!’위험을 느낀 이태호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바로 현황봉과 청광순, 그리고 성왕 호신부를 꺼냈다.이미 눈앞에 다가온 풍석천은 이를 보고 하찮게 여기는 표정으로 말했다.“고작 방어 영보로 성왕급 수사의 공격을 막겠단 거냐?”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의 주먹은 이미 현황봉을 향해 날아갔다.펑. 풍석천이 날린 주먹 한 방에 현황봉이 바로 날아갔다. 예전부터 줄곧 철벽 같은 방어장벽을 만들던 현황봉에 주먹 자국이 생겼고 빽빽한 균열이 나타났으며 원래 넘쳐흘렀던 영광은 순식간
성공 전장의 끝없이 펼쳐진 허공에서 가부좌 자세로 앉아 있는 이태호의 몸에서는 팽배한 도운과 성스러운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그는 마치 혼돈의 허공에서 걸어 나온 진선과 같은 기품을 내뿜었다.진선 정혈을 완전히 수복한 후 그는 이 선인의 핏방울에 담긴 도운의 규칙에 대해 초보적인 깨달음을 얻었다.그는 천천히 두 눈을 떴고 칠흑 같은 눈동자에서 발산한 눈부신 빛은 바로 주변의 허공을 꿰뚫었다.깨달음을 마치고 눈을 뜬 이태호는 자기의 몸을 살펴보았다. 기혈이 용암처럼 들끓었고 육신은 홍황(洪荒) 시대의 흉수에 못지않게 단단해졌다.지금의 그는 아직 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이고 5급 경지로 돌파하지 못했지만 진선 정혈을 단련해서 천지의 이치를 깨닫게 되었고 육신이 더욱 단단해졌고 강력해졌으며 경지의 장벽도 느낄 수 있게 되었다.천남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이태호는 7~8일도 걸리기 전에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할 수 있다고 추측했다.이렇게 생각한 그는 저도 모르게 감탄을 터뜨렸다.“역시 진선의 정혈이군. 이것을 단련해서 연결을 맺으면 천지의 규칙을 바꿀 수 있고 수천만개의 질서신련(秩序神鏈)이 나타나게 할 수 있군...” 진선 정혈을 모두 단련하였기에 앞으로 그 속에 담긴 규칙의 힘을 깨닫기만 하면 되었다. 그것을 흡수하든 대도를 인증하든 더 이상 성공 전장에 머무를 필요가 없었다.수많은 성공의 힘이 주변에 있는 허공의 힘과 어우러지며 이태호의 앞에서 순식간에 높이가 일장(一丈)이나 되는 허공 통로를 만들었다.이를 본 이태호는 주저 없이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곧이어 무한한 별빛이 그의 몸을 휘감더니 그를 창란 세계의 천남으로 전송했다.그가 허공에서 내려갈 때 다시 창란 세계의 전모를 보았다.그는 발 밑에 있는 대지가 이렇게 작고 하늘이 이렇게 광활한 것을 새삼스레 느꼈다.이에 그는 오직 진정한 선인만이 수시로 이런 경치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는 확고한 눈빛을 번쩍이었다.“신선이 되어야 해. 신선으로 되
“다른 성지에서 나쁜 짓을 하지 못하도록 우리 태일성지에서 가능한 빨리 이태호를 보호해야 합니다.”“...”주변에 있는 장로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거들면서 논의하였다.이태호는 태일성지의 부속 세력인 태일종의 제자일 뿐이지만 이미 예비 제자로 될 자격을 얻었다.게다가 지금 신선으로 비승할 기연까지 얻었으니 장로들이 그를 더욱 중시하는 것은 당연했다.의자에 앉아 있는 자음진인은 그들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특히 그는 전성민을 통해 혼원성지의 성자 예진기는 요지 성녀 변청하 등과 선연을 두고 혈투를 벌이다가 결국 혼원성지의 호도신병까지 꺼냈음에도 이태호에게 선연을 빼앗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누구라도 이런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었다.목숨을 걸고 싸워 거의 손에 넣을 뻔한 선연을 결국 다른 사람이 가져갔다니.지금 창란 세계로 돌아온 다른 천교들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수시로 이태호를 격살할 준비를 했을 것이었다.자음진인은 잠시 망설이다가 마침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어느 장로가 천남에 가서 이태호를 직접 성지로 데려오겠는가?”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대답했다.“성주님, 제가 가겠습니다.”“저는 5급 성황 경지라 그 녀석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습니다.”“성주님, 저와 선우정혁은 예전부터 아는 사이라 이번에 천남에 가면 오랜만에 회포를 풀 수 있으니 이 일을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몇몇 장로들이 모두 가고 싶다고 말하자, 자음진인은 벙글벙글 웃었다.예전에 진선 정혈을 얻은 천교들을 보면, 선연을 얻은 이태호는 백 년 안에 신선으로 비승할 가능성이 높았다.장로들이 앞다투어 천남으로 가겠다는 것은 당연히 이태호에게 잘 보이고 자기의 파벌로 끌어들이려는 계산이 있었기 때문이다.나중에 이태호가 신선으로 된다면 그들에게 가르침이라도 줄 수 있으니까.자음진인은 어찌 장로들의 생각을 모를 수 있겠는가?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여러분이 모두 가고 싶다면...”그의 말이 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