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359화

Author: 노혜아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12-16 18:00:01
릴리와 신하균의 대화로 강학도는 결국 육경서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묻는 걸 잊었다.

육경서는 친동생에게 감사의 눈빛을 보냈다.

저녁 식탁에서 강학도는 완전히 자신의 손녀사위에게 몰입해 있었다.

두 사람은 즐겁게 대화를 나누며 주변을 잊은 채 시간을 보냈다.

육경서와 신주리는 그들만의 공간을 주기 위해 월계만을 떠났다.

차는 천천히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신주리는 약간 피곤한 표정으로 좌석에 기대어 창밖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피곤해?”

옆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주리는 고개를 저으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괜찮아. 그냥 조금 피곤할 뿐이야.”

육경서는 그녀를 슬쩍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다행히 이번 이틀간은 일정이 없으니까 집에서 더 쉴 수 있겠네.”

신주리는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

“어떻게 알았어?”

육경서는 전방을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답했다.

“네 매니저한테 물어봤어. 뭐, 우리 사이니까 그런 거 숨길 이유도 없잖아.”

둘은 잠시 멈칫했다.

신주리는 그가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것을 보고 의아한 표정으로 그의 옆얼굴을 바라보았다.

지금 이 시점에 카메라도 없고 그가 기억을 잃은 걸까 아니면 그녀가 기억을 잃었다고 생각해서 이런 자연스러운 말을 한 걸까?

육경서는 자신의 말이 잘못 나왔다는 걸 느끼고 손으로 운전대를 꽉 잡았다. 신주리가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을 느끼고 더 긴장했다.

“뭐, 우리 비록 헤어졌지만 나는 여전히 네 전 남자친구잖아!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나는 더 이상 전 남자친구로만 남고 싶지 않아!”

그의 목소리는 점점 낮아졌고 뒤이어 아무런 반박하지 않기를 바라는 듯이 말을 이었다.

“게다가 우리는 아직도 프로그램 안에서 커플로 나온 거잖아. 그러니까 서로 완전히 관계를 끊을 수는 없지!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야!”

그가 이 말을 하자 자신도 모르게 기세가 꺾였다.

신주리는 그가 이렇게 어색하게 말하는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너한테 궁금해하지 말라고 했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60화

    사실 신주리도 궁금해했지만 온 저녁 릴리네와 함께 시간을 보내느라 그만 잊어버렸다. 그녀는 입을 열어 되물었다. “너는 어디로 쓴 거야?” 육경서는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 “바닷가지! 내가 메시지로 신호를 보냈잖아. 너 그거 못 알아봤어?” 신주리는 천천히 말했다. “알아봤지. 근데 누가 정했어? 알아봤다고 해서 네가 쓴 대로 해야 한다고?” 육경서는 잠시 말을 잃었다. 그는 섭섭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차는 신씨 가문 별장 앞에 멈췄다. 신주리는 차에서 내려 기쁘게 손을 흔들며 작은 가방을 들고 걸어 나갔다. 몇 발자국 가다가 돌아서더니 마침 차창이 내려지자 몸을 굽혀서 두 팔꿈치를 창에 기대며 말했다. “근데 내가 쓴 주소도 바닷가랑 연관이 좀 있어. 제작진 팀이 중복이라 판단할 수도 있지 않을까?” 육경서의 섭섭했던 눈빛은 어느새 빛을 내고 있었다. 그가 입을 열어 물어보기도 전에 이미 그녀는 돌아서서 걸어갔다. 며칠 후, 육경서는 바쁘게 지내고 있었지만 그 와중에도 틈틈이 신주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내용은 별거 없고 일상적인 것이었다. 대부분은 자신의 일정을 보고하거나 상대방이 밥을 먹었는지 묻는 작은 얘기들이었다. 끝에는 항상 이렇게 덧붙였다. [그래서 네가 쓴 곳은 대체 어디야?] 신주리는 메시지를 확인하면 짧게 답은 하되 항상 마지막 문장은 무시한 채 넘어갔다... 프로그램 녹화는 한 달 넘게 연기되었다. 제작진은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육경서의 궁금증은 더욱 커졌다. 도대체 어디일까? 녹화 전날 밤까지 그는 여전히 그 질문을 머릿속에서 놓지 않았다. 신주리는 평소처럼 그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누다 끊으려는 찰나 육경서가 다시 묻기 시작했다. [넌 그 목적지가 어디야?] 신주리는 답했다. [하루만 있으면 내일 다 밝혀지는데 그걸 못 기다리겠어?] [그게 내가 내일 녹화를 어떻게 맞이할지 결정하는 거야.] [...] 신주리는 한숨을 쉬며 입술을 내밀고서도 결국 답을 했다.

    Last Updated : 2024-12-17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61화

    신주리는 입술을 내밀며 투덜거렸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대체 뭐 하는 거야?” “나오면 알게 될 거야.” 신주리는 전화를 끊고 돌아서서 문을 열었다. 신씨 가문 부모님은 일찍 주무시기 때문에 이 시간엔 집 안이 조용하다. 계단 위로는 희미한 불빛이 내려왔고 그 덕분에 방이 너무 어두운 건 아니었다. 자기도 모르게 발걸음을 가볍게 하며 조심스럽게 나갔다. 별장 문이 살짝 닫히자 그제야 신주리는 자신이 몰래몰래 행동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지금 보니 밖에서 소리도 없이 미친 듯이 손을 흔드는 소년의 모습이 더 기이하게 느껴졌다... 마치 불법적인 만남 같았다... 이 생각을 하자 신주리는 갑자기 머리를 흔들며 그런 이상한 생각을 떨쳐냈다. 그리고 작은 발걸음으로 문쪽을 향해 뛰어갔다. 오늘 밤의 날씨는 그리 좋지 않았다. 바람은 매서웠고 비가 섞인 바람이 얼굴을 스치며 차가운 느낌을 주었다. 그녀는 손으로 얼굴에 달라붙은 머리를 툭툭 치며 불만스러운 듯 고개를 들고 그를 보았다. “내가 이제 거의 자려고 했거든? 만약 나를 기쁘게 해주는 게 아니라면 너 죽을 줄 알아!” 그녀의 목소리는 귀찮은 듯 위협적이었지만 눈빛은 여전히 반짝이고 있었다. 육경서는 그녀의 그 눈빛을 보고 잠시 멍해졌다. 그러고는 고개를 숙여 그녀가 입고 있는 민소매 원피스를 보았다. 그녀의 어깨는 가냘프고 예쁜 쇄골 아래로는 빠르게 뛰는 숨결에 따라 가슴이 살짝 오르내렸다... 그의 눈빛이 순간 어두워졌지만 그는 빠르게 고개를 돌려서 차 뒤쪽을 향해 말했다. “내려오지 마!” 차를 막 세운 뒤 트렁크에서 뭔가를 꺼내며 인사를 하려던 매니저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그냥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다시 운전석으로 돌아갔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육경서는 그녀에게 다시 눈길을 주며 재빨리 자신의 외투를 벗어 그녀에게 덮어주었다. 그러고는 그 외투를 더욱 단단히 감싸며 그녀를 감쌌다. 신주리는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소년에게서 나는 낯선

    Last Updated : 2024-12-17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화

    “우리 헤어지자. 넌 더 이상 내가 원하는 걸 줄 수 없어.”23살 생일날, 케이크 앞에서 올해 천강이랑 결혼하게 해주세요라는 소원을 빌고난 지 5분도 지나지 않은 강유리가 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이다.휴대폰을 바라보던 강유리가 미간을 찌푸렸다.‘얘가 갑자기 왜 이러지? 3년 동안 롱디라서 많이 섭섭했나? 그게 미안해서 금전적으로 어떻게든 뒷바라지 해줬던 건데. 그리고 그 동안 한 번도 이런 말 한 적 없었잖아.’일방적인 이별 통보였지만 그녀는 그저 오랜 롱디에 지친 남자친구의 귀여운 투정 정도라고 생각했기에 가장 빠른 항공편으로 귀국했다.당일 밤 11시.‘내가 자길 위해서 특별히 귀국했다는 걸 알면 아마 깜짝 놀라겠지?’서프라이즈를 제대로 해주기 위해 강유리는 기나긴 채팅기록을 뒤져 언젠가 그가 알려주었던 도어락 비밀번호를 알아냈다.“삑삑, 삐리릭.”문이 열리고...트렁크를 살며시 내려둔 채 살금살금 2층으로 올라가던 강유리는 방 안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에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남자는 첫사랑 절대 못 잊는다던데. 이렇게 쉽게 헤어지는 거야?”“뭐래. 내 첫사랑은 너야. 강유리 걔는... 어디까지나 돈 때문에 좋아하는 척 하는 거였다고. 우리가 애도 아니고. 플라토닉 연애라니. 하여간 더럽게 비싸게 굴어요.”“뭐야. 그럼 스킨십하려고 나랑 만난다는 거야?”“자기도 즐겨놓고 왜 이래. 응?”두 사람의 웃음소리가 점점 야릇하게 변하고...밖에서 이 모든 걸 듣고 있던 강유리는 주먹을 꽉 쥔 채 천천히 방으로 다가갔다.역시나 살짝 열린 문틈으로 서로 뒤엉킨 남녀의 모습이 보이고... 강유리는 침착하게 휴대폰을 꺼냈다.“찰칵.”휴대폰 카메라의 셔터소리에 방금 전까지 서로에게만 빠져있던 임천강, 성신영이 화들짝 놀란다.방 앞에 서 있는 강유리를 발견한 임천강이 일단 급한대로 이불로 비루한 몸뚱어리를 가려본다.“강유리? 네... 네가 어떻게 여길...”떨리는 목소리에서 당황스러움이 그대로 묻어났다.“그냥... 네가 원하는 게

    Last Updated : 2023-08-29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2화

    화풀이를 끝낸 강유리가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둘 다 뭘 잘했다고 이렇게 뻔뻔해? 무릎 꿇고 애원하고 빌어도 모자랄 판에. 지금 나만 이 상황 이해 안 가는 거야?”“너...!”“임천강, 나 늙어죽는 한이 있어도 너 같은 애랑 결혼 안 해. 네가 누굴 좋아하든 상관없는데 그럼 적어도 나랑 끝내고 만났어야지. 추잡하게 이게 뭐 하는 거야? 어쨌든... 오늘 이 치욕... 절대 이대로 못 넘어가. 어떻게든 복수할 거니까 두고 봐.”말을 마친 강유리가 자리를 뜨고 분노에 찬 임천강의 절규가 오피스텔을 가득 채웠다.“강유리, 너야말로 두고 봐! 내가 멍청이처럼 당하고만 있을 것 같아?!”한편, 오피스텔을 나서며 분노로 인해 거칠어진 숨을 몰아쉬던 강유리가 우뚝 멈춰 섰다.‘아니지. 여긴 내 집이잖아. 왜 내가 나가야 해?’휴대폰을 꺼낸 강유리는 바로 아파트 관리인에게 전화를 걸었다.“아, 502호 주인인데요. 3년 동안 집을 비웠더니 모르는 사람들이 무단침입해서 살고 있네요. 경찰에 신고를 하든 뭘 하든 어서 처리해 주세요.”늦은 밤, 강유리의 전화에 벌떡 일어난 관리인은 바로 경비원들과 함께 502호로 달려가기 시작한다...마지막 미션까지 마친 강유리는 트렁크를 끌며 새벽의 거리를 터덜터덜 걷기 시작했다.연인의 배신, 슬프다기 보다 짜증이 밀려왔다.그녀와 임천강은 어렸을 때부터 아는 사이였고 수많은 남자들 중 임천강은 누구보다 그녀를 잘 아는 사람이었다. 물론 한때 열렬하게 그녀를 사랑했던 것도 사실이었고 말이다.그런데... 오늘 밤 그녀가 목격했던 추잡한 장면은 지난 3년이란 시간을 그저 웃음거리로 만들었다.‘애초에 날 좋아한 적도 없었잖아. 그냥 내 돈 보고 접근한 거였어?’“나쁜 자식들!”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짜증이 밀려들어 발에 닿는 조약돌을 퍽 차는 강유리다.하지만 다음 순간, 묘한 곡선을 그리며 날아가던 조약돌이 길가에 주차된 차량에 부딪히며 캉 하고 맑은 소리를 낸다.“헉!”가까이 가보니 롤스로이스 한정판.방금 전

    Last Updated : 2023-08-29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3화

    한편, 육시준 역시 갑자기 나타나 계약 결혼이네 한달에 천만 원이네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내뱉는 강유리를 유심히 바라보기 시작했다.그리고 한참을 가만히 있던 그가 손을 내민 곳은 뒤쪽이었다.“자료 좀 주실래요?”어젯밤 차에 남긴 정보에 따라 비서가 이미 강유리의 뒷조사를 완벽히 끝낸 상태.무표정으로 태블릿 PC를 넘기던 육시준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1000만원은 너무 적지 않나? 적어도 0 하나는 더 붙여야지. 그래야 육씨 집안 사모님이란 타이틀에 걸맞을 테니까.”목소리에서 묘한 위압감이 느껴졌지만 강유리는 0 하나는 더 붙여야 한다는 말에 꽂혀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하이고? 요즘 호스트는 가격 흥정을 이렇게 하나? 하긴, 저 얼굴에 저 분위기에... 부잣집 사모님 한 명 제대로 잡으면 월에 억은 쉽게 받겠어. 하지만...’“5000만원, 이 정도에서 끝내지. 적당히 해.”해외에서 매달 임천강에게 용돈 명목을 부쳐준 돈이 겨우 2000만원 남짓, 강유리가 부자인 건 사실이지만 이런 일로 호구 잡힐 정도로 바보는 아니었다.이때, 뭔가 이상함을 느낀 육시준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그런데... 5000만이든 1억이든 누가 누구한테 주는 거지?”“내가 그쪽을 고용했으니까 당연히 내가 주는 거지.”이에 육시준은 다시 강유리의 얼굴을 훑어보기 시작했다.얼핏 얼핏 보이는 요염함이 매력적인 정교한 얼굴, 지금까지 그의 돈에 빠져 어떻게든 그의 환심을 사기 위해 아등바등 애를 쓰던 여자들과는 달리 자신만만함을 넘어 어딘가 고고하기까지 한 눈빛...‘연기하는 것 같진 않은데...’“좋아.”잠시 후 얘기를 마친 두 사람은 카페를 나선다.하지만 지하주차장에 도착한 강유리는 우뚝 멈춰서더니 익숙한 롤스로이스에 시선이 꽂힌다.“왜 그래?”“아무것도 아니야.”강유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내가 저 차 주인한테 빚을 좀 진 게 있거든.”강유리를 보는 육시준의 눈이 또 묘하게 변하고...비서 역시 상황이 묘하게 변하고 있다 싶지만 육시준의

    Last Updated : 2023-08-29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4화

    충격으로 일렁이는 육경서의 눈동자는 제발 이 모든 게 거짓말이라고 말해 달라고 호소하는 듯했지만 육시준은 그의 시선을 무시한 채 비서에게 분부했다.“강유리, 그리고 그 집안에 대해 제대로 알아봐줘요.”3년 동안 증발이라도 한 것처럼 사라졌다가 귀국하자마자 결혼이라니. 얼굴도 모르는 남자와 결혼을 강행하는 걸 보면... 뭐에 쫓기는 듯한데.육시준은 그 답이 그녀의 집안에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알겠습니다. 해외 유학생활에 대해서도 알아볼까요?”어제 비서가 급하게 구한 자료에선 그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3년 간 도피 유학을 떠났다는 정보가 전부, 그 3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적혀있지 않았다.“아니요.”‘그건 그 여자 입으로 직접 들어야겠어...’하지만 육경서는 여전히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미간을 찌푸린 모습이다.여기 오면서 비서에게 대충 들은 바로는 어제 일부러 육시준 차에 스크래치를 내놓고 오늘 못 알아보는 척 결혼 제안을 한 여자라던데...‘아무리 생각해도 꽃뱀 같단 말이야. 뭔가 냄새가 나... 구린 냄새가...’“형, 그 여자 진짜 형 얼굴 모르는 거 맞아?”서울시에서 한정판 롤스로이스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은 육시준 한 사람뿐.그의 차가 곧 그의 얼굴이자 이름 같은 존재인데 아무리 갓 귀국했다지만 그걸 못 알아봤다는 게 납득이 가지 않았다.동생의 질문에 잠깐 고민하던 육시준 역시 고개를 저었다.“글쎄..”“그런데 왜...”“내가 알아서 해.”동생의 말을 잘라버린 육시준이 말을 이어갔다.“아, 아주머니한테 내 짐 좀 정리해 달라고 부탁해 줘. 오늘부터 와이프랑 같이 살아야 하니까.”한편, 강유리는 외할아버지를 만나러 병원에 들른 뒤에야 집으로 향했다.마침 저녁 시간, 문 앞에 차를 댄 강유리는 검은색 철문 옆에 적힌 글씨를 보고 미간을 찌푸린다.“성홍주”강민영이 세상을 뜬 뒤로 성홍주는 강유리가 아직 어리다는 핑계로 재산을 전부 빼앗은 것도 모자라 첫사랑과 낳은 사생아까지 집안에 들였다.빨리 어른이 되

    Last Updated : 2023-08-29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5화

    강유리의 말에 저택은 기묘한 정적이 감돌았다.성신영과 왕소영 모녀는 잔뜩 경계 어린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성홍주는 커다래진 눈으로 물었다.“너 어제 남자친구랑 헤어진 거 아니었니? 그런데 오늘 바로 결혼이라니. 이게 무슨...”성홍주의 말에 강유리의 마음이 다시 무겁게 가라앉았다.생물학적 아버지로서 조금이나마 가지고 있던 연민마저 산산조각나는 순간이었다.“하, 아빠도 제가 어제 헤어진 걸 알고 계셨네요. 제가 연애를 하고 있는 것도 그렇게 예뻐하는 작은 딸이 자기 언니 남자친구를 빼앗은 것도 까맣게 모르고 계시는 줄 알았는데.”강유리의 팩폭에 성홍주의 표정이 어색하게 굳었지만 곧 다시 근엄한 표정으로 그녀를 꾸짖기 시작했다.“가족끼리 그런 일로 꼭 얼굴을 붉혀야 속이 시원하겠니!”성홍주가 자기 편을 들어주자 의기양양해진 성신영이었지만 또다시 불쌍한 척을 하기 시작했다.“나랑 천강 오빠가 언니한테 잘못한 게 맞는걸. 언니가 저렇게 화내는 것도 이해가 가. 우린 그냥 언니가 상처를 받을까 봐 제대로 날 잡고 사과하고 얘기할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오해가 커질 줄은 몰랐어. 내가 맞아도 싸지 뭐.”눈시울을 붉히는 성신영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성홍주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지만 성홍주의 눈에 성신영은 한없이 착하기만 한 예쁜 딸이었고 강유리는 자기 엄마를 꼭 닮아 강압적이고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턱 막히는 딸이었기에 마음이 성신영에게로 기울 수밖에 없었다.“네가 이렇게 뻣뻣하게 구니까 남자가 도망가는 거 아니야. 네 동생 반만 닮아봐. 천강이가 바람을 피웠겠어?”“아빠, 죄송해요. 저한테 많이 실망하셨죠. 비록 신영이랑 제 남자친구가 저 몰래 바람을 피우긴 했지만 그래도 한 가족이니 축북해줬어야 했는데 맞죠? 그 집도 엄마가 저한테 남겨주신 주식까지 다 신영이한테 줄 걸 그랬어요.”강유리가 성신영의 말투와 표정을 따라하고 이건 또 무슨 수작인가 싶어 세 사람이 어벙한 표정을 짓는다.‘뭐? 집에 주식

    Last Updated : 2023-08-29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6화

    하지만 임천강의 비아냥거림이 들리고 순간 스쳤던 빛이 후광이 와장창 깨져버린다.‘임천강, 너도 저 집에서 들어앉은 사람들이랑 다를 게 없어. 가식적이고 탐욕적이지. 역겹게...’임천강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강유리는 뭔가 결심한 듯 엑셀을 거세게 밟았다.순간 차량이 화살처럼 앞으로 발사되고... 방금 전까지 건방진 표정을 짓고 있던 임천강의 눈이 휘둥그레진다.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서던 임천강은 다급한 나머지 자기 발에 걸려 대자로 넘어지지만 핸들을 잡은 강유리는 도무지 속도를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오빠!”“강유리, 너 이게 지금 무슨 짓이야!”임천강을 마중나온 성신영 모녀는 비명소리만 꺅꺅 내지르다 결국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끼익...”그리고 그 순간 타이어가 무서운 마찰음을 내며 임천강과 단 한뼘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드디어 멈춰 섰다.지잉...차 창문이 내려가고 운전석에 앉은 강유리가 고개를 쏙 내밀더니 여유로운 얼굴로 픽 웃었다.잔뜩 긴장한 다른 사람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너나 잘하세요.”이 말을 마지막으로 강유리의 스포츠카는 배기가스를 내뿜으며 사라지고 매연에 세게 콜록거리던 임천강은 몰래 주먹을 꽉 쥐었다.‘저 미친... 두고 봐. 내가 이대로 가만히 있을 것 같아?’여느때와 다름없이 화려한 서울의 밤거리.강유리는 아무런 목적지 없이 그저 도로를 한없이 달리기만 했다. 도로에 줄지어 선 가로등 불빛에 강유리의 얼굴은 밝아졌다 어두워졌다를 반복했는데 그 모습이 어딘가 더 쓸쓸하게 느껴졌다.‘클럽 죽순이에 걸레라... 그래도 한때 사귀었던 사람한테 그게 할 소리야? 됐다, 술이나 마시러 가자.’결국 치미는 짜증에 강유리가 자주 가는 바로 핸들을 꺾으려던 그때, 그녀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어디야?”수화기 저편에서 들리는 매력적이지만 낯선 목소리.발신인을 확인한 강유리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분명 모르는 번호인데... 누구지?’“누구세요?”“...”잠깐의 침묵 끝에 육시준은 한 번만 더

    Last Updated : 2023-08-29

Latest chapter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61화

    신주리는 입술을 내밀며 투덜거렸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대체 뭐 하는 거야?” “나오면 알게 될 거야.” 신주리는 전화를 끊고 돌아서서 문을 열었다. 신씨 가문 부모님은 일찍 주무시기 때문에 이 시간엔 집 안이 조용하다. 계단 위로는 희미한 불빛이 내려왔고 그 덕분에 방이 너무 어두운 건 아니었다. 자기도 모르게 발걸음을 가볍게 하며 조심스럽게 나갔다. 별장 문이 살짝 닫히자 그제야 신주리는 자신이 몰래몰래 행동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지금 보니 밖에서 소리도 없이 미친 듯이 손을 흔드는 소년의 모습이 더 기이하게 느껴졌다... 마치 불법적인 만남 같았다... 이 생각을 하자 신주리는 갑자기 머리를 흔들며 그런 이상한 생각을 떨쳐냈다. 그리고 작은 발걸음으로 문쪽을 향해 뛰어갔다. 오늘 밤의 날씨는 그리 좋지 않았다. 바람은 매서웠고 비가 섞인 바람이 얼굴을 스치며 차가운 느낌을 주었다. 그녀는 손으로 얼굴에 달라붙은 머리를 툭툭 치며 불만스러운 듯 고개를 들고 그를 보았다. “내가 이제 거의 자려고 했거든? 만약 나를 기쁘게 해주는 게 아니라면 너 죽을 줄 알아!” 그녀의 목소리는 귀찮은 듯 위협적이었지만 눈빛은 여전히 반짝이고 있었다. 육경서는 그녀의 그 눈빛을 보고 잠시 멍해졌다. 그러고는 고개를 숙여 그녀가 입고 있는 민소매 원피스를 보았다. 그녀의 어깨는 가냘프고 예쁜 쇄골 아래로는 빠르게 뛰는 숨결에 따라 가슴이 살짝 오르내렸다... 그의 눈빛이 순간 어두워졌지만 그는 빠르게 고개를 돌려서 차 뒤쪽을 향해 말했다. “내려오지 마!” 차를 막 세운 뒤 트렁크에서 뭔가를 꺼내며 인사를 하려던 매니저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그냥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다시 운전석으로 돌아갔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육경서는 그녀에게 다시 눈길을 주며 재빨리 자신의 외투를 벗어 그녀에게 덮어주었다. 그러고는 그 외투를 더욱 단단히 감싸며 그녀를 감쌌다. 신주리는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소년에게서 나는 낯선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60화

    사실 신주리도 궁금해했지만 온 저녁 릴리네와 함께 시간을 보내느라 그만 잊어버렸다. 그녀는 입을 열어 되물었다. “너는 어디로 쓴 거야?” 육경서는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 “바닷가지! 내가 메시지로 신호를 보냈잖아. 너 그거 못 알아봤어?” 신주리는 천천히 말했다. “알아봤지. 근데 누가 정했어? 알아봤다고 해서 네가 쓴 대로 해야 한다고?” 육경서는 잠시 말을 잃었다. 그는 섭섭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차는 신씨 가문 별장 앞에 멈췄다. 신주리는 차에서 내려 기쁘게 손을 흔들며 작은 가방을 들고 걸어 나갔다. 몇 발자국 가다가 돌아서더니 마침 차창이 내려지자 몸을 굽혀서 두 팔꿈치를 창에 기대며 말했다. “근데 내가 쓴 주소도 바닷가랑 연관이 좀 있어. 제작진 팀이 중복이라 판단할 수도 있지 않을까?” 육경서의 섭섭했던 눈빛은 어느새 빛을 내고 있었다. 그가 입을 열어 물어보기도 전에 이미 그녀는 돌아서서 걸어갔다. 며칠 후, 육경서는 바쁘게 지내고 있었지만 그 와중에도 틈틈이 신주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내용은 별거 없고 일상적인 것이었다. 대부분은 자신의 일정을 보고하거나 상대방이 밥을 먹었는지 묻는 작은 얘기들이었다. 끝에는 항상 이렇게 덧붙였다. [그래서 네가 쓴 곳은 대체 어디야?] 신주리는 메시지를 확인하면 짧게 답은 하되 항상 마지막 문장은 무시한 채 넘어갔다... 프로그램 녹화는 한 달 넘게 연기되었다. 제작진은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육경서의 궁금증은 더욱 커졌다. 도대체 어디일까? 녹화 전날 밤까지 그는 여전히 그 질문을 머릿속에서 놓지 않았다. 신주리는 평소처럼 그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누다 끊으려는 찰나 육경서가 다시 묻기 시작했다. [넌 그 목적지가 어디야?] 신주리는 답했다. [하루만 있으면 내일 다 밝혀지는데 그걸 못 기다리겠어?] [그게 내가 내일 녹화를 어떻게 맞이할지 결정하는 거야.] [...] 신주리는 한숨을 쉬며 입술을 내밀고서도 결국 답을 했다.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59화

    릴리와 신하균의 대화로 강학도는 결국 육경서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묻는 걸 잊었다. 육경서는 친동생에게 감사의 눈빛을 보냈다. 저녁 식탁에서 강학도는 완전히 자신의 손녀사위에게 몰입해 있었다. 두 사람은 즐겁게 대화를 나누며 주변을 잊은 채 시간을 보냈다. 육경서와 신주리는 그들만의 공간을 주기 위해 월계만을 떠났다. 차는 천천히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신주리는 약간 피곤한 표정으로 좌석에 기대어 창밖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피곤해?” 옆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주리는 고개를 저으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괜찮아. 그냥 조금 피곤할 뿐이야.” 육경서는 그녀를 슬쩍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다행히 이번 이틀간은 일정이 없으니까 집에서 더 쉴 수 있겠네.” 신주리는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 “어떻게 알았어?” 육경서는 전방을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답했다. “네 매니저한테 물어봤어. 뭐, 우리 사이니까 그런 거 숨길 이유도 없잖아.” 둘은 잠시 멈칫했다. 신주리는 그가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것을 보고 의아한 표정으로 그의 옆얼굴을 바라보았다. 지금 이 시점에 카메라도 없고 그가 기억을 잃은 걸까 아니면 그녀가 기억을 잃었다고 생각해서 이런 자연스러운 말을 한 걸까? 육경서는 자신의 말이 잘못 나왔다는 걸 느끼고 손으로 운전대를 꽉 잡았다. 신주리가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을 느끼고 더 긴장했다. “뭐, 우리 비록 헤어졌지만 나는 여전히 네 전 남자친구잖아!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나는 더 이상 전 남자친구로만 남고 싶지 않아!” 그의 목소리는 점점 낮아졌고 뒤이어 아무런 반박하지 않기를 바라는 듯이 말을 이었다. “게다가 우리는 아직도 프로그램 안에서 커플로 나온 거잖아. 그러니까 서로 완전히 관계를 끊을 수는 없지!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야!” 그가 이 말을 하자 자신도 모르게 기세가 꺾였다. 신주리는 그가 이렇게 어색하게 말하는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너한테 궁금해하지 말라고 했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58화

    강학도의 눈은 살짝 떨렸고 이 작은 녀석들의 애절한 눈빛을 마주하니 거절의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네티즌들이 쓰는 표현 중에 이런 말이 있었다. ‘실력도 없으면서 하고 싶은 거 다 한다.’ 대충 이런 말이 그들에게 어울릴 것 같았다. 결국 그는 자신의 희생을 감수하고 젊은이들 사이로 성공적으로 침투했다... 하지만 한 가지 좋은 점은 가까이에서 구경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그는 딸의 연애 상황에 관심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방송을 보고 나서 둘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분명히 그냥 사귀는 연인들인데 왜 그렇게 이상하게 지내고 또 ‘다시 한번 기회를 준다'는 말이 나오는 걸까? 혹시 그들 사이에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을까?’ 육경서는 어색한 표정으로 대답을 피했다. 그는 이 모든 것을 한 번도 어른에게 말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 과거의 일들을 다시 꺼내자니 정말 후회가 밀려왔다. “그냥 작은 갈등이 있었어요.” 그는 애매하게 얼버무렸다. “무슨 갈등? 왜? 들어보니 심각한거 같은데! 다 큰 남자가 여자에게 조금 더 양보할 줄 알아야지.” “외할아버지, 저는 정말 너무 속상해요!” 릴리가 갑자기 말을 끊으며 강학도에게 슬픔을 호소했다. 강학도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말을 듣고 반응했다. “왜 그래?” 릴리는 불만을 가득 담아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저는 외할아버지의 진짜 외손녀잖아요! 그리고 여기서는 저와 미래 손녀사위가 같이 서 있는데 외할아버지는 저희에게 관심도 안 두고 다른 사람의 사적인 얘기만 궁금해하시다니요?” 갑자기 자신이 언급된 신하균은 몸을 바로 세웠다. 그는 옆에 있는 여동생의 어색한 표정을 살펴보면서도 결국 한발 물러서서 모든 걸 자신이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는 다시 진지하게 인사했다. “외 할아버지.” 강학도는 잠시 멈칫했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응답했다. 그는 외 손녀의 눈빛에 맞서면서도 여전히 고집스럽게 말했다. “경서와 주아는 다 우리 가족인데 그게 뭐가 이상한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57화

    물론 그녀가 기분이 좋다면 상황이 조금 더 나아질 수도 있겠지만... “딩동!” 초인종 소리가 집 안의 침묵을 깨뜨렸다. 네 명은 동시에 문을 바라보며 얼굴은 긴장감으로 굳어졌다. 아마도 방금 전에 강미영의 눈빛에 기가 눌려서 이제는 그 누구도 문을 열고 싶어 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초인종이 다시 한번 울리고 나머지 세 사람은 동시에 신하균을 바라보았다. “네가 가!” 신하균은 잠시 말없이 그들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갸웃하며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 긴장할 일인가? 몇 분 만에 강미영이 순간 이동이라도 해서 왔을까?’ 그는 일어나 차분하게 문 쪽으로 다가가서 자연스럽게 문을 열었다. 그런데 문을 열자마자 그는 얼어버렸다. 문밖의 사람도 당황한 표정으로 심지어 자기가 잘못 왔나 싶어 안경을 밀어 올리며 문패를 다시 확인하고는 물었다. “저, 제가 잘못 온 건가요?” “아니요, 아니에요...” 신하균은 드물게 당황하며 한발 물러섰다. “릴리 집에 있어요. 들어오세요.” 그 사람은 강학도였다. 릴리는 이 소리를 듣고 반짝이는 눈으로 달려갔고 거의 뛰어오르듯 했다. “외할아버지! 딱 맞춰 오셨어요! 우리 네 명의 생명을 구해 주셨어요. 대단해요!” 강학도는 문을 넘기기 직전 잠시 멈칫했다. 그는 이 상황이 분명 뭔가 이상하다는 직감이 들었고 자신의 예감이 맞았다는 걸 알았다. ‘지금이라도 돌아갈까?’ 하지만 이미 늦었다. 앞을 가로지르는 작은 아이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 “빨리 와요! 들어오세요! 멋진 걸 보여 드릴게요!” 육경서와 신주리는 예의 바르게 인사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그래, 안녕.” 강학도는 의자에 앉으면서 이 상황을 더욱 혼란스럽게 바라보았다. 문을 열자마자 그는 불길한 느낌을 받았지만 외손녀와 그 남자가 단둘이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지금 보니 이 네 명이 다 함께 있던 거였다. ‘이 작은 녀석들이 도대체 뭘 하려는 거지?’ 릴리는 컴퓨터를 끌어안고 할아버지 앞에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56화

    그때 강미영은 네트워크를 끈 후 바로 카메라도 껐다.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웃음을 흘렸다. ‘어쩐지 이 녀석들이 오지 않는다 했더니 어둠 속에서 숨어 있었구나. 이런 저질스러운 수법을 쓰다니, 내가 자신들과 똑같이 멍청할 거라고 생각한 걸까?’ “이건?” 소지석이 언제부터 그녀 옆에 서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카메라를 보며 잠시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지었다. 강미영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아이들이 장난쳤어요. 우스운 꼴을 보였네요.” 소지석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대답했다. “괜찮아요. 처음 만난 것도 아니잖아요.” 잠시 생각한 후 이 아이들이 조금은 귀찮지만 결국엔 그가 원하는 공간을 마련해 주기 위해 도와주려는 의도였다는 걸 깨닫고 본능적으로 그들을 옹호하는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그들도 당신을 걱정해서 그런 과감한 행동을 한 거예요.” 강미영은 뒤돌아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 이유를 정말 믿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소지석은 말을 잇지 못했다. “당신이 더 잘 알겠죠. 그들은 단순히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이에요. 뭐든지 끼어들고 싶은 마음에 제가 벌써 은퇴한 줄 알고 저 앞에서 이런 속셈을 부리는 거죠.” ‘그래, 이제 구할 수 없겠군. 그들은 자기가 알아서 해결해야겠지.’ 강미영은 평소처럼 외부에서 사적인 얘기를 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그 이야기를 금방 끊어버리고 다시 원래 이야기로 돌아갔다. 그녀는 앞으로 가고 싶은 여행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곳은 천 년의 문화유산을 자랑하는 역사적인 도시였다... 소지석은 잠시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프로그램에서 곧 일정이 잡힐 거예요. 시간문제죠. 하지만 지금 당장 가고 싶다면 저도 함께 갈 수 있어요. 요즘 저는 별로 바쁘지 않아요.” 강미영은 부드럽게 거절하며 말했다. “맞아요. 프로그램에 결국 다 짜여 있어요. 지금 가고 나중에 또 가면 신선함이 없겠죠.” 소지석은 더 이상 고집하지 않았다. 대신 무심코 덧붙였다. “그럼 다음 장소는 어디일까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55화

    릴리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에이, 어차피 우리 엄마잖아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리고 입술 모양 읽기를 육경서가 제대로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에요!” 신하균은 입술을 꾹 다물고 침묵했다. 그러다 신주리가 갑자기 깨달은 듯 급히 고개를 돌려 신하균을 바라봤다. “맞다, 오빠는 전문가잖아! 분명히 이해할 수 있을 거야!” 이 말이 끝나자 세 개의 눈이 동시에 신하균을 향해 집중되었다. 릴리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럼 전에 소지석이 입모양 한 거 다 이해했죠? 뭐라고 말했는지 우리에게 얘기해 줄 수 있어요? 그들이 무슨 얘기 했는지?” 신하균은 그 반짝이는 눈을 보고 도덕심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는 입을 열려다가 화면에 나타난 장면에 눈을 빼앗겼다. 카메라가 조정되며 딱 맞춰 강미영을 정면으로 비쳤다. 바로 그때 강미영이 고개를 들어 차가운 눈빛으로 카메라를 향해 날카롭게 스캔했다. 다른 세 사람은 신하균의 변화를 느끼고 그의 시선을 따라 화면을 봤다. 그리고 네 명 모두 얼어붙었다... 그 카메라를 통해 강미영의 차가운 눈빛이 마치 그들에게 직접 쏟아지는 것 같았다. 강력한 압박감을 주며 한순간도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다행히 그 강한 위압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강미영은 손을 들어 카메라를 껐다. 그제야 모두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신주리는 급히 손을 뻗어 컴퓨터를 덮었다. “아기야, 너희 엄마 방금 그 눈빛 진짜 무서웠어. 화면을 통해서도 살기를 느꼈어.” 육경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도 소름 돋았어. 작은 이모의 경계심이 너무 강해.” 신하균도 충격을 받았다. “역시 권력의 중심에 있는 여왕이네.” 릴리는 그들의 감탄과 충격과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그녀는 작은 자신을 감싸 안았고 창백한 얼굴과 멍한 눈으로 말했다. “끝났어요. 이번에는 진짜 끝이에요.” 집 안의 감시 카메라를 이용해 어른들의 프라이버시를 엿보았다니,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큰 후폭풍을 감당해야 할지 상상할 수 있었다. 그 순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54화

    소지석은 그녀의 감정 변화를 느끼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지금의 당신이라면 학생으로 다시 학교에 가는 건 힘들겠죠? 아마 교수로 신청하는 게 더 현실적일걸요?” 사람은 모두 좋은 말을 듣고 싶어 했고 강미영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가 이렇게 진지하게 농담을 던지자 마음속에서 일었던 불편한 감정도 빠르게 사라졌다. “너무 과찬이네요.”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제가 다른 사람들에게 뭘 가르칠 수 있겠어요?” “당신은 가르칠 수 있는 게 너무 많죠! 믿거나 말거나, 당신이 대학에서 명예 교수로 이름을 올리면 학교 측에서 구걸할걸요? 심지어 일부 명문 학교에서는 자원을 동원해서라도 당신을 끌어들이려고 할 거예요!” 강미영은 결국 그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그제야 깨달았다. 사실 지금 그녀는 이 사람과 함께 있는 게 꽤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농담 식의 아부일 수도 있고 아니면 그의 온화한 성격과 안정된 감정 때문일 수도 있었다. 그가 지금 그녀에게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음을 알고 있었고 자신에게 문제를 일으킬 수 있었지만 그녀는 차갑게 선을 긋기 힘들었다. 만약 그의 호감이 그녀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거부감을 일으키지 않으면 차라리 마음을 조금 열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이젠 모두 어른이고 문제 될 건 없었다. 게다가 그녀는 대부분의 인생을 전체를 배려하며 살아왔으니 이제 한 번은 자신을 위해 이기적일 수 있지 않나 싶었다. “왜요?” 소지석은 그녀의 침묵을 느끼고 본능적으로 물었다. 강미영은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마주쳤다. 그 눈은 맑고 부드럽지만 어딘지 모르게 긴장된 기색이 묻어 있었다. 그녀의 마음이 잠시 흔들리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이제 당신은 제 후배도 아닌데 왜 아직도 이렇게 저를 무서워해요?” 소지석은 본능적으로 반박했다. “그런가요?” 강미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확신을 주었다. “그래요. 이제 더 이상 후배가 아닌 걸 깨닫지 못한 거죠?” 소지석은 고개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53화

    강미영은 소리 없이 한숨을 내쉬며 자신이 그동안 이 가족의 연기력을 얼마나 가볍게 여겼는지를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들은 자기들만의 드라마를 그녀 앞에서 너무 서툴게 펼쳤다. 손님을 보내고 난 뒤 그녀는 꼭 그들에게 제대로 한 번 교육을 시켜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팔꿈치를 밖으로 굽히지 말라고 말이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정원에 차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강미영은 본능적으로 일어나 빠르게 통유리 창문 앞으로 걸어갔다. 그곳에서 그녀는 강학도의 검은색 세단이 정원에서 빠르게 사라지는 모습을 목격했다. 눈가가 미세하게 떨린 그녀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몇 초가 걸렸다. 결국 이 아빠가 팔꿈치를 밖으로 굽혔고 릴리 그 자식도 그녀에게 떠넘겼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강 아저씨는 릴리 데리러 갔어요?” 갑자기 소지석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강미영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 노인네는 늘 릴리를 봐줘요.” 소지석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자아이들은 그렇게 애지중지하는 게 맞죠.” 분위기는 여전히 어색했지만 소지석이 묵묵히 눈치채지 못한 척하고 있어 강미영은 마지막으로 자존심을 지킬 수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다시 소파로 돌아가서 앉았다가 다시 일어났다. “일단 먹어요. 릴리 그 녀석은 시간 개념이 없어서 언제 올지 모르겠어요.” “좋아요.” 두 사람은 서로 아무 말 없이 주방으로 들어갔다. 소지석은 계속해서 얕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이제 알았다. 어떤 상황에서든 어떤 일에도 침착한 모습을 보여주던 강미영이 지금은 당황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녀의 표정에서, 움직임에서, 그리고 말투에서까지 느껴졌다. 예전에 그는 릴리와 함께 강 할아버지라고 불렀었는데 이제는 강 아저씨라고 부른다. 강미영은 그걸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그것을 인정한 것 같기도 하다. 그녀는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았다. 그 사실에 대한 깨달음이 소지석의 마음을 가볍게 만들었고 말속

DMCA.com Protection Status