쉭-이 광경을 본 사람들은 모두 숨을 삼키며 긴장했다.‘주성하, 원영 후기의 존재이다. 그런데 그런 주성훈이 윤도훈의 한 방에 쓰러졌다니?’“이 아이가 금단 후기라고 하지 않았나요, 어째서 이렇게 강력한 거죠?”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충격에 휩싸였다. 화교 장로조차 윤도훈을 바라보는 눈빛에 두려움이 스며들었다. 몇 시간 전만 해도, 그는 윤도훈이 자신의 한 방에 심각한 다쳤다고 생각했었다.그러나 지금, 윤도훈은 완전히 변해 있었다. 이제는 그조차 윤도훈을 죽이는 것, 아니 단순히 이기기조차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사실 따지고 보면, 윤도훈이 주성하를 이렇게 손쉽게 쓰러뜨린 것은 예상 밖의 일이었다.윤도훈이 육체의 장력을 활용하여 주성하를 방심하게 만들지 않았다면, 이런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아니! 성하! 성하야!”이윽고 슬픔과 분노로 가득 찬 외침이 들렸다.주수현이 순식간에 주성하가 쓰러진 곳으로 달려가 그의 시체를 안고 울부짖었다. 일월문의 문주였던 그는 온몸을 떨며 두 눈을 붉게 물들였다.“설마, 성하가 윤도훈에게 당하다니.”오늘 하루, 주수현은 손자에 이어 아들마저 잃었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윤도훈의 손에 죽었다. 반면 윤도훈은 아무렇지도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더욱 강해진 것처럼 보였다. 이윽고 절망과 분노가 주수현의 온몸에서 치솟아 올랐고, 그의 시선은 윤도훈을 향해 살기를 내뿜었다.“윤도훈! 네가 재앙이든, 조룡의 전승자든, 우리 일월문의 제자를 이토록 잔인하게 죽였으니 내가 어찌 너를 가만두겠느냐! 당장 죽여버리겠어!”주수현은 원영 후기의 극한 기세를 뿜어내며 윤도훈에게 달려들었다.그러나 윤도훈은 오히려 이를 보며 차갑게 비웃었다.“흥!”윤도훈의 별처럼 빛나는 눈동자에는 공포 따위는 없었다. 오히려 뜨겁게 타오르는 전투욕이 그의 온몸을 감쌌다. 육체 속에서 솟구치는 힘이 마치 고대의 맹수처럼 밖으로 튀어나오려 했다.‘며칠 전까지는 감히 상대할 수도 없었던 상대야. 그런데 지금도 과연 그만큼 두려운
주수현은 얼굴 가득 억울함과 의문을 띤 채 문파의 대인을 바라보았다. 죽음을 앞둔 그는 마지막으로 대답을 듣고 싶어 하는 듯했다.현장에 있던 일월문의 고위 인사들 또한 멍하니 그 장면을 지켜보았다. 심지어 화교 장로와 주석수 같은 인물들조차, 대인이 윤도훈을 위해 문파의 문주를 직접 처단할 줄은 상상조차 못 했다.한편, 대인은 냉소를 흘리며 주수현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에는 깊은 실망과 경멸이 담겨 있었다.“주수현, 너는 애초에 문주의 자격이 없었다. 너는 네 개인의 이익을 위해 몇 번이고 조룡의 전승자를 죽이려 했지. 내가 그것을 몰랐을 거라 생각했나? 과거 영맥 발견 당시, 너의 우유부단한 태도는 이미 나를 크게 실망시켰어. 그때는 그냥 넘어갔지만, 이제 조룡의 전승자가 조룡 성전에서 나왔고, 조룡의 정혈에 의해 인정받았는데도 아직도 공격하려 하다니. 문파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널 더는 살려둘 수 없어!”대인의 말이 끝나자, 주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 죽기 직전, 그의 눈에는 희미하게 후회의 빛이 떠올랐다.‘결국 내 좁은 생각이 날 이렇게 만든 거로군.’이 광경을 지켜보던 일월문의 고위 인사들은 모두 얼어붙은 듯 말 한마디 못 했다. 그동안 주수현을 따르며 윤도훈을 공격하려 했던 이들도 순식간에 그런 생각을 접어버렸다. 그때 대인이 주변을 둘러보며, 동허 강자로서의 위압감을 뿜어냈다.“일월문 소속 모두 들어라! 지금부터 우리 일월문은 윤도훈을 주인으로 모실 것이다. 윤도훈의 말은 곧 조룡의 뜻이며, 윤도훈의 명령은 절대 거스를 수 없는 것이다. 조룡 성전이 존재했던 때에도 우리는 점점 쇠락하고 있었다. 이제 성전은 무너졌지만, 조룡의 전승자가 나타났다. 윤도훈이 우리를 상고의 영광으로 되돌릴 것이다.”그 말이 끝나자, 동허 후기의 경지에 오른 이 전설적인 존재는 윤도훈을 향해 몸을 돌려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일월문의 대인, 주태학, 조룡의 전승자님께 경의를 표합니다.”훗날.주태학이 무릎을 꿇자, 이를 본 일월문의 고위 인사들도 일제히
“도훈 문주께서는 오직 실력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데에만 집중하시면 됩니다. 문파의 사무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한 번이라도 명령을 내리시면, 저를 포함한 일월문 전체가 절대 거역하지 않을 것입니다.”주태학 대인은 이렇게 말하며, 주변 사람들을 둘러보더니 주석수를 향해 말했다.“음태극의 자리는 네가 대리 문주로 맡도록 하여라. 화교 장로, 너는 주석수를 보좌하며 문파의 크고 작은 사무를 함께 맡아라. 혹시 이의가 있는가?”주석수, 즉 음태극이라 불리는 그는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대인님, 그리고 소문주님, 감사합니다.”화교 장로 역시 몸을 숙이며 말했다.“대인님의 명령과 소문주님의 뜻을 따르겠습니다.”“좋다. 일단은 이렇게 하자. 구체적인 사항은 추후에 다시 논의하겠다. 지금은 아직 처리해야 할 귀찮은 일들이 좀 남아 있어.”주태학은 그렇게 말하며, 강렬한 시선으로 몇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의 대상이 된 자들은 숨을 죽이며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아, 아니.”“대인님! 제발! 우리는 주수현을 위해 복수하는 일은 전혀 없을 겁니다. 우리는 반드시 도훈 소문주님을 충심으로 따르겠습니다.”그러나 주태학의 눈빛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펑-, 펑-몇 번의 무거운 소리가 울린 후, 주수현의 심복들과 직계 혈족은 모두 육체가 터져 죽음을 맞았다. 이후, 일월문 내부에서는 소규모 숙청이 이어졌다.주수현의 다른 자손들과 그를 따르던 이들도 주석수와 화교 장로의 손에 하나둘 제거되었다. 주태학의 의도는 분명했다.“일월문은 이제 그 누구도 조룡의 전승자에게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요소를 남겨두어서는 안 된다.”그날 저녁, 일월문은 조룡 전승자에 대한 경배식을 열었다. 문파의 모든 제자가 참석한 가운데, 주태학은 윤도훈의 소문주로서의 지위와 새로운 문주 대리에 관한 사항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환영 만찬 후, 일월문의 비밀회의.주태학이 은거하고 있던 동굴에서 회의가 열렸다. 회의에는 주태학 대인, 윤도훈, 화교 장로, 주석수가 참석
윤도훈의 말이 끝나자, 주태학과 화교 장로, 그리고 주석수의 눈빛이 뜨겁게 빛났다.“신결이라고요? 도대체 어떤 신결입니까?”주태학이 낮고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여러분은 아마 조룡 성전 안에 무엇이 있는지, 왜 그것이 대대로 금기로 여겨졌는지 정확히 알지 못할 겁니다.”윤도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는 확신했다. 조룡의 정혈이 뿜어낸 위압감은 극도로 강렬하다는 것을 말이다. 만약 자신의 체내에 있는 조룡의 잔영이 정혈을 감지하지 못했더라면, 그 위압감에 눌려 죽음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정혈은 조룡의 잔영을 알아보고 스스로 그의 몸에 융합되었기에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그리고 일월문이 대대로 조룡 성전을 금기로 여겼던 이유는, 그곳에 들어간 사람 중 누구도 살아 돌아오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주태학처럼 대인에 오른 인물조차도 조룡 성전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도대체 뭐가 있었던 거죠?”화교 장로는 윤도훈과 가장 가까운 사이였기에 거리낌 없이 그의 팔을 붙잡고 물었다.“그곳에는 한 방울의 정혈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조룡의 정혈이죠. 여러분이 대대로 받아온 조룡의 세례는 바로 이 정혈이 본능적으로 일월 동수결을 운용하며 만들어낸 힘일 겁니다. 그리고 저는 그 정혈을 흡수했습니다.”윤도훈의 목소리는 단호했고, 그는 조심스러운 태도로 사실을 밝혔다. 그는 정혈을 흡수한 과정을 설명하며, 자신이 일월 동수결이라는 신결을 얻은 것과 이를 분석한 결과를 세 사람에게 차분히 이야기했다.윤도훈이 이 모든 것을 솔직히 밝히기로 한 것은 철저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비록 현재 주태학이 일월문의 전체를 이끌고 자신을 소문주로 모시고 있었지만, 그는 여전히 문파 전체를 완전히 신뢰할 자신이 없었다.이런 상황에서 일월 동수결을 자신이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은 강력한 협상 카드가 될 수 있었다. 또한, 이 신결은 일월문을 다시 수천 년, 혹은 만 년 이상의 전승을 이어갈 수 있는 엄청난 자산이었다
이 순간, 윤도훈의 얼굴이 완전히 굳어졌다. 마음속에서 거대한 파도가 일렁이며 극도의 충격과 두려움이 그를 엄습했다.‘내가 이전에 일월문 앞에서 내 신분을 단맥종의 제자라고 밝히며 목숨을 구하려 했는데, 정말 다행이다. 다행히 그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었어! 만약 그렇게 했다면, 화교 장로가 바로 나를 죽여버렸을지도 몰라!’윤도훈은 이러한 아찔한 생각을 떨치며, 자신의 처지를 냉정히 평가하기 시작했다.‘단맥종이 일월문, 심지어 상고 윤씨 가문과도 모두 죽고 못 사는 원수라니? 그 이유가 두 상고 문파의 후손들이 모두 조룡의 핏줄을 이어받았기 때문이라니. 그래서 그들이 그렇게 단맥하려 했던 거였군.’그렇다면 윤도훈도 예외일 수 없었다. 그의 몸에도 조룡의 핏줄이 흐르고 있을 뿐 아니라 조룡의 전승자이다. 게다가 지금은 조룡의 정혈까지 융합했으니 더 말할 것도 없었다.윤도훈은 자기 핏줄과 체질이 조룡의 정혈로 인해 변화를 일으킨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핏줄은 이전보다 더욱 순수해졌다.‘그렇다면, 단맥종의 논리에 따르면 나 역시 그들의 단맥 대상에 포함되는 것 아닌가? 하지만 그들은 과거 나를 문파로 초대했고, 단만수가 나를 문하생으로 받아들였잖아. 그때 나는 단맥종에 대해 어느 정도 소속감을 느끼기도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뭔가 이상하네.’윤도훈은 며칠 전 그의 스승 단만산이 전화를 걸어 자신을 단맥종으로 돌아오라고 재촉한 일을 떠올렸다. 게다가 무구지가 율이를 데리러 와서 무지성으로 재촉했던 모습 역시 수상쩍었다.‘무구지가 율이를 데리러 왔을 때 나와 나눈 대화에서도,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었어. 특히 내가 일월문을 언급했을 때, 뭔가 숨기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었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율이만 데리고 갔지만. 혹시 이게 그들이 나를 협박하려는 수작이었다면?’윤도훈의 생각은 여기까지 미쳤다.“소문주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얼굴빛이 왜 그렇게 좋지 않으신가요?”주태학이 이상함을 눈치채고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날, 윤도훈은 일월문을 떠나 단맥종으로 향했다. 그와 함께, 일월문의 대인이자 동허 후기에 도달한 주태학이 동행했다. 동시에, 화교 장로와 주석수는 문파의 이주를 준비하기 시작했다.조룡 성전이 붕괴되고, 문파 내 영맥도 거의 완전히 고갈된 상황에서, 수천 년 동안 일월문의 근거지로 삼아온 이 땅에 머무르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일월문은 전 구성원이 섬으로 이주하여 영맥을 바탕으로 부흥을 도모하려 했다. 또한, 은둔 윤씨 가문의 보복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했다. 섬과 영맥은 반드시 지켜야 했고, 은둔 윤씨 가문이 이를 다시 탈취하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 되었다.하루 뒤, 정오.상고 윤씨 가문의 광장에는 가족의 거의 모든 직계 구성원과 고위층이 모였다. 심지어 평소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몇몇 대인급 강자들까지 이번에는 모습을 나타냈다.광장 한쪽에서는 태상 장로 윤환우를 포함한 대인급 강자들이 앉아 있었다. 그들의 외모는 하나같이 쇠약하고 초췌했으며, 그중 한 명은 분허 경지에 도달한 강자임에도 모두 한 가지 큰 위기에 직면하고 있었다.바로, 생명의 한계가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이었다.상고 윤씨 가문은 대대로 200세를 넘긴 강자가 없었다. 이것은 마치 저주와도 같았다.대인급 강자들은 광장 중앙 고대 위에 서 있는 윤창생을 내려다보며 침묵하고 있었다. 그는 과거 가문의 대장로였으나, 오늘 가주의 자리를 정식으로 계승할 예정이었다.한편, 전임 가주 윤창해와 그의 직계 및 측근들은 이미 모두 사라졌다. 대인급 강자들은 이미 상황의 전말을 알고 있었지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여러분, 오늘 저는 매우 비통한 소식을 전하게 되었습니다. 가주 윤창해가 며칠 전부터 실종되었습니다. 그전까지, 가문의 외부에 흩어진 가보인 용형 옥패가 이미 주인을 찾았으며, 그 안의 전승도 누군가에게 계승되었다는 사실이 감지되었습니다. 이에 가주께서는 이 전승을 얻은 자를 찾기 위해 측근들과 함께 직접 나섰습니다. 전승자를 데려와 가주의 자리를 물려줄 계획이었죠.
딸의 목소리를 들은 윤도훈은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동시에, 잠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최소한 지금으로서는 율이가 안전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니, 어쩌면 윤도훈이 아직 돌아가지 않았기 때문에, 단맥종도 당분간 율이에게 해를 가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율이야, 착하지. 아빠가 곧 갈게! 율이가 갖고 싶은 거 뭐든 말해 봐. 아빠가 다 사갈게.”윤도훈의 목소리에는 딸을 향한 한없는 사랑이 담겨 있었다.이윽고 율이는 맛있는 것, 재미있는 것 등 하고 싶은 것을 줄줄이 말했고, 윤도훈은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 부녀의 대화가 한참 이어진 후, 전화기를 다시 받은 무구지는 기분 좋은 목소리로 말했다.[도훈아, 그럼 얼른 돌아와! 너희 스승님도 항상 널 걱정하시고, 밖에서 위험하지 않을까 하시더라. 역시 문파로 돌아오는 게 가장 안전하지 않겠냐?]“알겠습니다. 오늘 바로 돌아갈게요.”윤도훈은 차분히 대답하며, 자연스럽게 무구지와 몇 마디를 더 나누고 전화를 끊었다.호텔 방 안.“어떻습니까, 소문주님? 따님은 괜찮으신가요?”주태학이 옆에서 걱정스럽게 물었다.“일단은 괜찮습니다.”윤도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러나 그의 표정에는 여전히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태학 선배님, 혹시 제가 너무 과민하게 생각하는 걸까요? 단맥종이 제 전승을 노리고 있다는 건 사실일 수 있지만, 어쩌면 그들이 그렇게 악의적이진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윤도훈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갈등이 일고 있었다. 그는 한때 자신을 전심으로 도와주었던 무구지가 자신에게 악의를 품고 있을 거라고 믿고 싶지 않았다. 또한, 단맥종에서 언제나 자신을 배려해 주던 단만산이 정말 자신을 해치려 할지 의심스러웠다. 그러나 그의 말이 끝나자, 주태학이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도훈 소문주님, 절대 그들에게 속지 마십시오! 단맥종은 언제나 조룡 핏줄을 끊으려는 마음을 품고 있었습니다. 지난번 문파 전쟁 후, 수호자 조직
막 문파로 돌아왔지만, 윤도훈은 이미 장로급 대우를 받고 있었다.“응, 예를 갖추지 않아도 된다.”윤도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리고는 단맥종 깊숙한 곳에 있는 가장 높은 통천봉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무구지는 단맥종에서 특별한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일반적인 36봉 중 하나인 오래봉이나 선녀봉 같은 곳에 살지 않았다. 대신 종주, 부종주, 그리고 문파의 핵심 인물들이 거주하는 통천봉에 머물고 있었다.윤도훈은 과거 단맥종에 머물렀던 일주일 동안, 금지 구역으로 지정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장소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래서 그는 망설임 없이 무구지의 거처로 직행했다. 그의 마음속에는 한 가지 생각만이 가득했다.딸을 확인하고, 기회가 되면 아무도 모르게 율이를 데리고 떠나는 것.한편, 통천봉 정상의 한 건물군 내. 이곳은 대자연의 영기가 매우 농밀하여 마치 공기 중에서 물방울처럼 떨어질 것만 같은 곳이다. 그리고 이곳이 바로 부종주 단만산의 거처이다.한 작은 정원 안.무구지와 단만산은 서로 마주 앉아 바둑판을 사이에 두고 있었다. 판 위에는 몇 개의 바둑돌이 놓여 있었다.“만산 형님, 정말 이렇게 하실 겁니까?”무구지는 돌을 한 수 두고 나서 망설이며 물었다.“응! 이건 네 큰형님의 뜻이기도 하다.”단만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대답했다. 그가 말한 큰형님은 바로 현 단맥종의 종주, 무화현이었다.“하지만 윤도훈은 형님의 제자 아닙니까?”무구지는 얼굴을 찡그리며 반문했다.“제자? 구지야, 애초에 우리가 왜 윤도훈을 받아들였는지 너도 잘 알지 않느냐.”단만산은 고개를 저으며 냉정히 말했다.“하아. 물론 알죠. 하지만 조금 천천히 진행할 수는 없었습니까?”무구지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만 해. 윤도훈이 일월문과 연관이 있다면, 혹시라도 뭔가를 알아챘을 가능성이 커. 그러니 이런 극단적인 방법을 쓸 수밖에 없어. 그리고 너도 알다시피, 지난번에 윤도훈이 남긴 그 전승이라는 것들은 우리를
한연란의 반문을 들은 윤도훈은 순간 멍해졌다. ‘이곳에 무언가 안 좋은 것이 있을 텐데, 한연란은 대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일까?’“설마, 이곳에 갇혀 있는 게 무슨 이득이라도 있단 말입니까?”윤도훈이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그러자 한연란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제 막 들어오셔서 잘 모르는 모양이군요. 그렇다면 아직 말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저희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 회장님을 만나 뵌 후에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굳이 더 캐묻지는 않았다. 대신 한연란의 다른 동료들에게 시선을 돌렸지만, 그들 역시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그들의 눈빛에는 여전히 경계와 신중함이 서려 있었다. 마치 방금 자신들을 도운 윤도훈조차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그들은 지하 통로를 따라 약 1리 정도를 이동한 후, 마침내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가 이곳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만든 집결지에 도착했다. 그곳은 마치 수도원 같은 건물처럼 보였으나, 분명히 과거 흡혈귀 일족이 거주했던 지역인 만큼 일반적인 수도원은 아니었다.건물의 벽에는 각종 사악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곳곳에 흡혈귀의 섬뜩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음울하고 기괴했다.한연란은 윤도훈을 데리고 건물 안의 한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어르신 한 명과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어르신은 일흔을 넘긴 듯 백발의 머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중년 남자는 차분한 기운을 풍기며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생김새는 왠지 모르게 윤도훈에게 익숙한 느낌을 주었다.윤도훈은 그들을 몇 번 훑어보며 생각했다.‘이상하군.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묘하게 익숙한 기분이 드는 건 왜지?’이윽고 윤도훈은 두 사람 모두 금단 후기 수준의 강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러나 두 사람의 진기와 단전 안에는 흡혈귀 일족 고수들의 기운과 비슷한 기운, 즉 기혈의 힘이 섞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들은 분명 금단
윤도훈은 이찬혁과 노차빈 등 봉화경비 소속 사람들의 안위가 걱정되어, 용안관천술의 기운 추적법을 사용하여 그들의 흔적을 찾으려 했다.그러나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서는 기운 추적법조차 무용지물이었다.“이런, 어쩔 수 없군. 일단 하나하나 살펴보자. 이찬혁과 노차빈이 무사하기를 바랄 수밖에.”윤도훈은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을 했다.그때, 멀지 않은 거리에서 싸움 소리가 들려왔다. 윤도훈은 눈빛을 번뜩이며 빠르게 그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가 도착한 곳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고대 시체의 공격을 막아내며 싸우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앞장선 파란색 옷을 입은 젊은 여자가 길고 날카로운 검을 휘두르며 빈틈없이 방어하고 있었다.다른 사람들도 고대 시체와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지만,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았다.윤도훈을 놀라게 한 점은, 그들이 모두 동양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용병처럼 보이지 않았으며, 사용하는 무기도 냉병기였다. 또한, 움직임은 염하의 수련자들이 사용하는 기술과 흡사했다.‘이런, 염하에서 온 모험가들이나 자유 수련자들인가?’윤도훈은 속으로 생각했다.사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모험가나 무파나 가문의 지원 없이 활동하는 자유 수련자들이었다. 이들은 세계를 떠돌며 기회를 찾아 나서곤 했고, 어떤 흥미로운 소문이 돌면 먼 곳까지 찾아가기도 했다.그들의 움직임을 보니, 모두 진기를 운용하며 싸우고 있었지만, 그 진기에는 희미하게 붉은 빛이 섞여 있었다. 그 붉은 빛은 흡혈귀 일족의 기운과 비슷해 보였고, 윤도훈은 속으로 의문이 들었다.그러나 국외에 나와 이런 익숙한 동양인 얼굴들을 보자, 윤도훈은 그들을 도와주기로 결심했다.윤도훈은 빠르게 달려가며 그들을 공격하는 고대 시체들에게 일격을 가하기 시작했다.그 순간, 그 무리에 있던 파란 옷의 여인과 다른 사람들이 경계의 눈빛을 드러내며 윤도훈을 바라봤다. 갑작스러운 윤도훈의 등장에 놀란 듯, 몇몇 사람들은 고대 시체와 싸우는 것을 멈추고
한 발을 내딛는 순간, 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윤도훈을 휘감았다. 그러나 망설임 없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섰다.눈앞의 풍경은 한순간에 붉은 기운으로 뒤덮였다. 사방이 핏빛 안개로 가득 차 있었고, 주변의 분위기는 마치 중세 MZ의 도시와도 같았다. 고풍스러운 성채와 중세풍의 건축물이 우뚝 솟아 있었으며, 멀리에는 커다란 시계탑이 보였다. 시계탑의 커다란 시계추는 이미 오래전에 멈춰 있었고, 그 위에는 어두운 붉은색의 흔적이 남아 있어 마치 피로 물든 듯한 인상을 주었다.바람이 휙 지나가며 희미한 피비린내가 코끝을 스쳤다.‘이곳이 바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인가?’윤도훈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주변을 살피고, 환경 변화로 인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확인을 마친 윤도훈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고, 얼굴에는 조심스러운 기색이 떠올랐다.평소라면 윤도훈은 백 미터 내외의 모든 상황과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었지만, 이곳에 들어온 순간 그의 감각은 마치 억눌린 듯 작동 범위가 크게 줄어들었다. 주변 10여 미터 정도의 상황만 감지할 수 있을 뿐이었다.동시에 윤도훈은 자신의 피가 이상하게 들끓는 느낌을 받았다. 그로 인해 그의 감정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기며, 내면에는 폭력적이고 살육적인 충동이 점점 커져갔다.윤도훈은 자신의 정신력을 사용해 이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다. 그는 용조의 검혼을 정련하며 정신력을 크게 단련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보다 감정 제어에 유리했다.그러나 이곳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동요는 윤도훈이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이 모든 것은 윤도훈을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또 다른 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몸속에는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힘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 힘은 윤도훈을 더 강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살인 충동도 불러일으켰다. 이 힘은 그의 몸속에 있던 죽음의 힘과 유사했지만, 그보다 한층 더 높은 차원의 에너지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힘은 너무 강력해서 윤도훈조차 강제로 몰아낼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대해 윤도훈은 속으로 탐구해 보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현재 윤도훈이 마주하고 있는 거대한 적인 상고 윤씨 가문과, 언젠가 다시 마주하게 될 단맥종과 같은 위협을 생각하면, 힘을 키울 수 있는 어떤 기회든 놓치고 싶지 않았다.따라서 피의 조상의 심장을 얻으면 흡혈귀의 시조인 카인 마왕의 일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은, 윤도훈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흡혈귀 황제 마리의 말 앞부분에는 아직 망설임이 있었지만, 그녀가 봉화경비라는 이름을 언급했을 때 윤도훈의 표정이 확연히 변했다.“봉화경비? 봉화경비가 왜?”윤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전에 윤도훈은 이미 이찬혁과 노차빈이 고액의 임무를 수락하고 해외로 떠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마리가 봉화경비를 언급하다니, 혹시 이게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역시나, 잠시 후 히드 공작이 말을 이었다.“봉화경비의 몇몇 인원이 저희 히드 조직이 의뢰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 탐험 임무를 수락했습니다.”“다른 용병들과 함께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갔죠. 하지만 지금까지 그곳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그 말이 끝나자, 윤도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변했다. 그는 냉혹한 눈빛으로 히드 공작을 바라보았고, 온몸에서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이 순간, 히드 공작은 등골이 오싹해졌고, 마치 얼음동굴에 갇힌 것처럼 차가운 공포를 느꼈다. 그는 서둘러 해명했다.“인정합니다. 히드 조직은 과거 선생님께 복수하기 위해 윤도훈 씨 주변 사람들의 정보를 조사했습니다.”“그래서 봉화경비의 배후가 바로 윤도훈 씨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맹세컨대, 이번 임무는 저희가 봉화경비를 유인한 것이 아닙니다.”“흥!”윤도훈은 크게 코웃음을 치며 공기를 흔들 정도의 낮은 음성을 냈다. 그 소리에 히드 공작은 귀가 아플 정도의 통증을 느꼈다.“내 사람들이 무사하길 바라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히드 조직은 완전히 몰락하게 될 것이고, 흡혈귀
“내가 하늘을 걸고 맹세하건대, 절대로 윤돈훈 씨를 속이지 않았습니다. 우리 흡혈귀 일족이 현재 가진 자원 중에는 정말로 당신의 눈에 들만한 것이 없습니다.” “믿지 못하겠다면, 다시 한번 흡혈귀 일족 영토로 가보세요. 제가 당신께 모든 것을 열어드릴 테니, 마음껏 찾고 원하는 것을 가져가세요.”“제가 이렇게 진심을 다하는 것은, 윤도훈 씨를 경외하며 우리의 원한을 완전히 끝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피의 조상의 심장에 대해 말씀드린 거고요.” “만약 관심이 없다면, 평범한 다른 자원을 드리겠습니다. 예를 들어 제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우리 흡혈귀 일족에서 가장 좋은 무기 중 하나입니다. 원하십니까?”마리는 약간의 체념과 억울함이 묻어난 표정으로 윤도훈을 향해 간절히 말했다.여자들은 본래 배우라는 말이 있듯, 흡혈귀 황제 같은 흡혈귀도 이 방면에서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특히 이렇게 불쌍한 척 연기를 하는 순간만큼은 더욱 빛을 발했다. 지금의 마리는 전혀 죄가 없는 순진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진심이 담긴 태도를 보여주고 있었다.이 말을 들은 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마리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마리도 숨을 깊이 들이쉬며 윤도훈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마치 조금의 거리낌도 없는 듯 보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네가 더 이상 좋은 것을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을 일단 믿어보지. 네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먼저 내놔. 그리고 피의 조상의 심장이 어디 있는지 말해.”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의 말을 듣고 깜짝 놀른 듯, 그 자리에서 표정이 굳었다.‘뭐지? 이 녀석, 정말로 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원한단 말인가? 단순히 허세로 한 말인데, 이 자가 진심으로 그것을 원하다니?’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었다.백 명의 대공 흡혈귀의 척추뼈와 피의 인내를 담은 강철이라는 특수 금속을 섞어 제작한, 매우 희귀한 성스러
이틀 후.서지현이 하이오스 그룹의 냉동 기지로 안전하게 돌아온 후, 윤도훈과 이진희는 이번엔 또 다른 불상사를 막기 위해 24시간 동안 그곳을 지켰다. 서지현이 해동된 후에는 더 이상 어떤 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히 하기 위해서였다.그날, 윤도훈과 이진희는 앨리스의 소개로 그녀와 성시아의 스승을 만났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간 유전학의 권위자, 스타인 박사였다.두 사람은 윤시율을 데리고 이 학계의 거물을 만났다. 아이의 몸에 걸린 저주를 해결하기 위해, 만에 하나라도 희망이 있다면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에서였다.윤도훈은 생각했다. 상고 윤씨 가문의 이 저주는 몇 세대 간 무작위로 나타나며 마치 유전적 성질을 가진 듯 보였다. ‘그렇다면 이 저주를 가문의 손을 빌리지 않고, 과학적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스타인 같은 세계 최정상급 인간 유전학자를 만날 기회를 얻게 된 만큼, 윤도훈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운 좋게도 앨리스는 스타인 박사의 가장 총애 받는 제자였고, 그녀의 소개 덕분에 박사는 앨리스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스타인 박사는 윤시율의 상태를 듣고 나서, 그 저주에 대해 큰 흥미를 보였다.이윽고 하이오스 그룹에 있는 앨리스의 사무실에서, 두 사람은 윤시율과 함께 스타인 박사를 만났다. 스타인은 허름한 옷을 입고 두꺼운 안경을 낀 노인이었으며, 외모로만 봐도 학문 연구에만 몰두하고 일상적인 생활은 거의 무시하는 전형적인 과학자였다.잠시 후, 스타인 박사는 다양한 장비를 이용해 윤시율을 전반적으로 검사했다.윤시율의 혈액과 골수를 채취해 분석과 연구를 진행했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동시에 스타인 박사는 이 유전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 다. 물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윤도훈과 이진희도 이 상황을 죽은 말을 살리는 심정으로 받아들이며, 스타인이 최선을 다해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했다.스타인 박사가 윤시율을 검사실로 데리고 가 여러 검사
흡혈귀 황제 마리는 흡혈귀 일족의 여왕으로서 윤도훈에게 충분한 경고와 함께 수백 구의 흡혈귀 일족 강자들의 시체를 남겨주었다. 그 후 윤도훈은 그렇게 흡혈귀 일족의 영역을 떠났다.흡혈귀 일족의 영토 전체는 비통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공기 속에는 짙은 피비린내와 죽음의 기운이 맴돌았다. 원래 흡혈귀 일족들에게 이런 냄새는 매우 황홀한 향기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흡혈귀 일족들에게 두려움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사냥감의 피비린내와 자신의 동족이 죽은 뒤 퍼지는 피비린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한편, 흡혈귀 황제 마리의 마음속에는 공포와 경악을 넘어 깊은 슬픔과 증오가 자리 잡았다. 한 명의 대공이 목숨을 잃었고, 다른 공작과 백작 등의 흡혈귀 일족 중추 세력도 절반 이상이 희생되었다. 이로 인해 흡혈귀 일족은 큰 손실을 입었고, 이 모든 것은 염하에서 온 윤도훈을 건드린 결과였다.조금 전, 윤도훈 앞에서 타협을 선택했던 마리는 자신의 증오심을 잘 숨겼다. 하지만 이러한 피의 원한을 그녀가 어찌 갚지 않을 수 있겠는가?윤도훈이 떠난 지 한 시간이 지난 후.흡혈귀 일족의 영토 안에 위치한 한 밀실.흡혈귀 황제 마리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몸에 묻은 피와 무력함의 흔적을 깨끗이 씻어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요염하고 위엄 있는 여왕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또한, 마리 앞에는 한 잘생긴 뱀파이어 공작이 무릎을 꿇고 그녀의 부츠에 입맞추고 있었다.“히드 공작,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의 상황은 어떻지?”마리는 자신의 발을 거두며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마리 여왕님, 제가 은밀망을 통해 여러 방식으로 배포한 임무를 이미 많은 전 세계 용병과 모험가들이 수락했습니다. 지금 고대 지역으로 몰려든 인간들의 수가 이미 천 명에 달했습니다.”“그중에는 세계정화 교단과 늑대인간 무리 같은 멍청이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두들 그 신비로운 보물을 목표로 하고 있지요.”“제 생각에 두 달도 채 안 돼, 피의 조상 고대 시체에게 바칠 제물의 수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이 아직도 멈출 생각이 없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윤도훈 씨, 도대체 어디까지 하려는 거예요? 당신 장모님은 무사하시잖아요. 설마 지금 와서 말을 바꾸려는 거예요? 원한에는 원인이 있고, 빚에는 주인이 있죠. 오거스라는 사건의 주범은 이미 죽었어요.”흡혈귀 황제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녀의 2미터가 넘는 키마저 분노로 인해 약간 떨리고 있었다.“네 흡혈귀 일족들이 외부에서 제멋대로 날뛰며 암흑 조직을 지원하고, 내 장모를 납치하고, 내 아내를 끌어들이려 했지. 방금도 나를 죽이려 했으면서, 주범 하나 죽이는 것으로 끝내겠다도?”“내가 윤도훈이라 너무 호락호락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 모든 원한을 깔끔히 정리하려면, 너희 흡혈귀 일족이 나에게 배상을 해야겠지. 그렇지 않나?”윤도훈은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띠며 강하게 마리를 압박했다. 이것은 국제 관례였다. ‘패배자가 승자에게 보상을 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도대체 어떤 배상을 원한단 말인가요?”흡혈귀 황제 마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분노 섞인 어조로 물었다.“너희 흡혈귀 일족에 어떤 보물이 있는지 보자고. 내가 눈여겨볼 만한 걸 내놓아라.”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그 말이 끝나자, 흡혈귀 황제 마리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흡혈귀 일족의 가장 큰 보물이라면, 바로 저입니다. 그런데 이거 어쩌죠? 제가 윤도훈 씨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 것으로 충분하겠어요?”자신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강자를 상대하면서, 마리는 윤도훈과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한편, 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흠 하며 잠시 멈칫하더니, 흡혈귀 황제 마리의 몸을 훑어보았다. 솔직히 말해, 그녀는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매혹적인 인물이었다.2미터가 넘는 키에도 전혀 투박하거나 둔탁하지 않았고, 오히려 독특한 매력을 뿜어냈다. 1미터 이상의 다리, 매혹적인 허리와 골반의 곡선, 그리고 빠져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진희는 사실 흡혈귀 일족의 영토로 보내지지 않았다. 이전에 오거스는 단지 윤도훈을 이곳으로 유인해 흡혈귀 일족의 더 강력한 강자들이 그를 상대하게 하려는 계략을 꾸몄을 뿐이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윤도훈의 강함은 흡혈귀 일족 전체가 어찌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하이오스 그룹으로 돌려보내라니?”윤도훈은 날카로운 눈빛에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도훈 씨, 하이오스 그룹으로 보내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어쨌든 장모님께서는 여전히 냉동 상태에 있으시니까요. 안심하세요. 하이오스 그룹과 히드 조직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며, 단지 로이가 히드 조직의 일원일 뿐입니다.”오거스는 바닥에 엎드린 채 쓴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윤도훈은 코웃음을 치며 약 30분가량 그곳에서 기다렸다. 그동안 흡혈귀 일족 대전당 전체는 무거운 긴장감 속에 조용했다. 다른 사람들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듯한 분위기였다.온몸이 피로 뒤덮이고 살기를 내뿜는 윤도훈이 그저 조용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모두에게 강렬한 압박감을 주었다.잠시 후, 오거스가 부하들에게서 회신을 받은 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하이오스 그룹의 인체 냉동 기지에 가서 서지현이 무사히 돌아왔는지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윽고 확실한 답변을 들은 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도훈 씨, 장모님은 이미 무사히 복귀하셨고, 도훈 씨도 아무련 부상을 입지 않으셨으니, 이제 그만 떠나주실 수 있겠습니까?”그 순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을 바라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윤도훈은 마리의 능력조차 능가하는 실력을 가진 염하인이다. 따라서 그가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윤도훈을 죽일 능력은 없는데, 상대는 흡혈귀 일족을 멸망시킬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마리는 윤도훈이 어서 떠나주길 바랐다. 이 재앙과도 같은 존재를 빨리 보내고 싶어 했다.“떠나라고? 내 장모를 함부로 납치하고, 내 아내를 잡으려 들고,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